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킬조이 - 쉽게 웃어넘기지 않는 이들을 위한 서바이벌 가이드 Philos Feminism 9
사라 아메드 지음, 김다봄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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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조이는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사람, 비관론자, 파티의 흥을 깨는 사람,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 기세를 꺾는 사람, 산통을 깨는 사람이다.

📎모든 킬조이가 페미니스트는 아닐지라도 모든 페미니스트는 킬조이다. 이 말은, 페미니스트로 인식되거나 스스로 페미니스트로 인식하는 것이 곧 킬조이라고 평가받는 일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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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올 한 해동안 사용할 전투력을 풀충전 하기에 아주 좋은 책이었다. 해가 갈수록 종이 페미니스트 킬조이가 되어가는것같은 나자신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는 핸드북이었다.
저자의 가족 저녁식사 테이블에서 시작되는 핸드북은 킬조이 진실,격언,다짐,등식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더욱 북돋고 생존과 투쟁에 대한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만든다. 읽는내내 검은상자안의 강조된 문장들을 보며 마음이 울끈불끈 했는데, 말미에 정리되어 한데 모여있는 문장들을 읽으며 다시금 올한해 나의 킬조이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짐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우리는 성차별적 농담에 웃기를 거부한다. 기억하자, 그것이 킬조이 격언이다. 우리는 농담이 우습지 않을 때 웃기를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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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불편러이자 웃지않는여자로 살며 홉뜬눈과 치켜세운 눈썹은 언짢은 말과 행동을 보았을때 내가 보이는 주된 반응이었다. 우리는 분위기를 망치면 안된다는 무언의 압박과 좋은게좋은거라는 나에게는 그다지 좋지않은 누군가의 말과 강요때문에 항상 조용히 웃기만하고 입을 다물었다. 구제불능의 말과 행동을 보며 열의 두서너번만 눈을 홉뜨며 몇마디 내뱉기를 참지못하던 나는 어느새 “왜 모모는 우스갯소리를 농담으로 못받아들여” 소리를 들으며 매사에 불만많고 군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왜 참아야하는가. 손을 탄 어린 환자를 달래기위해 아기띠를 두르고 석션을 하고 있는 나에게 나도 거기 들어가고싶다라며 느물거리던 작자와 여자는 애를 두번은 낳아야 진짜 성격이 나온다는 어떤 말에 ‘아하 나는 아직 삼십년을 살아도 진짜 성격이 1도 안나왔군요!’하며 웃으며 참으면 좋았을까? 아니 난 좋지않았을것이다. 나는 그런말에 쌍소리로 응수했고 그렇게 행동했던 나자신이 지금도 자랑스럽고 좋다.

📎이방인이 된다는 것은 질문을 받고, 질문이 되고, 존재를 논하고, 자신을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는 일이다. 질문들은 쌓인다. 당신이 오르고 돌아가야 할 산처럼.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보다 자기 자신을 설명하라는 요구를 더 많이 받는다.

📎벽에 부딪히지 않는 이들은 벽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들을 벽을 만드는 자로 여긴다. 페미니스트 킬조이들은 벽을 만드는 자로 자리매김한다. 문제를 존재하게 만든다고 여겨지는 것은 그 문제를 지적한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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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사회에서 유색인여성,퀴어,이주민,독립연구자로서 살고있는 저자와, 상대적으로 좁은 한국사회에서 내가 경험하고 인식하는 압력은 차이가 있을수밖에 없지만, 저자의 경험을 읽으며 우리가 나아가야하는 길의 방향을 다시 되짚고 킬조이로서 가져야할 날카로운 감각들을 점검해보게 되었다. 문 안의 안락한 방에 앉아있는 사람은, 자신이 앉아있는 방의 문이 얼마나 작고 좁은지, 문밖의 사람들에겐 문간에 서있을 기회조차 얼마나 간절한지, 그리고 그 문을 닫으면 밖의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도 들리지않는다는 사실을 모른다. 우리는 우리를 드러내야만 한다.

📎우리의 편지가 어디에 도달할지는 모른다. 우리가 어디에 도달할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항상 서로 대면으로 만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한 지적 속에서 만난다. 페미니스트 킬조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지금 하는 일과 우리 이전에 왔던 이들을 연결한다. 그리고 앞으로 오는 이들은 우리가 지금 하는 일, 아무리 따끔하더라도 계속해서 이어 가야 하는 지적, 아무리 날카롭더라도 계속해서 보내는 편지들을 집어 들 수 있다. 이것이 우리의 말과 우리의 행동이 아직 끝나지 않은, 완수되지 않은 이유다. 아주 작은 일도 아주 중요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일일지라도, 당신이 아는 것이 다가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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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퍼 활동을 마무리지으며 3개월 남짓 필로스와 필로스페미니즘 시리즈의 네권의 책들을 독파하며 조금씩 내생각이 자라는것 같아 즐거웠다. 사놓고 아직 완독하지못한 시리즈들도 조금씩 읽고 더욱더 나아져야지.

