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노 요코를 처음 알게 된 건 『100만 번 산 고양이』을 읽고 나서였다. 삶과 죽음에 관한 그림책 중 최고의 작품이자 (내 눈물버튼)인 이 작품은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 있었는데, 에세이 분야에서 헤매다가 반가운 이름을 발견하여 (그리고 제에 엄마라는 단어가 있어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시즈코 상』은 그림책 작가이자 딸인 사노 요코가, 치매에 걸린 엄마를 마주하며 겪는 감정의 과정을 기록한 에세이로, 어린 시절부터 축적되어 온 증오와 반감, 돌봄을 선택하는 순간 느끼는 죄책감, 그리고 엄마로부터 받아온 복잡한 감정들이 과장 없이 담겨 있다. 저자가 그토록 미워했던 엄마를 미화하지도, 이해했다고 단정하지도 않은 채 끝까지 응시한다는 점 때문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엄마에 대한 감정을 다루긴 하지만, 교훈적이거나 아름다운 서사로 쉽게 도망치지 않는다. 도망칠 수 없었던 것일수도 있다. 저자에게는 엄마 말고도, 말없이 존재하는 아버지, 어린 나이에 죽은 형제들, 그리고 엄마를 똑같이 미워했던 자매들 등, 모두가 서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감동적인 가족의 서사라기보다, 서로를 아직 이해하지 못한 채 같은 삶에 머물르는 이야기로 읽힌다.

나는 엄마가 나를 괴롭혔던 일을 한동안 까맣게 잊어버렸다. 참 이상한 일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하나둘 그때의 일들이 떠오르더니,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98쪽

엄마에 대한 딸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흔히 볼 수 있는 비극이다. 그리고 이 기억은 떠올리려고 할수록 더욱 비극적이게 된다. 이 기억을 파고들면서 엄마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는 연민과 분노, 책임감과 냉소가 뒤섞인 감정들은 어느 하나가 옳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솔직하다. "나는 돈으로 엄마를 버린 게 확실했다. 사랑 대신 큰돈을 지불한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실버타운에 모시기로 결정하는 장면에서 저자는 해방감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며 돌본다는 말 뒤에 가려진 현실의 무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엄마의 기억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엄마, 엄마는 대체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요? 행복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나요?”

188쪽

엄마의 삶이 불행의 연속이었다는 인식 앞에서, 삶의 행복한 말년을 묻는 질문은 잔인할 만큼 공허하다. 자신을 돌본 존재를 돌봐야 하는 딸이라는 위치, 그러나 과거의 상처로 인해 끝까지 돌보지 못하는 현실. 이 책은 그 모순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다.

저자와 엄마, 이 모녀는 서로에게 잔인할 만큼 멀어 보이지만, 『시즈코 상』의 후반부에 들어서면 마음이 묘하게 뭉클해진다. 치매로 점점 아이가 되어가는 엄마와 가까워지며 저자가 남긴 문장, “나는 처음으로 엄마의 발을 쓰다듬었다.”는 화해나 구원의 선언이기도 하지만 서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점에서 이루어진 진심어린 접촉을 의미한다. 말로는 끝내 건너지 못한 감정의 간극을, 몸의 감각으로 조심스럽게 건너간 것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야말로 『시즈코 상』이 건네는 가장 정직한 위로일지도 모른다. 부모를 사랑하지 못한 마음, 미워했던 기억, 그럼에도 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사노 요코는 ‘착한 딸’의 서사를 거부함으로써, 더 넓은 공감의 자리로 우리를 초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두를 위한 비트코인 -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은
나탈리 브루넬 지음, 임지원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트코인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아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설명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흐름과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아 기대가 큽니다. 읽으면서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느꼈고, 관심 있는 분들께 충분히 도움이 될 책이라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을 처음 접하는 분들께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헤맨 만큼 내 땅이다
김상현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위로해 주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 사람을 남기는 말, 관계를 바꾸는 태도
이해인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8월
평점 :
일시품절


평온함을 주는 책이네요. 좋은 책 감사합니다. 공감이 많이가고 책의 지은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 - 조현병 엄마와 함께
나가노 하루 지음, 조지혜 옮김 / 낮은산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어릴 때 자연스레 보호받는 입장에서 살아가며 성장한다. 그러나 모든 어린이가 그런 특권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이들은 오히려 부모가 더 아프고, 돌봄이 필요한 상황 속에서 자라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자기 자신보다 타인을 돌보는 일을 우선시해야 할 때, 삶은 그 어떤 동화보다도 혹독해진다.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는 여덟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조현병을 앓는 엄마를 돌보기 시작한 나가노 하루의 이야기다. 그는 평범한 아이로 사는 것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황금의 몸과 만 년의 마음’을 지닌 존재로 치장한다. 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스스로를 신화로 둘러싼 채 살아남으려 했던 그의 이야기는, 성장과 생존의 경계가 무너진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1부는 어린 시절부터 십대까지 이어지는 ‘끝없는 비상사태’를 기록한다. 예컨대 병원을 가기 위해 탄 전철 안에서, 엄마는 갑자기 바닥에 대자로 누워 일어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 일상이었고, 매번 환청과 망상에 휩싸이는 엄마를 지켜내기 위해 저자는 스스로를 신과 가까운 존재라고 최면을 걸었다.


하지만 신화적 비유로 자신을 감싸고 있어도, 어린아이로서의 외로움과 부끄러움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아무도 오지 않은 운동회에서 느낀 공허함, 선생님과 친구들의 관심을 갈망했던 마음,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의 행동 앞에서 겪은 좌절감. 그것들은 사실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경험했을 감정이지만, 그에게는 훨씬 더 깊고 날카로운 상처로 다가왔다.


결국 아무리 스스로를 신으로 포장해도, 아이는 아이일 수밖에 없다. 어린 돌봄자가 겪은 정서적 후유증은 2부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아직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에 돌봄자가 된 그는 정신적·신체적 고통에 시달리며 결국 스스로도 돌봄이 필요한 존재가 되어간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그는 타인을 돌보는 일에서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로 서서히 방향을 틀며, ‘황금의 몸’에서 벗어나 다시 자기 자신의 몸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기록한다.


이 책은 ‘영 케어러’라는 사회적 문제와 맞닿아 있지만, 무엇보다도 담담하면서도 시적인 저자의 문장에 독자는 깊이 빠져든다. 자식으로서의 삶과 개인으로서의 삶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또 그것이 사회와 어떻게 맞부딪히는지에 대한 생생한 체험은 읽는 내내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는 어린 돌봄자의 삶을 넘어, 우리 모두가 근본적으로 취약한 존재임을 일깨운다. 그리고 타인을 돌보는 일을 넘어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로 돌아오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삶과 연대의 의미를 새롭게 마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