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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비밀계정 - 주눅 든 나를 일으켜줄 오늘의 편지
김도치.서반다 지음 / 이봄 / 2022년 7월
평점 :
문득 내가 빚지고있는 사람이 참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적단 불과 단님, 우리의 앞길을 먼저 걷고있는 멋진 여성 선배들, 이번에 펜타에서 여성슬램존을 꾸린 불여우단 정말정말 좋았지… 그리고 읽는페미님.
가끔 이유모를(사실 이유안다) 무력감이나 우울감이 들때면 내게 부채감을 안겨주는 고마운 이들을 떠올리며 다시 기운을 얻곤한다.
91년생의 INTJ인 나와 동갑이자 ENTP인 읽는페미님과의 거리는 어느정도일까. 같은 시대를 살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하루하루 밥벌이 고달프다 생각하면서도 남는시간엔 책을 읽고. 나는 책을 읽고나서 이런저런 생각만 하고 기분은 가라앉고 혼자 주저앉아 골똘히 다시 생각만 했는데, 읽는페미님은 글을 쓰고 게시글을 올리고 거지같은 놈들의 말에 하나하나 대꾸하고 블락하고 누가 밀어내도 다시 일어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읽는페미님은 별것아닌 일이라했지만 몇년째 꾸준히 글을 읽고쓰며 목소리를 내는 그의 계정을 보면 나와 우리모두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그건 정말이지 대단한 일인걸.
읽는페미 김도치님과 동료 서반다님의 서간문을 모아펴낸 이책은 부제-주눅든 나를 일으켜줄 오늘의 편지-에 걸맞게 읽는내내 내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하고 응원하는 느낌의 글이었다. 우린 잘못되지 않았어, 우린 옳은 길을 가고있어.
여성의 모든 신체부위를 상품화하는 세상에서 나의 의식조차 온전할수 없는데, 텔레비전을 보며 가족과 조잘조잘 대화하다가도 화면속 어떤인물에 대한 가족의 무신경한말에 나혼자 불편한 마음으로 날선 대꾸를 하다가 뒤에선 어느순간 맘속으로 ‘그래도 건강을 위해선 저정도는 아니지않나’하며 누군가를 평가하는 나, 처진 두뺨을 한껏 위로 잡아당기며 남들처럼 이제라도 병원에 다녀봐야 하나 하다가 화들짝 그생각을 지워보는 나, 며칠간의 식도락 여행을 다녀오고 집에 돌아와 체중계에 슬그머니 올라서서 당분간 식단관리를 해야하나 고민하는 내가 하나둘 차곡차곡 죄책감이 되어 쌓이고쌓여 나를 짓누른다.
식폭행이라는 말을 쉽게하는 너, 피부과에 큰돈을 결제했다고 하는 너, 소개팅을 위해 가방을 렌탈했다고 하는 너, 아직도 만나는 남자 없냐고 만날때마다 물어보는 너.
우린 일년에 두세번은 꼭 편지를 주고받는다. 그게 대학서부터 지속되었던 너와 나의 오랜 습관이었고, 기쁨이었다. 나는 예전에 우리의 개같이 힘든 이 직업이 그래도 우리를 재정적으로 오롯이 서게하는 직업이라 좋다고 썼다. 나는 이렇게 영원히 혼자살거니까 언제든지 같이 룸쉐어 하고싶으면 함께 살자고도 썼다. 해마다 너에게 보낼 선물상자를 꾸리며 그해 내가 가장 재밌게 읽었던 소설과 함께 슬쩍 네가읽을만한 페미니즘 인문서도 넣곤했다. 물론 기대했지만 넌 읽지않은것 같았다. 언니의 비밀계정을 다읽고 너에게 줄 책을 한권더 샀다. 이번에는 꼭 읽어봐, 너랑 나처럼 친구끼리 편지를 주고받은걸 모아서 책을냈대.
읽는내내 힘이났고 정말좋았는데 막상 읽으면서 들었던 이생각저생각을 쓰다보니 우울한 감상문이 나오고말았다.
그래도 진심으로 네가 꼭 이책을 읽어줬으면 좋겠다. 어느땐 연락두절에 내킬때만 답장하고 말주변도 없이 툭툭 던지는 모난 말만 하는 나에게 항상 먼저 연락하고 네가 참좋다고 말해주는 네가 나도 참 좋으니까. 내가 좋아하는걸 너도 같이보고 함께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친구야.
읽는페미님의 인스타그램 서평이벤트를 통해 책을받고읽고 제감상을 썼습니다. 정말 돈주고 사서 읽어야되는데 게시글에 응원댓글달고 책을 받아버려서 민망하고 죄송했어요. 대신 칭구칭긔들에게 선물로 뿌리려고 책주문을 했지,,,, 읽는페미님 항상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