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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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강렬하다.  제목은 "눈"이라는데 표지는 화려하면서도 강한 붉은 꽃들이 장식하고 있다.  그와 대비대는 까만 바탕은 순결함을 상징하는 "눈"과 대비되는 느낌이다. 표지가 모든 걸 대변하진 않지만, 이런 강함은 내가 책을 읽고 받아들이는 느낌이 결코 간단하고 쉽지 않을것이라는 걸 말해주는거 같아 책을 펴기전에 설레임반, 두려움반이 앞선다.  


어째꺼나 최근에 프랑스소설들이 꽤 괜찮은 느낌으로 와 닿아서 프랑스 소설이라면 내용을 불문하고 읽고픈 욕심이 조금씩 생긴다. 물론, 간혹 내가 감당하기에 버거운 내용들이 있긴하지만, 지금껏 내가 유지해온 소설속의 얘기들을 뛰어넘어 색다름을 선사하기에 한두권씩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께가 얇은 책이라 읽는 시간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다.


마음먹고 읽었더니 두어시간이면 넉넉하다. 단지, 프랑스 작가가 일본역사속 이야기를 중심으로 썼다는것이 무척 특이했다. 승려나 사무라이가 되는 전통적인 집안에서 자란 주인공은 어느날 시인이 되겠다고 승려인 아버지께 선언한다. 그런 아버지는 아들에게 "시인은 직업이 아니며, 취미로 하는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한다. 


그러나 몇년을 두고 고민해도 다른 길을 택할수 없었던 아들은 다시 아버지에게 시인이 되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 내용을 "눈"에 관한 얘기들로만 채울것이라고 한다. 참 특이하다. "눈"이라는 것이 순백하고 순결하지만 그리고, 간혹 시의 주제로 선정돼 멋드러지게 글로 지어질순 있지만, 오로지 "눈"에 대한 시를 짓겠다는 건 조금은 황당스러움이 아닌가 싶다. 


어째꺼나 아들은 눈에 대한 시를 지었고, 솜씨가 출중에 급기야 궁정의 시인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다. 궁정시인은 소문을 듣고 아들의 시를 접하게 되지만, 너무도 훌륭한 시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색채가 들어있지 않음을 한탄한다.  몇년후에도 여전히 색채가 없음을 알고, 자신의 스승이자 화가를 소개해준다. 


스승을 찾아간 아들은 그곳에서 스승에게 색에 대한 배움과 스승이 눈이 멀게된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스승을 찾아오면서 만나게 된 산사태속의 아름다운 여자 시체에 관한 이야기들을 듣게된다. 모든 배움이 끝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때 아들의 시는 순백색인 눈을 노래하면서도 그 누구도 따라올수 없는 색이 들어있었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니, 두꺼운 책 내용보다 더한듯한 기분이든다. 짧으면서도 많은 얘기와 생각거리들이 놓인 책이 아닌가 싶다. 눈에서 색을 발견한다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물론, 하얀색 역시 색이다.  흑백이 아닌이상 색을 지니고 색을 노래할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속에 어우러진 색을 찾아낸다는 것은 과연 무얼 의미하는지 알수가 없다. 


같은 하얀속에서도 그 진함과 연함이 다르듯 "눈"이라는 소재속에서 그런 색감을 발견하고 노래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깊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짧은 소설임에도 생각거리는 많고, 머리는 좀 아픈 책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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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못 봤어? - Missing Memories
제이제이 지음 / 종이학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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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동화는 내용도 쉽고 재미있는데 곁들여진 그림 또한 재미있다. 아이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다가 혼돈이와 희망이를 만나고 치유의 방과 기억의 방을 여행하고 물건을 찾게 되는 이야기이다.


짧은 여행을 하며 추억이 깃든 물건의 소중함, 물건의 계속적인 사용 또는 재활용의 중요함, 나누어 쓰는 마음 그리고 가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 어린이 동화인듯 하면서 어른도 편하게 읽으며 무심코 소홀했던 습관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물론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읽으면 더욱 재미있고 유익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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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택배로 왔다 창비시선 482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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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택배로 왔다. 퇴근 후 숙소 문 앞에 예스24 택배가 놓여있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택배를 들고 들어와서 택배를 뜯어 <슬픔이 택배로 왔다>를 먼저 펼쳤다. 목차를 읽고 12쪽 첫 시를 읽고 난 후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나는 너무 슬퍼서 더 이상 시집을 읽을 수가 없었다. 책을 덮고 마치 이 시집이 내게 없는 것마냥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슬픔이 택배로 왔다>는 그 의미를 각인시켰다. 다음날 다시 시집을 집어들었다. <슬픔이 택배로 왔다>의 슬픔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덤볐을 때보다는 한결 나았다. '아! 슬픔이 이정도구나' 하고 느꼈기 때문에 도망칠 수 없었고 집어든 시집의 슬픔을 읽어내려갔다. 다행이 첫 시만큼 강렬하지는 않았다. 