아르테출판사의 북서퍼 활동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생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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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 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 Philos 시리즈 23
네이딘 스트로슨 지음, 홍성수.유민석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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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혐오적이고 차별적인 사상을 전달하는 표현을 억압해서는 안 되는가
❓왜 우리는 그러한 사상이 퍼지는 것을 막고, 잠재적으로 차별적•폭력적 행동을 조장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면 안 되는가
❓그리고 왜 우리는 사람들을 폄하하고 정신적 안녕과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는 표현을 보호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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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사회는 혐오위에 우뚝 서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혐오를 거리낌없이 전시하고 그런 타인의 모습을 혐오하며 서로의 행태를 손가락질하고 있다.

이런 혐오사회에 대한 보다나은 해법이 궁금해 펼친 이 책은, 혐오표현금지법을 반대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저자의 오랜 연구가 담겨있었다. 물론 혐오표현금지법을 반대하는 것이 혐오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므로 저자는 미국의 수정헌법과 혐오범죄사례, 그리고 타국의 혐오표현금지법이 입법사유와 오히려 반대로 적용되었던 사례들을 토대로, 혐오표현을 반대하나 이를 검열해서는 안된다는 그의 주장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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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탁지 않거나, 불온하거나, 두려움을 주는 생각을 잠재우고자 정부가 힘을 행사하면 자유와 민주주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혐오표현금지법에 생명을 불어넣는 평등이라는 목표를 전복시킨다. 예상대로, 그러한 법들은 대중적이지 않은 발화자와 사상을 억압하기 위해 집행되며, 심지어 그들이 보호하도록 설계된 취약하고 소외된 소수자집단의 발언을 억누르기 위해 집행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표현의 자유 법제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우리는 ‘우리가 미워하는 생각’을 표현할 자유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혐오표현금지법이 혐오표현에 따른 선전 효과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확신에 찬 혐오 행위자들에기는 거의 억제력이 없는 반면, 오히려 평범한 개인은 단념시킬 수도 있다.

📎법적 제재는 가장 노골적인 차별 표현에만 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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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럽다’라는 말은 개인의 주관적인 가치판단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시대의 빛나던 선각자의 주장은 동시대의 정책결정자에게는 불온한 사상으로만 여겨졌고, 소외집단의 목소리는 이런저런 사유를 들어 뭉개고, 쉽사리 수그러들지않으면 정책자의 목소리를 다수집단의 의견처럼 표명하여 짓밟아오던것이 현재의 한국사회이다. 혐오표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우리는 우리의 집행당국을 신뢰할 수 있는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아래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혐오표현들과 그에 대항하여 펼쳤던 우리의 행동 중, 무엇이 표현의 자유로 남고 무엇이 처벌사례가 될지 우리는 차마 짐작하여 입밖에 꺼내기어렵다. 우리를 지키고자 세운 법이 우리의 입마개가 될수도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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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금지법은 혐오적•차별적 표현에 참여하려는 의향이 있는 사람들에게 세 가지 선택지를 남기며, 이 모두는 평등과 사회적 화합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즉, 일부 표현은 지하로 숨어들것이고, 일부 표현은 교묘한 수사로 위장하여 처벌을 피할 것이며, 일부 표현은 기소로 인한 홍보 효과를 노림에 따라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더 증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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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숱한 사례를 보았다. 대놓고 혐오를 전시해 인기를 얻는 정치인과 교묘하고 음습한 약자혐오들. 법제화한 금지법은 오히려 우리의 목아래를 위협하는 비수가 될 수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대신 저자는 혐오표현에 맞서 우리가 더많은 표현-대항표현-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우리의 대항표현은 다양하다. 침묵(나는 어그로먹이금지로 이해했다)과 희화화, 즉각적인 항의와 같은 개인의 대항표현, 소외집단에 힘실어주기, 교육과 환경조성(소외집단에 대한 정확하고 긍정적인 정보전달), 정부와 대학의 대항표현, 그리고 우리의 전략-우리 자신을 위해 두꺼운 피부를 발달시키고, 타인을 위해 더 얇은 피부를 발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ㅍ만 꺼내도 부들부들하며 집단으로 조리돌림하는 넷상의 수많은 못난이들을 보며 아직 우리가 안전하게 대항할 환경이 조성되지도 않았는데 한국에선 아직 시기상조이지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까지고 가만히 기다린다고해서 어느누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는 중요한 대의를 촉진하기 위해 가장 본질적인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즉, 침묵하지 않을 권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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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출판사의 북서퍼활동을 통해 이 책을 읽고나서 내가 조금씩 해왔던 생각의 파편들을 조금더 확실하게 뭉칠수있었던것 같아 좋았다. 앞으로도 열심히 읽고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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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러리
사라 스트리스베리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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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모두는 조금씩 밸러리 솔래너스다.

