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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수도꼭지 - 목적경영이 만들어낸 기적
윤정구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평점 :
목적경영은 사람과 기업을 다시 태어나게 만드는 혁명이다!
《황금수도꼭지: 목적경영이 만들어낸 기적》을 읽고 나서
책 표지와 제목만 봐도 아우라가 감지되는 책이 있다. 그런 책과는 눈이 맞는다. 눈이 맞은 책은 읽지 않고 읽어버린다. 최근에 그런 책을 만나 읽고 말았다. 읽어버렸거나 읽고말았던 책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특히 책에 쓰여진 내용대로 삶을 살아가면서 온몸으로 깨달은 체험적 각성을 글로 녹여낸 책, 글쓴이의 진심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읽는 순간 전두엽에 불이 켜지는 책이다. 대부분의 학문적 이론을 다루는 전공서적이나 학문 분야별 입문서에 해당하는 개론서를 읽으면 심장이 뛰기보다는 머리가 아픈 이유는 저자가 자신의 체험적 깨달음을 녹여내어 정리한 책이 아니라 남의 글을 인용해서 논리적 설명으로 쓴 책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경영학자가 쓴 경영학 책이 와닿지 않는 이유는 경영현장에서 온몸으로 겪은 자신의 각성 스토리를 쓴 책이 아니라 다양한 이론서적을 자신의 목적에 맞게 편집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런 책은 논리적 설명력은 있지만 감성적 설득력이 없어서 맞는 이야기지만 머리로 이해한 내용이 가슴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교육학자가 양산하는 수많은 개론서나 이론서가 현장을 매개로 치열한 고뇌를 담아낸 책보다 다양한 이론적 관점을 일정한 논리체계에 따라 편집해낸 경우가 많다. 이런 책을 읽으면 지식을 쌓는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지식은 밖에서 오지만 지혜는 오로지 내면적 통찰력에서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윤정구 교수님의 《황금수도꼭지》라는 책은 〈목적경영이 만들어낸 기적〉이라는 부제목을 갖고 있다. 제목만 봐서는 어떤 종류의 책인지 잘 모를 수 있으나 부제목이 말해주듯 각성사건을 통해 깨달은 삶의 존재이유인 목적을 기반으로 근원적 변화를 추구하는 경영학 책이자 개인차원의 변신을 구체적으로 안내해주는 자기변혁서이기도 하다. 윤정구 교수님을 직접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으나 가까운 지인을 통해 그리고 자주 올리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진성 리더십과 목적경영을 추구하고 지향하는 분임을 익히 알고 있었다. 《황금수도꼭지》라는 책은 다른 책을 참고로 쓰시긴 했지만 참고한 책은 어디까지나 윤 교수님이 주장하시는 목적경영의 근간을 튼튼하게 만드는 인용일 뿐이다. 당신의 삶을 녹여내서 쓴 글을 일정한 논리체계로 엮어낸 책이기에 읽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책이 된 것이다. 글에는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그 글을 읽고 나면 그 사람의 마음이 눈에 보인다." 소설가 이태준 작가의 말이다. 《황금수도꼭지》는 한 권의 경영학 책이라기보다 한 사람의 학자가 자신이 옮다고 믿는 신념체계에 따라 삶을 살아가면서 온몸으로 깨우친 교훈을 일정한 논리체계에 따라 몸으로 정리한 인생 지침서같다.
이 책이 다른 경영학 책과 다르게 깊은 감동을 주는 원동력은 저자를 넘어 작가적 정신으로 쓰신 철학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을 쓰는 수많은 사람을 지칭하지만 작가는 자기만의 칼라와 스타일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저자는 다른 사람의 글을 편집해서 글을 쓰지만 작가는 자신의 삶을 담아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저자는 삶과 글과 자신이 살아가는 길이 다를 수 있지만, 작가는 자신의 삶과 글과 살아가는 길이 하나로 맞물려 돌아가는 사람이다. 말과 글과 삶이 삼위일체가 돠어 돌아가지 않고서는,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목적과 역량과 일이 하나로 정렬되어 성장체험을 축적하는 삼원학습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책이 바로 《황금수도꼭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서는 저자를 읽고, 책이 주는 메시지를 읽은 다음, 나를 읽어보는 “독서는 삼독(三讀)”이라고 하신 고 신영복 교수님 말씀이 생각났다. 목적경영을 몸소 실천하고 이것을 주변에 전파하면서 각성사건과 성장체험을 같이 나누시는 교수님의 삶을 읽어본 다음 책을 읽고 내 삶을 성찰해보니 책은 종이책을 넘어 한 사람의 삶이 나에게로 다가오는 듯 했다.
