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티시 - 광신의 언어학
어맨다 몬텔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샤 사마르와 얼리사 클라크 사이에는 반박할 수 없는 공통점이 있다. 어느 날 로스앤젤러스의 서로 다른 곳에서 눈을 뜬 두 사람이 깊디깊은 수렁에 빠진 나머지 이제 알아들을 수도 없는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점이다. 각 집단의 성격과 그 결과는 크게 달랐지만, 공동체와 연대감을 조성하고, ‘우리’와 ‘저들’을 구분하고, 공동의 가치를 확립하고, 의심스러운 행동을 정당화하고, 이데올로기와 두려움을 유발함으로써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이한 방식은 컬트적으로 흡사하다. 가장 강력한 기술은 마약이나 섹스, 삭발, 외딴 코뮨, 길고 헐렁한 카프탄, 혹은 쿨에이드와는 별 상관이 없다. 사실, 모든 건 언어의 문제다.

*
컬트집단이라고 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사이비 종교집단에서부터 크로스핏과 같은 피트니스 산업과 다단계마케팅, SNS인플루언서까지 모두 컬티시로 재정의하는 글을 읽으며 현대 사회의 컬트적 언어에 내가 이미 잠식되어 있었음을 새삼깊이 깨달았다.

좋아하는 뮤지션을 따라 옷을 사고 그의 괴상한 말버릇을 따라하고 철지난 히피문화에 빠져 쿼츠덩어리들과 허브묶음을 사고😅
뷰티와 피트니스, 마케팅산업과 직장문화에서조차 만연한 컬트언어와 그 영향력을 보고있노라니 과연 이 모든것에 자유로울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까 싶기도 했다.

*
빨간약과 파란약중에 파란알약을 고르는 사람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몬텔은 사람들이 컬트집단에 빠지는 이유를 여러 사례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러브바밍과 같은 인정욕구를 자극하는 언어로 시작하여, 집단에 대한 충성심과 의존도를 높이는 전향과 조건형성, 그리고 강제를 통해 개인의 자의식과 기존의 윤리의식을 완전히 상충시켜 우리가 아닌 저들을 적으로 규정하기까지, 우리를 집단의 이데올로기에 매몰시키는 과정은 아주 체계적이면서도 정교하다.

4부 해시태그:보스베이브가 되고싶나요? 도 그런 맥락에서 아주 흥미로웠다. 자본주의속 임파워링 문구로 훼손되버린 페미니즘과 매몰비용오류를 거론하는 부분을 읽으며 우리가 결국 주저앉아버리고 싶었던 순간들을 생각했다. 2부에서도 언급되었듯, 우리의 손실회피는 결국 더큰 위험한 상황을 야기한다. 호미로 막을것을 가래로 막게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또한 재미있던것이(사실 재밌지않고 빡친다) 결국 다단계마케팅의 희생양인 사회초년생, 경력단절여성, 유색인종의 머리위에서 교묘하게 임파워링 동기부여 언어를 통해 단물을 빠는것은 백인남성창립자라는 사실-2장의

📎컬트 언어가 특정한 사람에게만 ‘작용하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우리 대부분이 이미 경험해 본 조건형성과 관련이 있다. 백인 중년 남성의 목소리를 즉각 신뢰하도록 하는 조건형성 말이다.

대목이 떠올라 재밌었다. 왜 우리는 지긋한 나이의 안경쓴 남성의 말을 무턱대고 신뢰하게 되는지. 어쨌든 4장의 스타트업 문화속 괴랄한 업계 용어들과 3장의 ‘쿨하지못한’사람들이 알아들을수없는 특권적인 언어도 맥락상 같은 이야기인점이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게했다.

*
컬트언어와 컬트집단, 이모든 21세기의 컬티시에 잠식되버린 우리는 이대로 절망하는가? 아니다! 어쨌든 어맨다 몬텔은 말한다.

📎소울사이클부터 인스타그램까지의 집단을 모두 컬트라고 명명하고 따라서 악하다고 비판하는 건 쉬운일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 모두가 뭔가를 믿는 일이나 어딘가에 참여하는 일을 거부한다고 세상이 나아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도한 경계심은 인간으로 사는 삶의 가장 매혹적인 부분을 망쳐 버릴 수 있다.

오운완 해시태그를 걸고 그럴싸한 그날의 힙업 사진을 매일같은시간 올리고, 내가좋아하는 뮤지션을 지지하는 스트리밍 인증을 SNS에 게시하고, 반다나와 로브를 걸치고 페스티벌에서 다같이 자유롭게 스캥킹을 하는 모습 모두 컬트언어와 컬티시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대의 운동은 대부분 우리에게 무엇을 믿고, 어디에 속하고, 어떤 언어로 자신을 표현할지 선택할 충분한 여지를 남긴다. 이런 공동체들이 사용하는 수사법과 그 언어가 어떻게 좋거나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에 주목하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더 명확한 눈으로 그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었지만 사실 다 독파한 후에도 교묘한 컬트언어의 늪속에서 무엇이 나에게 옳고그를지 온전히 판단할 자신은 아직 없다. 그래도 읽기전보단 낫지않을까? 사놓고 안읽은 작가의 다른책도 빨리 읽어봐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