조금 단정적인가.
어쨌든 이책을 읽고나서 나의 일정부분은 밸러리 솔래너스에게서 영원히 자유로울수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기살해미수범, 레즈비언, 매춘부, 정신질환자, 아동성폭행피해자. 매체에서 자극적으로 묘사될수 있는 수많은 수식어들속에 가려졌던 그의 삶을 상상으로나마 그려낸 이야기를 읽으며 보는내내 마음이 어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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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자 : 내 꿈은 이 이야기에 다른 결말을 내는 거야. (55p)
📎서술자 : 이 이야기에 다른 결말이 있으면 좋겠어. 해피엔딩이 있으면 좋겠어 (4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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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다른 결말이었을까.
1988년 4월 25일 텐더로인의 한 호텔에서 홀로 죽어가던 밸러리의 마지막을 시작으로 1950년대의 유년과 성장기, 대학원 과정을 그만두고 뉴욕에 정착해 앤디워홀을 만났던 1960년대초와 총격사건을 이후로한 60년대말,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앞둔 1980년대까지. 생애 마지막을 앞두고 삶을 반추하듯 순식간에 시대와 시대가 교차하고 생각과 대화가 맞물리는 그의 마지막 기억을 함께 되짚으며 내가 밸러리가 된듯 혼란스러웠다.

사라 스트리츠베리는 샌프란시스코 홍등가의 낡은 호텔에서 죽어가는 밸러리의 마지막을 붙들고 그의 삶을 전기가 아닌 환상문학속에 다시 세웠다. 플로린스 케네디는 그의 형량을 낮추기위해 애썼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고 혐오하며 조롱했지만, 어떤사람들은 그를위해 맹렬히 시위하고 모금운동을 펼쳤다. 그리고 나는 반세기가 지나서야 그의 삶과 죽음을 읽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물론 밸러리는 아주 당연하게도 이모든 사랑에게 가운데손가락만을 거칠게 휘두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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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자 : 이 이야기에서 네가 살아남지 못한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야.
밸러리 : 진짜 슬퍼할 거 없다니까.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니까, 네가 슬프다면 내가 괜찮은 조언을 해줄게. 잠잘 곳도 먹을 음식도 없이 누더기 차림으로 거리에서 구걸하는 여자를 집으로 데려가. 쓰레기통에서 자는 중독자 여자를 집으로 데려가. 마약에 찌든 창녀, 노숙자, 미치광이를 집으로 데려가. 지하철에서 걸음을 멈추고 정신병자 매춘부와 얘기를 나눠. 그 여자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악을 쓰고 난리를 쳐도 가버리지 마. 그 여자에게 어디에서 왔는지, 필요한 게 뭔지, 뭘 도와주면 좋을지, 노트에 뭘 썼는지 물어. 죽어가는 약쟁이 창녀에게 그리 관심이 많다면 말이야. 호스텔과 정신병원과 빈민가 마약 소굴, 홍등가, 교도소를 찾아가. 바깥에서 세상이 널 기다린다고, 이친구야. 그 자료의 제목은 그 여자는 사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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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밸러리를 사랑해보려던 이유는 아주 단순한 것이어서, 그저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가장 사랑하는 노래이름이 Valerie여서. 노랫말속 돌아오지않을 붉은머리 발레리가 Valerie Jean Solanas가 되어 내어떤세계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게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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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물속을 지나갈 때 내가 네 옆에 있을게
물은 널 삼키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네가 불속을 걸을 때
불길은 널 태우지 않을 거야
📎그런 다음 조심히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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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정말 좋았다… 문학동네 출판사의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감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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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리의 마지막 이야기
낸시 주연 김 지음, 정혜윤 옮김 / 자음과모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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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내내 탄식과 슬픔에 잠기게 하는 글이었다. 사실 한국에서 태어나 이땅밖으로 길게 체류해본적 없는 나로선 디아스포라라는 단어를 온전히 감각하긴 힘들다. 하지만 그들의 외로움과 비통함, 같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며 느끼는 동질감은 가슴깊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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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는 늘 엄마에게 한 시간만 더 있다가, 아니 하루만, 일 년만 더 있다가 말해야겠다며 미루었다. 자신은 세상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절대 가까이에는 살 수 없다고, 두 번 다시 같은 지붕 밑에서는 살 수 없다고.
이제 마고에겐 엄마를 납득시킬 기회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납득시킬 기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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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는 이민2세대 한국계미국인으로 홀로 자신을 낳아기른 이민1세대 어머니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평범한 딸이다. 그는 시애틀에서 LA로 일년만에 어머니를 방문하고 어머니의 집에서 그의 싸늘한 주검을 발견하게 된다. 이후 어머니의 죽음을 납득하지 못한 마고가 사인을 밝혀내기위해 고군분투하며 교차하는 1987년의 미나와 2014년의 마고의 모습을 보며 어떤 선택은 이해할수없기도 어떤 선택은 공감하기도 하며 쉴새없이 책장을 넘겼다.