운 좋게 이 책을 만난 것도 행운 중의 행운이다. 우연히 만난 책일수록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가 추천을 해주어도 사실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추천해준 사람의 의도와 관계 없이 읽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소개해준 저의 절친 중이 한 분인 육현주 대표님의 성의는 물론 윤 교수님깨서 직접 싸인본을 보내주셔서 마음 먹고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특히 책을 펴드는 순간 목차를 바로 읽어보고 읽어보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강렬한 끌림을 받았다. 그렇게 된 이유는 목차만 봐도 그 동안 내가 고뇌하면서 화두로 잡고 있는 내용이 저자 특유의 문제의식으로 풀어낸 내면의 논리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틈나는 자투리 시간을 내서 읽다가 책에 담긴 철학적 성찰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 그리고 다양한 학문적 경계를 넘나들며 녹여 내신 내공에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느끼는 순간 책장을 덮고말았다. 그냥 틈틈이 읽어서는 도저히 이 책에 담긴 주옥같은 지혜를 내 심장에 담아낼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말같이 절대적고독을 벗삼아 읽어낼 수 있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내서 통독을 해보았다. 하나의 컨셉과 철학적 신념인 목적경영을 기업경영과 개인차원의 삶에 녹여냄으로써 삶과 일이 결코 독립적인 별개의 활동이 아님을 보여준 책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보다 심장을 공략당한 이유는 부족하지만 평소에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과 부합되는 내용을 깊은 체험적 통찰력으로 일목요연하고 단순명쾌하게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형도 시인이 〈우리 동네 목사님〉이라는 시에서 말한 것처럼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나는 처음에 이 책에 밑줄을 치다가 너무 많은 페이지의 문장에 밑줄을 치고 그것도 모자라 형광펜으로 색을 칠해가며 읽다가 밑줄 친 문장을 그대로 다시 타이핑해서 그대로 내 삶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 삶이 책에 밑줄친대로 변화되는 곳에 다시 밑줄을 치면서 목적경영대로 내 삶을 다시 재정비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재확인하고 인정하고 긍정하면서 느낀 점을 나 혼자 간직할 것이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경영의 마지막 단계인 목적성과를 다른 사람에 퍼뜨려 공진화시키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다음 학기 교재로 《황금수도꼭지》를 채택해서 우리 학생들에게도 목적경영의 소중한 가치를 전파하기로 했다.
《황금수도꼭지》 라는 책 제목은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콸콸 나오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던 유럽의 한 바이킹이 아내에게 선물로 황금수도꼭지를 선물한다는 만화 이야기에서 비롯된 내용이다. 사실 황금수도꼭지의 존재가치는 그것이 물이 흐르는 파이프 라인과 물이 솟아오르는 수원이 함께 연결되어 있을 때에만 드러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물이 솟아오르는 근원과 물을 흐르게 만드는 파이프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황금수도꼭지는 오로지 겉으로 드러나 빛나는 수도꼭지와 같은 가시적 성과에만 매몰되는 현대인의 어리석음을 우회적으로 빗대어서 삶의 교훈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 《황금수도꼭지》는 근원을 파고드는 노력 없이 겉으로 드러난 황금빛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우화다. 우화는 우회적 화법을 통해 우연이지만 치명적인 깨달음으로 유도해서 각성하게 만들어주는 스토리 기법이다. 황금수도꼭지에 물이 나오게 하려면 물의 근원, 즉 수원(水源)을 찾아야 하는데 이 책으로 말하면 수원은 내 삶의 뿌리, 내가 살아가는 이유, 즉 목적에 해당된다. 수원이 어디 있는지는 한 번에 알 수 없다. 여러번의 시추와 노력 끝에 마침내 찾아낼 수 있다. 수원임을 깨닫는 과정, 비로소 그것이 내 삶의 목적임을 각성해 소명을 느끼면 그때부터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아가는 험난한 도전을 감행한다.
