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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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으로 누구하나 후려갈기면 과실상해가 될것만 같은 두께가 무색하게 순식간에 다읽었다.
일단 좀 신뢰부터 쌓자며 내게 말거는 책의 첫문장을 시작으로 화자와 시간대의 변화가 챕터마다 전환되어 초반엔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조금씩 이야기가 쌓이면서 촘촘히 엮어나가는 재미가 훌륭했던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오스나트의 등장부터 본격적으로 이 이야기에 푹빠지기 시작했는데, 바없는바라는 이름부터 수상쩍었던 어느 술집의 플레이리스트가 딱 내취향이었고, 그순간 갑자기 술집안에서 단골 비조가 지겹다고 투덜대던 픽시스의 노래 gigantic이 울려퍼지기 시작했으며, 노래를 선곡한 바텐더 겸 디제이인 오스나트가 알라나하임의 모습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위스키 한병을 들고 오밤중에 집도절도없이 거리를 방황하는 찌질이 벤은 제시아이젠버그가 되어있었고 그때부터 정신없이 사백쪽이 훌훌 넘어가기 시작했다.

술 한잔에 기억 하나!
울프의 기억저장고를 보며 군침을 흘린건 나뿐만이 아니었겠지.
이제는 볼수없을 팔미라를 거니는 어떤이의 기억이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라이브 공연을(셋리에 발레리 있어야됨!) 함께한 누군가의 기억이 담긴 술이라면 적금 하나 정도는 각오해볼수 있는데.
2017년 리브포에버롱 공연후 금세 다시 만날줄 알았던 푸파이터스의 공연은 이제 다시 만나더라도 더이상 테일러의 드럼소리는 들을수 없겠지. 휘발되버린 내기억을 다시 살려 시원한 맥주 한잔 속에 저장해두고 싶다. 마실때마다 다시 머릿속에서 들을수있게.

너무 흥미로운 설정이다. 누군가의 기억을 마셔 마치 내것처럼 만들수 있다는것이. 타인의 기억으로 정말 진실된 내적 성장을 이룰수있을까.
벤이 스테판에게 맞서기위해 만취가 될정도로 엄청나게 훌륭한 기억들을 마셔댔지만, 결국 악당을 쓰러트린건 하찮게 여겨진 본인의 그것이었다는게 뭐랄까 약간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벤이 정말로 기억을 마셔서 그랬듯, 아니면 이 모든 여정덕분에 그러했듯 어쨌든 마침내 어떤 성장을 이룩했다라는게 느껴졌다.

소설은 큰 줄거리와 곁가지처럼 내게 말거는 책의 대화, 중심인물들의 과거와 현재가 섞여 진행되는데, 읽다보면 ‘아 이래서 이 인물이 이렇게 반응했던거구나.’ ‘아 아까 그소리가 여기서 말한거야?’ 이런식으로 내용이 전개되면서 책을읽는도중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곤 했다.
마지막장에 이르러 벤과 오스나트, 요아브와 나에게 말을 걸었던 이책은 정말로 끝이났지만 내가 이책을 펼때마다 다시 또 내게 말을 걸겠지. 정말 유쾌한 경험이다.

재밌는 포인트 많았는데 번역이 정말 골치아팠겠다 싶은 부분들이 꽤나 있었다.
특히 암호문 해독하는 장면!!!! 괜한 오기로 책읽다가 한번 누가이기나보자 하고 일일이 대조해봤는데 하다가 번역가님 제정신?소리가 절로 나왔다; (사실 126까지만 대조해보고 이후는 포기함ㅎ…)

읽는내내 나도 같이 텔아비브의 골목을 누비며 함께하는 기분이었다. 즐거운 상상의 세계속에 탐닉하게 해준 푸른숲 출판사 감사합니다.
이글은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직접 읽고제 감상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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