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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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193.
오직 나아가는 사람만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주할 수 있는 거군요 "
준서는 꿈을 꾸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덫을 마주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제자리에 있는 거야.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고, 다른 이들이 나아가는 것만 지켜 보는 삶이지."
“저도 그러면 모험가가 될래요!"
"그래, 준서야. 내가 사람 볼 줄 아는 눈을 가졌지. 너는 원하는 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는 준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그리고 언덕 위의 노르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사람은 꿈을 갈구하는 만큼 방황하게 되어 있단다. 혹 시 길을 잃더라도 주저앉지 말거라"

p232.
“몰라, 복잡한 이야기는 빼고 설명해 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으로 공중을 휘젓더니 자세를 고쳐 앉았다.
"어쩌면 저는 서울 이데아를 꿈꾸고 한국에 온 게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그렇고 한국의 많은 청춘들 도 어떤 환상을 꿈꾸면서 서울에 온 게 아닐까요. 하지만 저 는 서울이 단 하나의 이데아만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요. 이곳에 사는 모두 각자의 서울 이데아가 있는 거죠. 이 런 생각 끝에 오늘 저는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게 됐어요.

p
" 그런데 준서는 과 활동에도 그다지 관심 없는 것 같고, 신촌 테니스에서도 그다지 만족감을 못 느끼는 것처럼 보 였어. 내가 보기에 준서는 어디서나 준서인 것 같아." 준서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말을 이었다.
"종종 캠퍼스에서 준서를 보곤 했거든. 축제 때 혼자 다 니는 것도 그렇고, 인문대 앞 벤치에서 홀로 책 읽는 것도 그렇고, 함께 술집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어쩌면 준서는 파리에서도, 모로코에서도 이 모습이지 않았을까."
"저는 소수민족이거든요"
준서는 잠시 턱을 매만지더니 답했다.
"소수민족? 정말 엉뚱하다니까"
그녀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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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서는 모로코에서는 한국인으로 대해지고 한국에서는 또 다른 이방인으로 대해진다. 실제 발 딛고 있는 물리적 위치와 다르게 어디서도 소속감을 온전히 갖지 못한다.
신기루같은 마음 둘 고향을 찾아 서울에 왔는데 잘해보려고 한 행동들이 다 조금씩 어긋난 결과로 돌아와서 안타까웠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나만 따로 노는 느낌이 드는 기분을 안다. 그래서 소설 내내 발 디딜 곳을 찾는 준서의 여행을 응원하며 읽었다. 해피엔딩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결말이지만 한권으로 같이한 그의 모습을 생각하면 결국엔 원하던 곳을 찾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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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가 만든 숲 - 소설 내러티브온 3
나인경 외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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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보단 장편을 선호하고 단편집은 보통 좋아하는 작가가 있을 때 읽는편이어서, 8명 전부 신예작가 글인게 새로웠다.

8개 중 한 두개라도 취향인 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펼쳤는데 각기 다른 소재들이 각각의 방식으로 흥미로워서 재밌게 읽었다. 전부 다 초면인 셈인데 시작이 좋다.

🌳 구도가 만든 숲
구도가 사람이름일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첫문장부터 의외였다. 재차 겪게되는 상실의 슬픔에 매몰되지 않고 터무니 없는 일을 벌이더라도 그리워만 하진 않겠다는 결연한 태도가 좋았다.

-얼그레이, 말차맛 도넛 보고 온통 풀맛이라고 하는 건 좀 웃겼다

🌑 자개장의 용도
잠잠히 생각 할 여지가 많은 이야기였다. 어디로든지 문처럼 쓰는 자개장. 다만 알아서 돌아와야 되기 때문에 쓰려면 돌아오는 길을 계산해서 떠나야 한다. 비용, 시간 등 자개장은 얼핏 자유를 준 것 같으나 족쇄 같기도 했다. 결국 멀리 떠나기 위해 자개장을 썼던 것도 아이러니하게 느껴졌고 생각할 수록 생각할 지점이 늘어간다.