이책에서 받은 감동을 어떻게 시작할까 하다가 신영복 교수님이 인용해서 유명해진 민영규 시인의 〈지남철(指南鐵)〉이라는 시를 음미하면서 리뷰를 써보기로 했다. 이 책의 전반을 대변해주는 강한 울림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그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니어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스러워 보이는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경영이든 개인의 인생이든, 제대로 된 목적지를 찾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두 가지 도구가 있다. 하나는 길을 잃었을 때 진북을 찾아주는 나침반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목표점을 정했을 때 거기까지 가장 빨리 도달하게 도와주는 지도다(216쪽).” 오늘날 경영환경은 시시각각 변화되는 사막과도 닮았다. 사막은 자고 일어나면 지형이 바뀐다. 어제의 지도로 지금의 지형을 읽어낼 수 없다. 나침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는 이유다. 어디로 갈 것인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은 진북을 가리키기 위해 늘 긴장된 모습으로 떨고 있다. 떨리지 않고 정지된 나침반은 죽은 나침반인 것처럼 내가 존재하는 이유, 목적이 없는 사람은 전율하는 긴장감이 없다. 어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일을 반복할 뿐이다. 당신은 직원입니까 종업원입니까? “직원(職員)은 직책을 맡아서 돈 준 만큼만 일하는 회사원이라면 종업원(從業員)은 소명의식을 갖고 왜 이 일을 해야 되는지를 아는 사람으로서 업의 개념을 각성하고 이 업을 따르는 사람이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자신이 하는 일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나선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213쪽).”
내가 보기에 직원이나 직장인은 심장보다 다리가 떨리는 사람이고 종업원과 장인은 심장이 떨리는 사람이다. 심장이 떨리는 종업원과 장인은 이유가 있는 신성한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다. 반면에 다리가 떨리는 직원과 직장인은 자발적 의지를 상실한 채 타인이 시키는대로 틀에 박힌 일을 반복하는 사람이다. 심장의 떨림은 지남철처럼 진북을 찾아갈 때 나타나고, 다리의 떨림은 목적을 잃어버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어쩔 수 없이 반복할 때 찾아온다. 심장이 떨리는 사람은 평범한 의학도였던 체 게바라가 남미 여행을 하다가 칠레의 가난한 농부 집에서 하루밤을 묵다가 목격한 각성사건을 체험한 사람이다. 혹한의 겨울 추위에도 이불 한 장 없이 서로를 껴안은 채 잠을 청하는 칠레의 가난한 농부를 목격한 이후 부유한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세상을 변혁시키는 혁명가로서의 소명을 찾은 다음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린다. 목적을 발견하고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신성한 도전을 감행하는 사람에게 삶은 가슴뛰는 도전의 연속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의 차이는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구분한 ‘쿨 버드(Cool Bird)’와 ‘핫 버드(Hot Bird)’의 차이다. 쿨 버드는 도전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그럭저럭 살아가는 직원이나 직장인이다. 핫 버드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능에 도전하며 어제와 다른 나로 변신을 거듭하는 종업원이나 장인이다. 쿨버드는 인센티브처럼 지금 당장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드는 간접동기에 매몰된 사람이다. 이에 반해 핫 버드는 세속적인 이유를 넘어서 어떤 일이 있어도 도전과제를 완수하겠다는 신성한 이유(calling)를 갖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직접동기로 무장한 사람이다. “신성한 이유는 목적에서 나온다. 난관을 뚫고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게 바로 성장체험이다. 성장체험은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온 몸으로 느끼고 깨닫는 체험적 깨달음이자 성숙해지는 각성이다.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성장체험만이 직접동기를 구성한다(74쪽).” 부유한 변호사로의 길을 포기하고 압제에 저항하는 비폭력 도덕 정치가로 변신하게 해준 각성사건이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는 간디의 삶을 만들어준 것처럼 “각성사건은 목적과 운명적으로 조우하는 경험이자 자신의 소명에 대한 체험이다(139쪽).” 각성사건은 한 사람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자 자신의 존재이유를 깨달으며 다시 태어나는 제2의 탄생과정이다. 핫버드는 각성사건을 통해 목적을 찾은 다음 산과 바다를 건너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에 몸을 던지는 사람이다.
