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러닝
이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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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무령왕릉을 걸었던적이 있다.

근처에서 쉬기로한 일행과 떨어져 나홀로 무덤을 걸으며, 난 그 선택을 조금 후회했고 내자신이 가을햇볕에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이 된 기분을 느꼈다. 비지땀을 짜내면서도 하염없이 걷다보니 머릿속 먹구름도 덩달아 걷히는 듯 했고 왕릉을 떠나 집으로 올땐 오늘 여행이 참좋았다고 생각했다.

은하수공원에서 할머니를 보고나서 무덤을 등지고 아래를 바라보면 한껏 트인 전경속 봉분들이 나를 반기는 것처럼 느껴질때가 있다. 어두운 밤의 묘지는 조금많이 무서울것 같지만 한낮의 무덤가는 고요하고 다정하다. 여덟편의 글을 다읽고난뒤 이책에서도 그런 애처로운 다정함을 느꼈다.


소설속 상실에 대처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의 어떤마음들을 그렸다.
사비와 키위를 그리워하며 팔을 자르는 마음을 생각했다. 슈슈를 읽으며 나와 너의 감정의 크기가 달라서 서러웠던 날들을 생각했다. 왜나는그게당연하다고생각했을까? 나는너의애인으로만 살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보니 퓨즈나간 고장난 밥솥같던 어떤시절이 생각났다. S의 없는몸을 애도하며 이제는 연락하지않는 K도 가끔은 그를 생각하고 있는지. 우리의 오해와 미움은 엉망진창 뭉개버린채 굳은 클레이같고, 그런 현재를 나는 사실 기꺼워하고. 과거의 멍청한 선의가 온전한 감사로 돌아올때의 부끄러움을 생각하기도, 나의 어떤 반지자국을 더듬어보기도 했다. 아빠가 나는 이제 고아라며 울던 어떤날과 할머니가 나중에 내게 물려주겠다던 조잡한 장식품들을 챙겨 내방 책장에 가지런히 정리했던 그날을 생각했다. 나는 한묶음사람이겠지 생각하다 혹시 쩜오묶음은 없나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난 한묶음반 사람인것 같은데.


잘라내도 끊임없이 자라나는 팔처럼, 몇년이 지나도 진짜 내눈은 아닌 의안처럼,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우린 여전히 익숙치않은 상실과 불쑥 마주칠테지만 그래도 조금씩 적응하고 있으니까.
잠못드는 어떤밤 긴긴밤내내 죄책감어린 반성문을 쓰더라도 아침엔 다시 홀로 방수페인트를 칠할테니까.

읽는내내 킥킥 웃기도하고 따듯한 위로를 받는 느낌도 들었다.
엉망진창같은 현재를 한번잘살아내보자 서로 다짐하는듯했다.
다읽고나니 괜히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좋은글이었다.


*한겨레출판 서포터즈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감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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