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 미투 운동에서 기후위기까지
리베카 솔닛 지음, 노지양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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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너와 나의 이야기이자 우리가 살고있는 이곳, 지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솔닛이 발표한 여러글을 묶은 이 에세이는 인종,젠더,계급,환경 등 여러 주제를 망라한 내용을 담고있다.

페미니즘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갖기시작했을때 내가 처음 집어들었던 책중 하나가 솔닛의 것이었는데, 당시에도 그리 어렵지 않은 말로도 여러 현안에 대한 깊은 통찰과 지혜를 속속들이 전달해주는 느낌이었고, 이책또한 그러했다.

솔닛의 이야기는 공감대를 자아낸다. 일찍이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탄복하게 만들었던 그는 매 칼럼마다 우리가 느끼는 그 미묘한 감정과 순간들을 포착한다. 그중에서도 내가 읽는내내 가장 깊게 빠져들었던 글은 이모든분노 편이었다.

170p) 분노의 대부분은 좌절에서 비롯된다. 존중과 평등을 요구할 수 없고, 자신의 몸과 운명을 좌우할 수 없음에서 오는 무력감과 다른 여성이 당하는 차별을 목격하면서 쌓여가는 우울감이다.
173-174p) 여성에게 고분고분하고 순응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여성의 화는 화가 난 이유보다는 화를 냈다는 사실 자체만이 강조될 것이다.
181p) 화anger라는 단어는 사실 아무거나 담는 바구니 같은 단어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감정들이 모두 포함된다. 이 안에는 격분도 있고 울화나 좌절도 있는데 보통 가해자를 향한 반감보다는 희생자들에 대한 공감이나 연대의 감정을 말한다.
183p) 위대한 운동가들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기는 사랑이었다. 그들이 화를 낼 때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사회가 피해를 입을 때였다. 그들이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건 보호이지 복수가 아니다. 사랑이 핵심이다. 분노는 선택이다.


이후 이어지는 내가남자라면 편을 읽고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기울어진 평형대 위에서 우리는 곧게 걸어갈수 있을까. 어느한쪽 젠더를 넘어 모두의 한계선을 지워야 될 필요가 있지않을까.

198p) 젠더는 우리에게 공간을 형성한다. 사회적 공간, 발화의 공간, 직업적 공간, 그리고 말 그대로 물리적 공간을 형성한다.
199p) 그리하여 나는 남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저 우리 모두가 자유롭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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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닛은 여러 편에 걸쳐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짚는다. 남풍경manscape으로 명명함으로써 영속되는 젠더성과 영웅주의에 대한 비판, 자본주의에 예속되는 시간과 역사들. 책한권을 다읽고나니 제목이 참으로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더욱 크게 소리치고 알려야한다. 이야기는 청자를 부르고 듣는사람은 입을열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할것이며 함께모아 나누는 발화는 새로운 생각을 세계에 심을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란 마치 물의 흐름과도 같아서 유속이 느리든 빠르든 결국 앞으로 나아간다. 백래시가 몰아치는 이순간에도 물살은 돌고돌아 굽이칠지언정 결코 거꾸로 흐르진않는다. 솔닛의 책 한권을 다 읽고 나는 우리의 목소리와 외침, 앞으로의 언대에 대해 조금더 희망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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