한국에서의 지난한 삶을 딛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미국에서 미등록이주자로서의 삶을 새로이 시작한 미나의 앞은 고난의 연속이기만 하다. 아메리칸드림이라는 허상을 좇아 미국으로 건너온 수많은 이민자들, 영어라는 언어장벽, 고된 수퍼마켓에서의 노동과 겨우 해낸 가게마련, 로드니킹사건으로 촉발된 폭력시위, 젠트리피케이션과 노년에도 계속되는 노동 그리고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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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의 지루하다는 말이 실은 외롭다는 말이란 걸 마고가 이해했을까? 지루하다는 말이 훨씬 내뱉기 쉬웠다. 그렇지 않은가?

📎그동안 마고는 제 엄마를 오로지 한국말은 속사포처럼 쏟아내면서 영어는 부끄러울 정도로 더듬거리는 천생 외국인으로만, 제 이야기를 억압하는 인물로만 보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엄마가 진정한 영웅임을 점점 깨달아가고 있었다. 엄마는 자기 삶을 만들고, 허물어뜨리고, 다시 만든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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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스무해 가까이 살았으면서도 마고는 미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당황스러워 하지만, 사실 나도 우리엄마가 아닌 OOO에 대해 아는것을 떠올려보자니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않아 조금 당황스러웠다. 마고엄마가 아닌 미나가 간직했던 이야기의 파편을 하나씩 주워가며 퍼즐을 맞춰가는 마고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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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닮았다는 것, 피와 뼈에 생면부지 타인의 흔적을 품고 다닌다는 것은 실로 경이로운 일이었다.

📎이 나라의 무언가가 우리에겐 서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기 쉽게 만들었다.

📎엄마의 죽음은 매듭이 아니라 일시적 회귀였다. 엄마는 마고를 보호하기 위해 너무 많은 진실을 홀로 짊어지고 살았다. 이제 마고는 알았다. 자신도 엄마처럼 무엇이든, 심지어 사랑도 가족도 다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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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가 한국에 두고온 것, 미나의 사랑, 미나의 친구, 미나의 삶 그리고 미나의 소중한 딸 마고까지. 그의 비밀을 좇아 미나의 삶을 완성하고 결국 그의 죽음을 마주한뒤 새로운 시작을 내딛는 마고를 보며 그의 앞날을 응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세스백의 앞날도. 마지막 마고의 더듬거리는 어색한 한국말을 보며 눈물이 왈칵 났다.
교차하는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며 금세 책한권을 다읽고 미나가 끝까지 감춘 그의 비밀을 곱씹어보며 나라면 과연 고백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결국 영원한 비밀은 없듯 마고가 다시 잇는 결말은 내가 읽어도 정말 좋았지만, 아마 타향에 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읽는다면 더욱 울컥하지않을까싶은 마무리였다.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서평단 활동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감상을 썼습니다. 미나의 삶의 궤적과 그를 좇는 마고의 이야기를 함께 하게되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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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만든 가난 - 가장 부유한 국가에 존재하는 빈곤의 진실 Philos 시리즈 25
매슈 데즈먼드 지음, 성원 옮김, 조문영 해제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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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물질적 결핍과, 만성통증과, 투옥과, 우울증과, 중독 등등이 겹겹이 누적된 형태일 때가 많다. 가난은 직선이 아니다. 사회적 병폐들이 단단하게 엉킨 매듭이다. 가난은 범죄, 건강, 교육, 주택 등 우리가 관심을 갖는 모든 사회문제와 관계되어 있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가난이 끈질기게 이어진다는 것은 수백만 가정이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안전과 안정, 품위를 거부당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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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가난의 원인은 우리에게서 비롯한다. 우리는 그들의 고통과 우리의 삶이 별개라고 생각한다. 밤늦게 주문한 신선한 야채와 고기를 다음날 아침에 받아 냉장고에 넣고, 물건을 살때는 최저가와 가성비를 따진다. 은행앱에서는 계좌만 만들어도 기프티콘과 이벤트 포인트를 보내주며, 우리는 편리를 위해 노동자의 수고를 지워내는 사회에서 살고있다. 이러한 이득은 누구로부터 오는걸까. 우리는 누구에게서 이득을 뺏고 배를 불리고 있는걸까.