자신이 존재하는 목적을 찾은 사람은 신성한 도전을 통해 사명을 완수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핫 버드로서의 삶을 살아가며 사명을 완수하려면 부단한 혁신을 거듭하는 수밖에 없다. “혁신은 목적을 검증해서 믿음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혁신이 없다면 목적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254쪽).” 혁신은 난관을 돌파하고 두려움에 정면에 맞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두려움에 정면에 맞서는 용기다. “용기는 죽음에 제대로 직면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신의 선물이다(258쪽).”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사람일수록 목숨을 거는 도전을 감행하고 혁신을 거듭한다. 목적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긍휼감(compassion)’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긍휼감이란 자신과 남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본능적으로 절연시키기보다는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이것을 풀어내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서는 성향을 말한다(266쪽).” 긍휼감은 타자의 아픔을 머리나 가슴으로 이해하는 연민이나 공감능력을 넘어선다. 긍휼감은 타자의 아픔이나 고통이 마치 나의 아픔처럼 온몸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행동지향의 도덕적 정서(267쪽)”다. 긍휼감을 느낀 사람이 신성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부단한 아이디어 실험과 혁신을 감행함으로써 사람과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는 목적지향적 삶과 사업을 영위한다.
“결국 사회변화를 선도하는 혁신적 비즈니스는 인간의 문제를 고통의 뿌리부터 이해하는 사람들이 이끌어간다. 궁휼감이 없는 사람은 문제를 뿌리부터 이해하기보다는 곪아터진 결과만 보고 처방하는 데 골몰한다. 이들은 황금 수도꼭지만 찾는다(272쪽).” 고통의 뿌리부터 치유하려는 안간힘을 통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가는 목적 스토리가 다시 세상에 알려지고 사람들이 감동을 받으면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이런 목적 스토리가 보다 빠른 속도로 퍼지고 그런 스토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영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플랫폼이 이끌어가는 비즈니스 혁명 덕분이다. “플랫폼은 남들의 성공과 자신의 성공을 공진화시키는 운동장(61쪽). 회사가 전문가들이 성장체험을 하면서 자신의 경쟁력은 물론 회사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전문가의 놀이터라면, 플랫폼은 목적 스토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공생하고 협력하면서 서로의 능력을 무한대로 성장시켜주는 경연장이다. 플랫폼에서 서로가 서로와 연결하고 공유하면서 협업하는 기업은 ”자신이 도달할 사명의 목적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과격하고 장대하고 급진적이지만, 이를 구현할 때는 거북이처럼 꾸준히, 당장할 수 있는 것부터 발걸음 떼는 급진적 거북이다(312쪽).“ 호랑이처럼 원대한 목적과 비전을 갖고 앞을 주시하면서 소처럼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전략을 갖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을 일일이 다 정리하는 것은 역부족일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너무나 많은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내용을 정리해놓으면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신선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핑계로 리뷰는 여기서 마치려고 한다. 대신에 윤정구 교수님의 《황금수도꼭지》 책이 전해준 지적 충격과 감동을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하면서 이 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과 의의를 이야기하고 싶다.
①Basic: 기본 없이 기술과 기교도 없다
《황금수도꼭지》는 삶과 경영의 기본이 어디서 시작되어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알려준 지침서다. 기본기를 알려주지 않고 지금 당장 돈되는 사업을 알려주는 기법과 기교로 무장한 책이 많다. 이 책에 나온 이야기로 하면 왜 사업을 하는지 목적을 상실하고 지금 당장 돈되는 상품을 가성비 중심으로 팔아먹는 회사다. 모든 일이나 사물, 현상이나 사태, 학문적 탐구 노력이나 수행의 道 등에 대한 기본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일 수록 인간적인 면모는 물론 어떠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쉽게 자기 입장을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않는다. 기본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 나름대로 확고한 철학과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 특히 세상이 자꾸 기본과 원칙보다는 편법과 기교, 깊이와 무거움보다는 얄팍한 상혼의 가벼움을 부추기는 추세에서는 기본을 지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기본을 고수하는 사람과 기업만이 보다 오랫동안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다. 삶과 경영의 기본은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를 깨닫는 각성사건을 체험해야 그 목적이 부르는 소명을 따라 몸을 던지는 신성한 도전에서 비롯된다. 인생이든 경영이든 모멘텀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고(Know What) ‘어떻게’를 알기(Know How) 이전에 ‘왜’를 알아야(Know Why) 함을 이 책은 시종일관 가르쳐주고 있다.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기본인지를 철저하게 알아야 그 위에 다양한 기술과 기교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을 가르쳐 준다.
