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2.여름호 - 74호
공원국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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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장르소설잡지 계간미스터리 여름호는 표지부터 으슬으슬한 장마철에 읽기 딱좋은 모습이었다. 한껏 기대를 안고 펼친 이번호의 특집기사는 영미권과 일본, 한국의 미스터리 흐름과 현재를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내가 가장 익숙하게 여기는건 영미권 추리미스터리인데, 그마저도 내가 소설을 읽고 이해하는 정도는 아주 협소한 시야내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런글을 읽을때마다 눈이트이는 기분이라 정말 즐거웠다. 도메스틱 스릴러와 페미니즘의 연계와 넷플릭스를 필두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으로 변화한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의 작법변화에 대한 내용은 정말 흥미로웠다. 사실 카카페를 앞세운 웹소설시장이 본격적으로 자리잡으면서 장르소설의 스토리진행도 이전에 비해 에피소드의 호흡이 많이 짧아졌다고 생각했던터라 결국 다들 비슷한 흐름으로 가는건가 싶은 아쉬움도 들었다.
한일양국의 미스터리 흐름을 비교해가며 읽는재미도 쏠쏠했다. 일본소설은 정말정말 유명하다고 할만한 것들만 겨우 읽은 정도라 특수설정미스터리라는 개념이 뭔가 신기했는데, 사실 한국에서도 요즘 장르끼리 섞이는 경향을 보면 나름 이것도 비슷한 흐름이지 않나 싶었다.

이번 신인상 수상작인 호모겔리두스가 이런 케이스의 혼합장르 sf미스터리라 재밌게 읽었다. 사실 족굼 예측가능한 스토리였지만 쑥쑥 읽히는 재미로 따라가다 이제 점점더 재밌어질것 같은 부분에서 끝나 정말 아쉬웠다. 인터뷰에서 장편계획이 있다는 답변을 듣고 더뻗어나갈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하다.
서간문 형식으로 진행되는 탐정소설가의 사랑도 재밌게 읽었는데 이야기속의 이야기로 빠지다가 마지막의 추신을 읽으며 어디부터가 소설인지,아니면 정말 있었을지도 모를 어떤 과거일지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항상 애독하고 있는 연재글도 흥미로웠다. 내가 싫어하면서도 싫어하지않는(…) 알탕물을 왜아직도 놓지못했는지의 대한 이유를 읽으며 약간 팩트폭행 당하는 듯한 기분도 느끼고, 결국 미스터리가 가야할길-사회적장르로의 복귀-을 읽으며 언젠가 다시만날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이해를 보여주는 멋진 장르물이 하루빨리 나왔으면 하는 소망이 들었다.
나는 사실 모비딕을 십여년전에 읽고 두번다시 펼치지않은 사람이라, 모비딕 예찬을 읽으며 내가 읽었던 그 노잼소설에 이토록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했었나 하는 의아함과 이제라도 다시 읽어야되나 싶은 호기심 사이에서 연신 갈등하며 글을 읽었다. 사실 각주를 읽으며 나는 프랑켄슈타인과 허클베리핀의모험으로 펼칠 다음 연재물이 더기대되긴 했는데, 어쨌든 결국 난 근시일내 다시 모비딕을 펼칠것 같은 기분이다. 하트오브더씨도 자극하지못했던 모샤딕의 공포를 이번여름엔 다시한번 느껴봐야지😂

추리소설가가 된 철학자를 읽으면서 장미의이름 다시읽기를 하는것 같았다. 줄거리와 트릭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는 장미의이름이 어렵고 장황한 수사들을 덜어내고 한결 쉽게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장미의이름만 읽고나서 차마 펼칠 용기도 못낸 푸코의진자를 한번 읽어볼까 하는 호기심도 품게 만들었다. 휴 아직은 어렵고 조금만 더 용기를 장전하고 읽어야지…!

항상 느끼는건 신간리뷰는 “대 영업의 장”같다. 왜냐면 당장 지난호를 읽고나서 장바구니에 담았던 책이 한두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물론 그렇게 사고 늘그렇듯 대부분 아직도 못읽고 묵히는중…😭) 한줄로 표현하는 기막힌 평들을 보면 꼭 호평이 아니더라도 아이건 딱내취향이겠는데, 싶은 기운이 온달까? 결국 이번호를 읽고도 장바구니가 풍성해졌는데 조만간 또 가득찬 장바구니를 비워야지!

이번호도 마찬가지로 자세히 리뷰하지못한 정혁용x민지형 두 작가의 서간대담이라던지, 소년심판 제작자 인터뷰와 작가의 방, 여러 소설들에 이르기까지 풍성하고 짜임새 가득한 구성이라 읽는내내 행복했다.
두꺼운 장르잡지를 비내리는날 카페에 앉아 오후내 호로록 다읽어내리며 축축하고 푹푹 꺼지는 듯한 이번 여름을 이겨낼 또하나의 원동력을 찾아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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