낙과(落果)


내가 땅에 떨어진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햇빛에 대하여


바람에 대하여


또는 인간의 눈빛에 대하여


 


내가 지상에 떨어진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내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그동안의 모든 기다림에 대하여


견딜 수 없었던


폭풍우의 폭력에 대하여


 


내가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내가 하늘에서 땅으로 툭 떨어짐으로써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하늘에서 땅으로 툭 떨어짐으로써 /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나는 올 한 해 툭 떨어졌고 당신을 사랑했다. 사랑은 했으나 사랑을 받지는 못하였고 그래서 불행한 한 해였으나, 나는 내 사랑에 지금도 책임을 다하고 있다.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당신을 욕해보지만 마음은 변하지를 않아서 더 슬프고 슬프다. 그런 내게 이 시는 치명적이었다. 세상에 이 시인은 나의 한 해를 보아온 것인가. 그리고 이런 시를 짓고 내가 내 사랑에서 도망치지도 못하도록 하는 것인가. 나의 슬픔에 슬픔을 쏟아붓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의 슬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이도 있더라. 다음날 회사에 가서 슬픔이 택배로 온 이야기를 전하고 저녁에 저녁을 먹으며 이 시집을 보여주었을 때 한 명은 2/3 쯤 공감하고 한 명은 왜 슬픈지를 알 수 없어했다. 이렇게 슬픔은 주관적이어서 그 정도가 다르고 시를 읽으며 느끼는 감정 또한 다르다. 하지만 이 시집 어느 한 시에서는 내가 느낀 크기의 슬픔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시가 실려있고 각가 다른 슬픔의 색을 지녔다.


 


폭풍 전야


 


폭풍 전야에 폭품은 불어오지 않는다


먹구름이 밀려오는 폭풍 전야는 폭풍 전야일 뿐


폭풍 전야에 폭푸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폭풍 전야를 두려워하면 폭풍이 두령워진다


모든 집과 나무들이 폭풍 전야의 고요를 두려워하는 것은


두려움을 두려워하는 것일 뿐


정작 폭풍을 만나면 폭풍은 두렵지 않다


 


나는 폭풍 전야에 당신과 뜨겁게 사랑을 나누고


폭풍이 불어오면 폭풍이 될 것이다


더이상 당신에게 남을 인생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한그루 나무로 서서 쓰러질 것이다


 


폭풍에 나무가 쓰러지는 것은


폭풍의 분노를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니라


폭풍의 분노와 상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폭풍의 분노와 상처를 사랑하다...... 그리하여 내가 쓰러졌는가. 나는 지금 일어서지를 못하고 있다. 나는 나의 슬픔을 외면하려고 애쓰면서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우지는 못하고 있다. 2022년은 암흑의 해. 그런데도 돌이키고 싶지 않다. 되돌아간다 해도 나의 결정은 동일할 것이고 내 사랑에 책임을 다하려고 애쓸 것이다. 신을 원망하면서, 신이 가장 나쁘다고 신을 미워하면서 나의 결정을 후회할 수는 없다고 그저 책임을 다한다. 나를 그만 미워하시라고 신의 자비를 청할 뿐이다. 


시는 언제나 마음을 울리지만 이렇게 나의 슬픔을 공감하고 위로하는 시는 오랜만이다. 많은 이들이 읽고 시인이 전하는 슬픔에서 슬픔을 슬픔으로 위로받기를 바란다. 제목처럼 슬픔은 택배로 왔고 슬픔을 위로하는 슬픔은 나의 슬픔을 내가 돌보게 한다. 시인이 슬픔을 위로하는 방법은 슬픔을 퍼붓기인가 보다. 그렇게 흘러넘치다보면 바닥을 보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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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23 - 병자호란 편 : 남한산성의 겨울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23
설민석.스토리박스 지음, 정현희 그림, 강석화 감수 / 단꿈아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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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네요~아이가 22권 읽더니 23권은 언제 나오냐며 출근 도장을 찍듯이 방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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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 해방 - 병 없이 오래 사는 사람들의 비밀
정세연 지음 / 다산라이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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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읽는 내내, 저자와 차를 마시며 대화 나누는 듯 싶은 편안한 글이다. 또한 식치 전문가의 섬세함과 정교함이 구석구석 느껴지는 믿음직한 컨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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