②Fundamental: 근본 없이 본질을 파고들 수 없다
《황금수도꼭지》는 뿌리를 찾아가는 목적중심 삶과 경영이 무엇인지를 뿌리부터 파헤친 책이다. 기본은 어떤 일을 하는 순서상 심오한 전문가적 수준 이전에 알고 있어야 될 착안사항 또는 권장사항이다. 반면에 근본은 모든 일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권장사항이라기보다는 반드시 갖추고 있지 않으면 안되는 필수적인 의무조항이다. 근본적인 토대없이, 즉 정초(定礎)없이 집을 짓기가 불가능한 것처럼 어떤 일을 할 때 뿌리의 탄탄함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근방 무너지기 십상이다. 흔히 “기본이 안 되어 있어” 라는 말은 사람이 갖출 것을 갖추고 있지 않아서 예의가 없다는 말로 통용된다. 기본은 갖추고 있으면 될 권장사항이지만 근본은 권장 또는 장려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인 의무조항이다. 이런 점에서 근본은 있고 없고의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이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축적, 성사, 성취될 수 없는 필수조항이다. 근본은 뿌리의 본질이니까 뿌리와 같은 본질이 없이는 줄기도 가지도 꽃과 열매도 모두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생이든 경영이든 뿌리가 바로 목적이라는 가정 위에 쌓아올린 경영학적 건축물이자 인생 설계도다. 이 책의 핵심을 찌르는 한 마디 질문은 “나는 나의 존재이유인 목적을 살려내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이 질문을 기업경영 맥락으로 바꿔도 그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인생과 경영의 근본을 파고들어 그 본질이 무엇인지를 깨우쳐 준 지침서가 아닐 수 없다.
③Radical: 급진적 비판만이 진통을 통해 새로운 전통을 쌓을 수 있다
자기 입장이 뚜렷한 사람은 절충노선을 택하지 않는다. 마치 물과 기름은 성질이 전혀 달라서 섞을 수 없듯 진정한 철학과 세계관을 지칭하는 패러다임 역시 타협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황금수도꼭지》는 기존 경영학이 주장하는 많은 주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 숨어 있는 가정을 근본적으로 비판한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기존 경영전략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뿌리부터 해체한다. 예를 들면 이 책은 전략경영이나 KPI 중심 전통경영학의 기본 가정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 충격적 교과서가 아닐 수 없다. “회사의 비전과 사명에서 논리적으로 도출된 KPI가 부서나 할당되는 순간, 회사의 비전이나 사명의 달성은 물 건너가고 오로지 KPI 달성에만 혈안이 되는 심각한 역기능이 나타난다. 비전달성의 지표로서 설정된 KPI는 조직의 비전과 사명을 죽이는 방식으로 반드시 달성(200쪽)”되는 순간, KPI는 회사의 비전과 사명을 살해하는 주범이 된다고 비판한다. 한편 회사의 전략에 따라 일을 잘하면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전략적 인사관리도 심각한 문제점 투성이라고 비판한다. 전략적으로 인사가 관리될수록 구성원은 주인이 시키는대로 얼마나 잘 따라했는지를 근간으로 성과를 평가해 보상을 해준다. 전략적 인적자원 관리가 될수록 구성원은 관리되어야 할 자원으로 취급되어 점차 주인행세를 하거나 주인으로 연기하는 사람으로 전락된다. 그런 구성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진통을 겪어야 새로운 경영학적 전통이 생길 수 있다. 《황금수도꼭지》는 비록 지금은 아픈 비판이지만 진북을 찾아 떠나는 경영학적 전통을 세우기 위한 진통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책이 아닐 수 없다.