📦 저 외로운 궤도 위에서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들을 읽을때마다 언제쯤 이 모든게 소설같이만 느껴질까...생각하게 된다. 이번 공장사고와 같은 결이다. 결국 사람의 안전보다 자본을 우선해서 일어나는 비극들.
소설 속 영웅이 된 배송기사 유진은 이전 참사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가해자는 변하는 일 없이 피해자가 또 다른 일의 피해자와 연대하는 게 참 현실적이고 그래서 슬펐다.

시기가 시기라 많이 착잡한 마음으로 읽었다.

⚔️프로메테우스의 여자들
예수와 그리스로마 신화를 섞은게 참신했다. 둘다 잘 몰라서 처음에 눈치를 못챘다가 중간부터 알아차렸다. 까마귀가 살을 뜯어 먹는 벌을 색다르게 바꾸고 합쳐놓아서 재밌게 읽었다.

표지 뒷면의 “각자의 궤도를 지키려 애쓰는 마음들” 이라는 문장이 딱 맞았다. 다 다른 소재지만 결국 부정적인 상황 속 일상을 지켜내는 이야기들이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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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가면
설재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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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체 내용이 아니라 일부 발췌로 진행하는 서평단이라 새로웠는데 생각도 못한 굿즈에 우편 열자마자 설레버렸다.

의도치 않게 책보다 굿즈를 먼저 받은 느낌! 너무 귀여워서 나도 애린이 생일파티 가고싶다..탄수화물 지옥 너무 좋아.

손바닥만한 크기로 63페이지 분량이라 되게 짧은데도 등장인물들이 제법 매력적이라 이후 이야기 전개가 특히 기대된다.

종욱과 애린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무슨일이 있었던 건지, 왜 애린의 눈엔 종욱이 보이는지, 트로피는 과연 어떻게 밖으로 나가 성주를 관찰할 지, ‘선수 였었다’라고 말한 인봉은 그 광경을 보고 이후 생각이 바뀔지... 등 궁금한게 많다. 티저 맛보기 느낌인데 얼른 전문 읽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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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는 맛 - 먹고 사는 일에 누구보다 진심인 작가들의 일상 속 음식 이야기 요즘 사는 맛 1
김겨울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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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밥먹듯이 ~ 한다.’ 라는 말을 쓸 때마다 생각하는 게

분명 ‘꽤나 자주 무얼 한다’ 라는 뜻의 말이 나에게 쓸 땐 ‘되게 자주 뭘 하지 않는다’가 되어버린다는 거다.


 한창 pt를 받을 때도 가장 힘들었던 건 식단이다. 먹고 싶은 걸 참는 것 보다. 매 끼니를 챙겨 먹는 게 훨씬 힘들었다. 평균 한끼 많아야 두낄 먹는데 선생님 하루 세끼를 먹어야 한다니요...? 어떻게든 근육량 표준을 만들기 위해 꾸역꾸역 먹긴 했지만 하루 종일 배가 부른 느낌이 정말 싫었던 기억이 난다.


  “뭐 먹을래? 먹고 싶은 거 있어?”

와....

이 질문도 내게 평생의 숙제이지 않을까 하는데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는 경우가 손에 꼽기 때문이다. 하물며 입도 짧은 편이라 얼마 먹지도 못하는데 굳이 내가 먹고 싶은 거 먹어야 할까...? 그냥 적당한 음식을 적당한 양으로 끼니를 때울 정도로만 먹으면 되는 거 아닐까..?


 평상시에도 공복을 선호하는 편이고 왜 인간은 주기적으로 무얼 먹어야 하는 건가.. 꽤 자주 생각한다. 왜! 인간은! 이토록 비효율적인가...ㅠㅠ


이렇듯 먹는 걸 크게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도리어 음식을 즐겁게 잘 먹는 사람이 좋다. 내가 잘 즐기지 못하는 부분의 즐거움을 누리는 상대의 모습이 좋다고 해야 하나. 마찬가지로 이 책도 그래서 재밌게 읽었다.


