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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녀 -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김남주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종종 생각해오지 않았던가. 한순간 그녀는 자살을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새소녀는 죽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새소녀’라는 제목에 혹해서 산 책(아쉽게도 새는 많이 안 나옵니다)! 살림보다는 사냥과 모험을 하고 싶었던 새소녀와 부족 내에서 인정받기보다 땅과 산 너머 무엇이 있는지 궁금한 다구, 이 두 사람이 자신의 부족을 벗어나면서 겪는 이야기.
1. <새소녀>에서 개인의 선택은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생존과도 밀접해 있다. 개인의 꿈과 공동체의 꿈은 교차하지 않는다. 특히 구성원 하나하나의 역할이 소중한 작은 공동체일수록 그렇다. 개인이 자신의 삶을 꿈꾸는 것처럼 공동체 역시 세대에 걸친 노력을 통해 다수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애써왔다. 이 이야기는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또 어떻게 갈등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2. 공동체에서 벗어난 나인들은 귀신이 된다. 전통과 규칙은 개인을 억압하고 착취하지만, 단순히 전통이 싫어서 떠나서는 안된다. 한번 떠난 사람이 쉽게 돌아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공동체는 그렇게 인내심이 많지 않다. 전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은, 명확한 길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의 부제처럼 따라갈 수 있는 ‘꿈’이 있어야 한다.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다른 이들에게 이름을 뺏기며 그저 귀신으로서만 목숨을 연명한다.
3. 아픔을 겪은 사람들은 이전과 다른 친절을 배운다. 그들의 말은 사려 깊으며, 그들의 침묵은 그보다 더 따듯하다. 말없이 서로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일은 아픈 축복이지만 그 축복을 통해 인간은 성장한다. 인간은 살면서 원치 않는 시련과 견딜 수 없는 변화를 겪으며 예상치 못한 미래에 들어서게 된다. 어떤 미래든 자신이 원한 미래가 아니기에, 그저 최선을 다해야 할 뿐이다.
<새소녀>는 꽤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은 현대인들과는 많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다구와 새소녀뿐만 아니라. 다구의 어머니, 새소녀의 오빠들 등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마음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 인물을 아끼는 마음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는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