④Critical: 비판적이지 않으면 비상할 수 없다
《황금수도꼭지》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준다. 개념은 생각의 양념이다. 개념에 체험적 열정이나 통찰력이 추가되지 않으면 관념으로 전락할 수 있다. 비판은 비난이 아니라 비교하고 분석해서 기존 개념이나 입장이 모호성이나 한계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의견이다. 이 책에 나오는 개념적 구분에 대한 명료한 구분은 모호했던 생각을 분명하게 정리해주는 청량제와도 같다. 마치 유리창에 끼었던 성에가 녹아 없어지면서 바깥 세상이 분명하게 보이는 느낌이다. 예를 들면 소명(calling)과 사명(mission)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소명이 목적으로부터 부름을 받아 자신을 넘어서는 초월적 체험에 가슴 떨림을 느끼는 상태라면, 사명은 아직 실현되지 못한 목적을 현실에서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을 말한다(115쪽).” 결국 소명이 사명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심장 떨림을 거쳐 신성한 이유가 있는 도전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일러주고 있다. 또한 어렴풋하게 알고 있지만 그 차이를 오해하고 있는 개념에 대해서도 분명한 차이를 알려준다. 예를 들면 목표와 목적의 차이다. “목표는 시간을 따라가며 큰 표적을 만드는 것인 반면, 목적은 시간을 앞서가서 미래를 기다리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시간의 관계에서 목표는 시간을 따라가며 ‘앞을 전망하는(looking forward)’ 방식을 택하는 반면, 목적은 시간보다 먼저 가서 기다렸다가 만나는, 즉 ‘뒤를 돌아보는(looking backward)’ 방식을 택한다(127쪽).” “진정한 미래는 뒤따라가서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목적을 가지고 먼저 가서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것이다(127쪽).” 결국 세상의 변화를 일으키려면 목표를 세우고 시간을 쫒아가기보다 목적을 찾은 다음 미리 가서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은 그 어떤 책에서 읽었던 개념적 차이점보다 명쾌했다. 마지막으로 혁신과 변화의 차이도 색다른 비교를 통해 둘 사이의 의미심장한 차이를 알개 된 개념이다. “혁신이 성과에 이르는 길이라면, 변화는 성과의 결과다. 혁신을 통해 목적성과를 만들어냈다면 이 성과는 목적에 대한 믿음을 더욱 강화시키는 검증사건이 된다. 검증 사건들이 축적되어어 믿음이 자라나 구성원 모두가 이 믿음을 공유한다면, 결국 조직에는 근원적인 변화가 일어난다(252-253쪽). 변화를 부르짖고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생각과 행동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 저자가 보여주는 비판적인 입장이 아날 수 없다. 비판적일수록 기존 입장과 비교가 되고 더 확연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배웠다.
⑤Classic: 고전(古典)을 읽지 않으면 고전(苦戰)을 면치 못한다
《황금수도꼭지》는 경영학의 고전을 넘어 목적 중심 삶의 전형을 보여주는 고전(古典)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는 단순히 경영학 관련 참고 도서나 논문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막스 베버와 같은 사회학자, 키에르케고르와 니체나 하이데거와 같은 철학자, 간디나 체 게바라와 같은 혁명가, 파울로 코엘료나 빅터 프랭클 같은 인문학자가 등장한다. 문사철에서 축적한 지혜로 목적경영을 실험한 다양한 기업과 개인 사례를 녹여내 한 권의 인생과 경영의 지혜에 이르는 한 줄기 진리의 빛을 보여준 역작이 아닐 수 없다. 지식은 학교교육을 통해서 배울 수 있지만 지혜는 오로지 삶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사적 지식으로는 경지에 이를 수 없는 다양한 체험적 통찰력을 지혜로 승화시켜 간단한 명제나 그림으로 도식화시켜 보여준다.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처럼 이 책은 목적경영의 5단계를 개인과 조직으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제시하는 목적경영 5단계설은 생계형 삶이나 생계형 성과를 내던 개인이나 조직이 목적에 대한 소명의식을 느끼고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혁신을 거듭함으로써 마침내 성과를 달성하고 그것으로 공진화시키는 단계로 정리된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꽂아두는 경영학 개론서나 입문서를 넘어서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내가 사업을 왜 해야 되는지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중독되어 읽을 수밖에 없는 인생과 경영에 관한 고전이자 필독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앞으로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으로 혼자 폼잡다가 그 어떤 고객도 품을 수 없는 비극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핵심적인 주장이기도 하다. 폼 잡다가 잡(job)을 영원히 잃을 수도 있는 시대에 기업의 경영자는 물론 개인이 추진해야할 숙제는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기존 플랫폼을 잡아서 나의 목적을 구현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이다. 플랫폼을 잡는 순간 새로운 직업(job)의 세계를 열어갈 수 있으며 나의 업의 본질도 새롭게 재발견할 수 있다. 멋진 책을 집필해주신 윤정구 교수님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리고, 어설픈 리뷰가 책의 본질을 해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