빈곤은 결코 개인적인 이유에서만 비롯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책과 시스템의 개선만으로도 나아지지 않는다. 왜? 미국에는, 그리고 한국에는 가난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 책은 왜 이 모든 가난이 존재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서 시작해 우리 모두에게 숙제를 던져준다.

미국이 만든 가난은 한국이 만든 가난과 다르지않다. 미국의 사라지지않는 빈곤가정의 모습으로 흔히 이민자와 한부모가정이 지목되지만 저자는 그것이 변명일뿐임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반박한다. 흔히들 얘기하는 인생의 3단계(졸업-전일제일자리-정상가정:결혼하여 유자녀를 두는것) 연쇄를 완수하면 성공한다는 말은 그저 말장난이자 허상일 뿐이다.

배제가 있는 곳에는 착취가 있다. 선택지가 고작 한두개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걸 정말 그들의 선택이라고 부를수 있을까? 빈자의 남은 파이마저 갈취하기 위한 협박이라고 보는게 맞지않을까.

빈곤이 철폐된 사회를 상상해보자.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 노조파업과 산재 같은 속보가 등장하지않는 세상을 상상해본다면, 그곳의 여덟시뉴스에는 과연 무슨 뉴스가 나올까? 사실 나는 그런 사회에서 살아보지않아 상상하기 어려웠다. 빈곤이 철폐되고 노동이 존중된다면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이 더욱 활발하게 나오지않을까. 하지만 언론의 보도방향성은 사뭇 다른 모습일것 같다. 빗속을 걷고걸어 시위하고 누군가의 죽음을 추모하는 서글픈 이야기가 아닌 현장의 생생하고 즐거운 목소리들이 쏟아지는 사회. 사실 내 일이 고될때도 있지만 내 직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뭇 기대되는 세상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취해야할 마지막 조치는 담장을 허물기 라고. 배제는 작은곳에서부터 시작한다. 빈민의 희생을 요구하는 부자의 이익을 우리는 방관한다. 부자의 이익에서 파생되는 부스러기같은 이득을 함께 누리는 우리는 사회적수준에서의 착취에 그만 동조해야한다. 저자는 담장너머로 돈을 던지는 대신 우리의 담장을 허물자고 말한다. 그것은 부동산 가치를 하락시키지도, 공교육의 질을 훼손하지도 않지만, 부자와 빈자를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사회를 만들어낼 것이다. 과연 우리는 그것을 용납할수 있을까? 왜 우리는 담장 허물기에 겁을 먹고 나의 사회적 지위가 하락할까 두려워 타인의 머리를 짓밟아 담장을 더욱 높게 쌓으려고할까.

우리는 우리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빈곤폐지론자가 되어야한다. 사실 내내 읽으면서 계속 나자신이 창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나의 소비와 생활습관, 나자신의 취향과 문화를 일궈오면서도 그곳에 빈곤폐지의 자리는 없었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웠다. 이제 조금씩 나의 방식을 찾아야겠지. 📎대중운동은 자기만의 기여 방식을 찾아내는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진다.
빈곤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않을것이다. 사회적 구조적 개인의 의식 또한 변화해야하는 길고 지난한 싸움이겠지만 결국 이것은 우리의 싸움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빈곤을 없애려면 아주 똑똑해야 할 필요도 없다. 빈곤을 충분히 싫어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터. 일단 장바구니에 담았던 제품들의 회사에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있는지부터 찾아봐야겠다.



아르테북서퍼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생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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