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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이는 물결 - 작가, 독자, 상상력에 대하여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2월
평점 :
르귄의 글을 읽으며 내마음도 같이 일렁였다. 버지니아울프가 비타색빌웨스트에게 보낸 서간문의 한 대목에서 따온 제목의 이 에세이 선집은 르귄의 오랜 사색들이 가득해 읽는내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내가 르귄을 생각하고, 르귄이 울프를 생각하고, 우리가 우리를 가슴에 품으며 생각하는 마음의 조각들때문에 가슴이 저릿했다. 읽는내내 그의 작은 불평들과 불만과 고뇌들을 읽으며 같이 어깨를 달달 떨었다.
1장 개인적인 문제들과 3장 토론과 의견을 읽으며 특히나 두근거리는 기분이었는데, 도발적인 첫 문장이 인상깊었던
[나를 소개하기]는 wo“man”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현재를 짚는 좋은글이었다. 특히나 미디어에서 지워지는 나이든여자의 행방을 지적하는 르귄의 날카로운 문장들을 읽으며 그 통찰에 피식피식 웃다가 이내 그 현실에 덩달아 화가 치밀어올랐다.
이어지는 [화강암취급]은 take for granted/granite 재밌는 말장난을 이용한 글이었는데, 초반의 말장난이 우스워 피식거리다가 우리를 당연한 존재로 여기지말라는 그의 부르짖음에 조금 울컥하는 기분이 들기도했다.
르귄의 문학에 대한 집요한 분석과 실험들을 볼수있었던 2장을 읽으며, 자신이 몸담은 그 세계를 아끼고 사랑하며 예의주시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문학에 대한 애정이 커지는듯했다.
개인적으로 3장의 글들을 읽으며 연신 줄을 그어댔는데,
“하지만 우리 모두 남자고 최종 후보작 역시 모두 남자들이 쓴 책이었다면,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을걸요.” 수많은 상을 휩쓸었던 르귄조차 자유로울수 없던 [상과젠더]를 읽으며 씁쓸해하고, [발에대하여] 속 우리의 또다른 관습화된 제약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좋았던 [작업지시]와 [끝없는전쟁]☺️
{작업지시}
📎미국에서 상상력은 대개 텔레비전이 고장 났을 때나 조금 쓸모 있을 것 같은 물건으로 취급된다. 시와 희곡은 현실 정치와 아무 관련이 없다. 소설은 학생, 가정주부 등 노동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읽는 것이다. 판타지는 어린이와 미개한 사람들의 몫이다. 문자문화가 필요한 것은 작업 지시를 읽기 위해서다.
📎나는 엄지손가락 없이 사는 삶은 상상할 수 있어도, 상상력이 없는 삶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문자문화가 중요한 것은 문학이야말로 작업 지시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우리가 가진 최고의 지침서다. 우리가 방문중인 땅, 즉 인생이라는 나라에서 길을 찾는 데 가장 유용한 안내인이다.
{끝없는 전쟁}
📎억압에 대한 저항과 해방의 욕구를 막는 힘 또는 관성이 무엇이든, 자유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항상 그 힘을 능가할 것이라는 주장에서 나는 위험을 본다.
📎“속박의 사슬 외에는 잃을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슬에 입을 맞추는 편을 선호한다.
📎판타지와 사이언스픽션은 애당초 독자가 살고 있는 실제 세상의 대안을 제시하는 장르다.
르귄의 단상을 따라가며 그의 글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항상 그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던 팬으로서, 마찬가지로 문학과 이야기를 사랑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한층더 동질감을 느끼고 그에대한 애정이 커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4장 챕터의 글쓰기에 관한 그의 고백들을 읽으며 입이썼다. 아직 끝나지않은 그의 목소리와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잠들어야지. 오늘은 어스시를 항해하는 꿈을 꾸어야겠다😴
현대문학 출판사의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제 감상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