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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읽는내내 엄청 깔깔댔다. MZ세대라 불리지만 젠지는 저도 잘모르겠고요, 어쨌든 난 흔한 밀레니얼1이고, 작가도 밀레니얼 같았다. 어쨌든 내얘기하는건 재밌그든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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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갓생파트부터 자지러졌다. 내카톡방의 인간들도 갓생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예를들자면
🙄밀레니얼1: 10월 15일이 되기도 전에 초근 50시간을 채운 나 갓생인가요?
🥸밀레니얼2: 땡! 그건 공노비입니다.
갓생은 일에만 충실해선 안된다.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나자신을 가꿔야된다는데, 아쉬발 일하기도 힘든데 언제 또 시간을 내서 갓생을 꾸리냐고욧!
진심 아침일찍 출근하느라 다섯시반에 일어나는것도 개빡치는데 미라클모닝 만든사람 얼굴 보고싶다. 내생각엔 빅토리아의 비밀처럼 미라클모닝의 비밀도 분명 서울어디에 사는 늙은남자일거야😤 갓생살이에 필수라는 운동? 운동은 그냥 살기위해서 합니다. 나도몰랐지, 서른넘어선 살기위해 운동한다던 트윗을 보고 비웃던 내가 이렇게 될줄은^^….
하루하루 밥벌어먹기도 바쁜 현대인인데 갓생에 목매달며 나를 가꾸려는 우리들의 발버둥을 보며 조금은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남 갓생사는거 보면 저도 뒤처지는거 같아서 낼름 같이 하게 된다구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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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저녁도 배달의민족에서 한끼뚝딱한 나로선 배민맛이라는 말에 할말이 참많긴한데 어쨌든 다 먹고살자고 하는짓인데 그냥 복세편살 하자 싶고😢 그러다가도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에 입각해 넷플릭스나 배민처럼 깊이없이 인스턴트식의 삶에만 익숙해져가는 우리들을 보면서 그래서 우리가 반대급부로 열심히 사는것에 집착하는 것일까 하는 씁쓸함이 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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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으로 대표되는 우리들의 방꾸-집꾸는 아니다,내집은 없으므로-와 이제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인들을 위한 각종앱들을 깔아대던 나의 모습, 중고거래를 막상 하지도 않으면서 혹시몰라 키워드들만 잔뜩 관심목록에 집어넣는 나, 어렸을땐 콜포비아 이젠 톡포비아로 진화한 오늘의 나(직장인 삼년이면 콜포비아도 완치된다) 대신 이젠 퇴근하면 꼬박꼬박 방해금지모드를 설정해놓지(이미 친구들에게 미쳤다는 소리 많이 들었다) 부장님도 퇴근한 나에게 용건을 물으시려면 전화 두번을 하셔야돼, 한번만 걸면 바로 통화가 끊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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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와 데이트어플, 스느스의 좋아요에 집착하는 우리들을 보며 틈없이 달라붙어있는 통신망의 연결속에서도 결국 우린 소통의 고갈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구나 싶다. 결국 이 부재를 어딘가에 중독되고 탐닉함으로써 채우려는 것이겠지. 물론 난 사주에 쓸 복채로 우울할땐 세로토닌을 사먹고, 사람의 뜨끈한 온기가 그리울때면 정신차려 이년아 하며 탄수화물을 처먹으며, 좋아요 숫자에는 아직 완벽하게 달관하지 못한 중생이지만 어쨌든 나도 여전히 중독되어있는 무언가가 항상 존재하니까. 우린 각자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며 가라앉을때까지 한없이 소금물만 들이키겠지.
읽는내내 엄청 공감하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결국 우리의 모습을 반추하며 쓴웃음을 짓게만드는 글이었다. 내일하루는 아침운동 때문에 맞춰놓은 알람도 끄고, 대신 배민은 시키지말구 그리고 탄산음료도 조금 줄여보고, 그리고 낮에는 핸드폰 만지는 시간도 줄여보고 그냥 나만 생각하며 다른 복잡한 생각없이 조금은 늘어지게 낮잠을 자도 좋을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니포터5기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제 감상을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