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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마르잔 사트라피 3종 세트 - 전3권 - 차도르를 벗어던진 이란 여성들의 아찔한 음담!
마르잔 사트라피 글 그림, 정재곤.정유진 옮김 / 휴머니스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자두치킨>
왠지 모르게 <자두치킨>을 <자두키친>으로 바꿔 읽어서 무슨 동화같은 - 그것도 거의 스머프 수준의 - 것인 줄로만 알았다. 자두로 만든 예쁜 집에 있는 부엌 말이다. 하지만 그게 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이름이란 걸 알았을 때 황당해서 혼자 웃고 말았다. 자두와 치킨으로 만든 음식. 맛있을까?
그에게 음악은 사랑이었다. 소유할 수 없기때문에 더욱 더 숭고하고 거룩한 열정이었다. 그가 어느날 우연히 나이든 그녀를 만나기 전까진 그랬다. 그녀는 더이상 그의 뮤즈가 아니었다. 그의 사랑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는 이제 타르를 켤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죽기로 결심했다.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해본 끝에 굶어죽는 것이 가장 우아한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루, 이틀, 사흘. 그의 단식과 두문불출에도 그의 가족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서럽다. 홧김에 시작한 자살소동이 점점 절박한 이유를 찾아간다. 동생이 찾아왔다가 그냥 간다. 마누라가 와서 화해를 요청했지만 이젠 너무 늦었다. 그의 과거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가 진정 사랑했던 사람. 아름답고 다정스러웠던 그녀. 이제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늙고 퇴색한 아줌마가 있을뿐이다. 일주일 후 그는 결국 굶주림에 죽는다.
누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을까? 그의 옛사랑일까? 그의 가족, 친지 또는 친구? 적은 분량의 만화책임에도 불구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큰 의미로 다가오는 작가의 힘이 느껴진다.
<바느질 수다>
여자들의 수다란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비난하는 시간이고, 공유하는 시간이고, 오갖 사소한 정보에 빠져드는 시간이고, 반성하는 시간이며, 성찰하는 시간이다.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하며, 거듭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여자들의 수다에 끼어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이 남자라면 금세 후회하게 된다. 뭐 저런 하찮은 얘기까지 다 하나 싶다. 조잘조잘 하이톤의 목소리가 피곤하게 만든다. 와르르 쏟아지는 웃음도, 때론 서러워 흘리는 눈물마저도 무감동해 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여자라면 수다를 떠는 사람들을 비록 모른다 할 지라도 게의치 않을 것이다. 어느새 평생을 알아온 친구마냥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바늘 끝처럼 뾰족한 것이 사랑이고, 그래서 상처받고 괴로워하지만, 결국 그 뾰족함 덕에 기억의 조각들을 꿰어 행복의 양탄자를 만드는 것이지요.
여자들의 수다에는 아픔이 있다. 여자들의 수다에는 비밀이 없다. 여자들의 수다에는 행복이 있다. 그러나, 그래서 남자들이여, 절대 절대 여자들의 수다에 끼어들지 말라! 다친다!
<인생은 한숨>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두려움에 빠졌을 때, 근심 걱정에 쌓여있을 때 우리는 한숨을 쉰다. 작가는 인생이 한숨이라 한다. 한숨을 쉬고, 또 지나서 한숨을 쉬고, 또 지나서 한숨을 쉬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나이가 들어 있고 죽음이 목전에 와 있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 말한다. 한숨은 단지 절망의 표현이 아니라한다. 한숨을 쉼으로 인해, 한숨 쉬고 감으로 인해 우리는 인생을 좀 더 차분히 바라보고 느끼며 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큰 기대감을 가졌을 때에도,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났을 때에도, 근심이 해결되었을 때에도 한숨을 쉰다. 희망의 한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