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은 최근 JTBC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화제를 모은 웹툰이다. 나는 원래 잘 몰랐는데,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니 당연히 완결이 나온 줄 알았다. 알라딘에서 책을 구매할 때도, 송곳 1~3권이 세트로 되어 있길래 3권으로 끝나는 것인 줄로 알았다. 여러 찬사들을 봤기에 아껴두고 천천히 읽으려고 실용글쓰기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는데, 3권이 끝이 아니었다. 책이 안나온 것도 아니고 그냥 원작 자체가 완결이 안된 것이다. 드라마나 만화책이나, 기다리는것 보단 몰아서 보는걸 좋아하는 나이기에, 뜻하지 않은 아쉬움이 생겼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왕 읽기 시작한거 나올때마다 구해서 읽어봐야지. 웹툰을 거의 보지 않는 나이기에, 사실 '송곳'에 대해선 아예 모르고 있었다. 알라딘 메인에서 우연히 보고, '노동조합'이라는 소재로 만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런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는다는 것이 더 신기하여 바로 구입하게 되었다. 구매 결정까지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던 또다른 이유는, 바로 '하종강'이라는 이름때문이기도 하다. '노동조합'에 대한 나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준 분이다. 하종강 선생님의 강의를 몇번이나 들었고, 책도 구해 읽었고, 강의에서 들은 내용에 나의 성찰을 담아 직접 글도 쓰고 강연도 했다. 하종강 선생님은 치열했던 내 대학시절, 나의 행동과 생각들이 '정당한 이유'를 설명해준 분이었다. 나에게 있어 그런 분이 이 책에 대고 '내 강의를 듣는 것보다 이 만화를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라고 하였으니,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웹툰 작가 주호민의 '심각하게 재밌다'라는 말은 이 작품에 대한 나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닌가 싶다. 사실 나 역시도 '노동조합'이라는 소재로 이런 재미를 끌어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사실 내가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현실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표현하는, 일종의 '의리'같은 것이 작용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그냥 재미있다. 물론 실새없이 책을 넘기게 된다거나, 캐릭터가 아주 매력적이거나 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회사와 싸우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내면적 갈등들을 소름끼치도록 현실적으로 표현해냈기에 말 그대로 '심각하게' 재미있다.
어디선가 반드시 튀어나오는 송곳같은 인간은, 바로 그 뾰족함으로 어디서든 눈에 띄고, 우리는 그를 보는 것 만으로도 쿡쿡 찔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내가 그런 송곳같은 인간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 따끔거림은 느낄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대부분 노동자이거나 혹은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노동과 노동조합에 대한 지금까지의 인식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이라는, 하종강 선생님의 책 제목을 다시금 떠올리면서, 그렇게 바라본다.
어서 빨리 다음 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 책 속의 소중한 글
| 1권 P.158 |
| ○지겹다. 강제된 선택지에 시시한 통찰을 덧칠해서 마치 새로운 답인 양 떠들어대는, 어른인 척하는 어른들의 하나마나한 조언들. 그리고 언제나 그 하나마나한 조언이 유일한 정답인 현실. | | 1권 p.192-194 | |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제 스스로도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껍데기 밖으로 기어이 한걸음 내딛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 | 1권 p.213 | | ○사람들은 옳은 사람 말 안 들어. 좋은 사람 말을 듣지. | | 2권 p.87 | | ○지는 건 안 무서워요. 졌을 때 혼자 있는 게 무섭지. | | 2권 p.176 | | ○누가 안 가르쳐줘도 다들 알고 있는 겁니다. …일하는 사람이 이런 취급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걸 느끼고 있는 거요! | | 2권 p.180-181 | | ○인간이 인간한테 어떻게 이리 독하게 구나 싶죠? …두렵지 않으니까!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오는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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