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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날개의 작가소개가 심상치않았다.
“내목표는 하나입니다. 지루한 책 쓰지않기.”
작가의 호언장담대로 책은 재밌었다. 아마도 또래들이 읽으면 더재밌을것 같았다. 읽는내내 다녀본적 없는 미국의 공립중학교 하굣길을 따라걷는 기분이었다. 왠지 내 어린시절이 아롱아롱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학생들의 발걸음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다. 열갈래로 흩어지는 길을 따라걷는 학생들의 발걸음은 가볍게 토독토독 걷는 걸음도, 터벅터벅 축처진 걸음도, 쌩쌩 보드를 타고 날듯이 가기도 하는, 제각기 다른 모습들이다. 저마다 다른 모습들로 하교하는 아이들은 그 걸음걸이 만큼이나 품고있는 생각과 고민들도 제각각이었다.
아파서 학교를 한달이나 쉰 재스민은 과학시간에 배운 우주에서 가장 강한 생명체라는 물곰같은 사람이 되고싶다. 친구들의 짤짤이를 몰래털던 반삭파는 항암치료를 하는 부모님의 마음의 짐을 덜고싶은 꼬맹이들이었고, 항상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쿨해보이는 피아는 아직 언니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굣길에 늘 공책에 코박고 걸어가는 파티마는 세상을 바꾸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아웃팅 당한 친구를 위해 싸우는 우정과, 누명을 쓴 형의 출소를 기다리며 친구를 원망하지않는 우정도 있었다. 새치모는 드디어 커다란 개를 친구로 삼게되었고, 익살쟁이 신시아는 언젠가 그의 수퍼히어로처럼 멋진 스탠드업코미디언으로 자리매김할것이다. 사총사의 고백대작전과 엄마의 교통사고이후 엄마껌딱지가 된 캔턴의 걱정까지 모든 고민들과 생각들이 너무 귀엽고 생기넘치고 때로는 내 눈가를 촉촉하게 만들었다.
한가지 재미있었던 점은 이 연작소설이 라티머중학교의 하루동안의 하굣길을 보여주는 내용이라 한챕터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조금씩 다른 챕터에 언급된다는 점이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도 동네에서 제일 큰중학교에 다니면서 한학년에 반이 열개가 넘어갔지만, 단한번도 같은 반을 하지않았던 아이들의 얼굴과 별명 정도는 알았다. 어느날 나와 그날처음 말을섞었던 얼굴만 알던 애가 소개도 하지않았던 내별명을 자연스럽게 불렀던 기억이있다. 그런 기억들이 떠오르며 괜시리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딱히 졸업하고 회상해본적 없던 우리반 재간꾼들과 교과서에 코박고 복도를 걸어가던 반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물론 때로는 책속의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순간순간 워클리선생님으로 빙의하곤 했지만 읽는내내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기운에 나도 흐뭇해지는 기분이었다.
매일매일 하루하루 반복되는듯한 하굣길 일상속에서 사실 아이들은 다채로운 꿈을 꾸며 걸어간다. 작가는 북토크에서 “아이들이 매일 반복하는 평범한 일상 속에 마법이 있다”고 했다. 우리모두 그 마법의 시간을 거쳐 어른이 되었다. 그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하는 책이어서 좋았다.
밝은세상 서평단 활동을 통해 읽은 책으로 제 주관적인 생각과 감상을 담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