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당신에게 말을 걸다 (DRESS TO ADDRESS)
김윤우 지음 / 페이퍼스토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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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당신에게 말을 거는 이유를 아십니까?

 

특이한 제목이 주목하게 만든다. 역시 제목은 제 목을 걸고 정해야 제 몫을 한다는 걸 이 책은 여실히 보여준다. 사람이 무슨 옷을 입을 것을 정하는 게 아니라 옷이 걸어오는 말을 잘 들어보면 내가 무슨 옷을 입어야 나다움이 드러나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영어 제목도 Dress가 말을 거는(adDress)로 잡은 이유 같다.

 

숱하게 걸려 있는 옷걸이 옷들은 오늘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살 때는 대책 없이 사놓고 계절이 바뀌어도 거들떠보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내가 입으면 가장 자기다운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옷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유행 따라서 또는 다른 사람의 추천이나 연예인들이 입고 다니는 옷을 따라서 사고 입어온 옷 입기 습관에 대한 혁명적 주장이 담긴 책이다.

 

흔히 옷입는 테크닉을 가르쳐주는 패션관련 책인지 알고 책을 거들떠보다 우선 목차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제목제 목을 거는 과정에서 생기는 책의 카피라면 목차는 목을 차도 나오지 않는 책의 핵심 줄거리 흐름이다. 1장 소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내가 입은 옷, 그것이 바로 ’”라는 메시지다. 옷을 입기 전에 옷이 전하는 말을 잘 들어보고 옷은 제2의 자아이기 때문에 나를 바로 알고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어줘야 옷이 나를 대신해서 나를 세상에 알려준다는 메시지다

 

2장에는 자기다움을 찾은 사람은 옷 입기부터 다르다는 주장을 이어간다. 나를 치장하고 위장하는 꾸미기보다 자기다움을 더 아름답게 드러내는 가꾸기에 전력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옷입기는 힘주기라기보다 힘입기라는 놀라운 주장을 연이어 펼친다. 결국 옷만 잘 입어도 없었던 힘도 생긴다는 말이다. 옷 입기가 사치가 아니라 나다움의 가치를 드높이는 노력이 되는 이유다.

 

 

3장에는 옷에 대한 까다로움이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설명해준다. 까다로움은 고유함을 드러내는 자유로움이자 타협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기에 자기다움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수해야 되는 옷입기의 철칙이기도 하다. 까다로움은 쓸데없이 자기 주장을 펼치는 깐깐함이나 타협하기 어려운 까탈스러운 심리적 반응이 아니다. 적어도 나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고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양보할 수 없는 배수지진의 경계선이다.

 

이런 까다로운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자기 특유의 스타일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스타일 검진이 필수다. 건강검진을 통해 건상상태를 알 수 있듯이 대체 불가능한 스타일링을 위해서는 스타일 검진으로 깨어나는 자기다움을 발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타일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컬러이자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이미지다. 나만의 스타일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어떤 옷을 입으면 옷입기 센스를 살려내는, 오감을 넘어 육감적인 옷입기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는지를 22가지 감성스타일에 비추어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7장에 가면 가장 아름다운 울림이자 이유 있는 끌림인 어울림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살려서 옷을 입기위해 스타일 검진을 받고 나면 나에게 어울리는 옷, 자기다움을 가장 아름답게 드러내는 감각적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어울리는 옷을 입으면 자연스럽게 자기다움이 드러나고 묘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카리스마나 아우라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스타일로 아름답다. 타인의 아름다움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추함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나에게 맞는 아름다움은 오로지 경험적 미학으로 감각하는 체험적 깨달음을 통해서만이 알 수 있다는 게 9장의 주장이다.

 

10장은 이 책의 화룡점정 일보 직전에서 보여주는 아름다움의 궁극적 종착역이다. 그 종착역이 바로 사람의 품격을 드높이는 우아함이다. 아름다움의 아우라가 저절로 드러나는 미적 감각이자 자신도 모르게 공감되는 영감이며,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관능미가 바로 우아함이다. 우아한 사람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으로 힘입기를 한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옷입기 매뉴얼은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천차만별의 다른 옷도 문제지만 사람이 어떤 공간에서 무슨 목적으로 옷을 입을 것이며, 그날 분위기와 다른 사람과 만남양식에 따라서 같은 옷을 입어도 전혀 다른 감각적 경험으로 내 몸이 놀라는 경우가 많다그래서 저자는 감각적 각성 없는 충동구매는 마치 '히어로의 전투복'을 잘 못 입은것과 다름 없다고 힘주어 말하는 이유다.옷입기는 육감각을 동원하여 마치 동일한 악보도 연주자에 따라 다르게 연주하는 템포 루바토처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순한 옷입기 책인 줄 알았지만 다 읽고나니 진정한 자기다움으로 가장 아름다운 우아함에 이르는 긴 자기발견의 여정에 관한 책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사치스럽게 꾸미는 옷 입기에서 가치 있게 가꾸는 옷 입기로 에필로그를 맺으려는 저자의 의도를 알게되었다. 아무 옷이나 마구잡이로 사서 누군가의 대책 없는 조언을 따라 옷을 입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진정한 자기발견의 출발점이자 촉발점을 알려주는 인문학적 옷입기 필독서가 아닐 수 없다.

자기다움을 찾은 사람, 옷 입기부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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