먹고 사는 일에 누구보다 진심인 작가들의 음식 에세이라니 먹는 일에 누구보다도 진심이 아닌 사람으로서 신기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좋아하는 음식을 찬양하는 글, 위로가 된 음식과 사람 얘기 , 추억 속 음식 등 음식 에세이 하면 딱 떠오르는 내용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고 식탁 위 다양성 존중(채식)과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글, 누군갈 먹이고 챙기는 마음에 대한 글들은 신선한 마음으로 읽었다.


  • 언젠가 성인이 된 딸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딸아, 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점심 메뉴를 고민 할 것이다. 오늘은 순두부찌개를 먹을지, 햄버거를 먹을지, 아니면 샐러드를 먹을지...... 뭐든 좋으니 굶지는 말아라 ...... “p182

밥 먹듯이 밥을 굶는 다 큰 딸래미는 여기서 크게 움찔했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 왜 난 어른일까... 날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달래는 게 제일 힘들어..!"

여기서도 먹는 게 제일 앞인데.. 그동안 먹는 것에 되게 소홀하긴 했지.. 읽는 동안 반성을 많이 했다.


 특히 ‘오늘의 손님은 나 한사람 (김현민)’, ‘가장 중요한 재료는 마음 (임진아)’ 부분을 읽으면서는 과거에 잘 챙겨 먹었던 지난 날들이 떠올랐는데, 그렇지 잘 챙겨 먹어야지 스스로 되뇌었다.


“세상에 맛있는 게 이렇게나 많은데, 인생도 이렇게 맛있으면 좋겠다.”

띠지 문구를 정말 잘 뽑았다.

인생도 달달했으면 좋겠는데 요즘 왜 짜고 맵고 쓴 날들의 연속인지..ㅎ 책을 받은 시점이 딱 그 정점이라 식욕이 뚝 떨어졌었는데 덕분에 입맛의 회복이 빨랐다.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큰 흥미가 없는 사람도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즐겁게 읽었습니다 :>


여담+

치킨은 별로, 닭볶음탕의 감자, 찜닭 속 당면, 피자 옆 오븐스파게티, 족발은 막국수, 감자탕엔 우거지, 돈까스 옆 샐러드를 더 좋아한다. 항상 본식보단 곁다리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입맛부터 글러먹었다고 자학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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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에이플랫 시리즈
강상준 외 지음 / 에이플랫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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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김혼비 작가님의 글을 사랑하는데 추천사를 쓰셨다기에 관심이 갔던 책이다. 취미가 세상을 한결 다정하게 바라보는 눈빛같다니 어떻게 이런말을 쓰지? 싶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해가 갔다.

책 도입부에 쓰인 말처럼 생각보단 전문적인 내용들이 꽤 있었다. 취미얘기라 마냥 즐겁고 소소한 일들을 생각했는데.. 이들이 취미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을만큼 전문적인 내용이 많았다. 과연 "돈을 써가면서 즐기는" 사람들이구나 했다.

큰 갈래를 총 다섯가지로 나누고 그 안에 각각의 얘기들이 있는데 난 첫챕터 "MY LIBRARY"가 가장 좋았다. 내 취미는 보통 그림, 만들기, 독서, (어쩌면 반려식물까지?)인데 그래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해당 챕터의 첫 꼭지부터 너무 좋아서 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기도 했다ㅎ

책에는 글,영화,음악,게임,스포츠,식물 등 다양한 분야의 취미들이 나오는데 그래서 그냥 순서대로 쭉 읽기보다 본인의 관심사 위주로 읽으면 좀 더 즐거운 독서경험이 될 것 같다. : )

아무튼 시리즈를 읽을 때도 항상 느끼지만 사람이 좋아하는 걸 말할때 나오는 에너지, 즐거움이 좋다. 나까지 신나서 관심가지게 된다. 어쩌면 책을 통해서 새로운 취미를 찾을 수도 있겠다.



- "잠 못 이루는 밤이 아니더라도, 목적 없이 읽고 싶은 한두 페이지를 발견하기 위하여 수많은 책들을 꺼내서 쌓기만 하는 고독한 밤을 어떤 사람들는 알 것이다." 때 아닌 밤의 허기에 심란해져 홀로 어둠을 바라보던 밤을 기억한다. 그리고 나는 책을 붙잡고 잠드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님을 안다. p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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