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내 인생 최고의 작품 - 어떻게 사느냐가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한다
페마 초드론 지음, 이재석 옮김 / 불광출판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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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느냐가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한다. 사람들의 모든 문제는 마치 자신은 안죽을 것처럼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태도에서 생긴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죽음의 두려움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아름다운 죽음을 완성하는 삶의 태도는 무엇인가? 저자는 티베트 사자의 서의 바르도(bardo, 죽음과 환생 사이)를 주제로 삶의 흐름을 대하는 지혜를 이야기한다.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고 삶의 태도로 죽음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저항해도 끝남은 매 순간 일어나고 있고, 끝남에는 새로운 시작이 있다. 이 책은 그 문을 여는 열쇠,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지혜를 제시한다. 또한 살면서 겪는 변화와 불안에 관한 힘겨운 감정들을 깨어남과 사랑에 이르는 길로 변화시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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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간결하게 말한다. 어떻게 평화와 존엄을 갖고 죽을 것인가는 우리의 가장 큰 도전이자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나는 늙었고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느냐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죽음은 무엇인가? 죽음은 삶의 끝에서 일어나는 특정한 사건이 아니라고 저자는 단정한다. 죽음은 삶의 매 순간에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는 태어남과 죽음, 그리고 죽음과 태어남이라는 끝없이 이어지는 경이로운 흐름 속에 살고 있기에 그렇다. 한 가지 경험의 끝은 다른 경험의 시작이며, 이 경험이 마지막에 이르면 곧 또 다른 경험이 새롭게 시작된다. 마치 강이 끊없이 흐르는 것과 같다. 저자의 일깨움을 통해 죽음이 단순한 끝이 아니라 탄생과 죽음이라는 경이로운 흐름의 일부라는 자각을 얻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삶과 완전히 친밀해지려면 죽음과도 충분히 친밀해지라는 조언에 귀를 열게 된다.

 

현실로 돌아와 냉정히 본다면, 우리가 지금 사는 방식이 곧 죽는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저자의 말대로 이것은 바르도의 가르침이 전하는 가장 근본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지금 맞이한 작은 변화를 어떻게 다루는가는 나중에 닥칠 큰 변화를 다루는 방식을 미리 보여주는 신호인 셈이다. 바로 지금 무너져 내리는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우리가 죽을 때 무너져 내리는 일들을 어떻게 대하게 될지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그 점에서 보면, 살면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분해 과정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계속하는 것은 실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그 훈련을 해왔다면, 죽음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두려움 없이 그것을 기꺼이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봐도 좋다.

 

저자는 좀더 미시적으로 생각과 감정, 사고의 영역으로 안내한다. 생각과 사고패턴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우리가 마주치는 갈등과 고통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는데 더없이 중요하다. 생각이란 대체 어디에서 생겨난 것이고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감정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전개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저자의 설명대로 우리를 어렵게 하는 것은 사실 일어난 감정 자체가 아니다. 엄밀하게 보면 감정은 우리가 그에 맞서 싸우기 전, 그리고 우리의 사고 과정이 개입하기 전의 원재료로서 감각 또는 일종의 에너지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감정 그 자체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과 말, 심지어 생각까지도, 우리 마음에 일정한 자국을 남긴다. 특정 상황에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하면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도 같은 방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것이 우리의 경향성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흔히 이롭지 않은 사고 패턴과 자기 파괴적 감정이나 습관들이 계속해서 우리를 힘들게 하곤 한다. 우리가 가진 경향성은 내면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고, 외면적으로도 힘겨운 상황으로 표출된다.

 

힘든 상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볼 때, 자기 생각과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더없이 중요한 주제임을 알게 된다. 그 방식은 죽을 때도 그대로 가져간다. 그러기에 이것을 죽음에 이를 때까지 더 미룰 수 없다고 저자는 재촉한다. 그때는 너무 늦다. 지금이 적기다. 왜냐하면 지금 어떻게 사느냐가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바르도의 가르침에서 강조하는 핵심 중 하나는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가 지닌 힘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가진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이 새기게 된다. 저자는 말한다. 바르도에 있을 때 우리의 의식은 평소보다 매우 예리하다. 그래서 긍정적 생각 한번만으로 고통스럽고 두려운 경험이 가져오는 힘을 무력화시키고 지금보다 더 즐거운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도 진실이기에, 한 차례의 부정적 생각만으로도 별안간 괴로움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바르도에서만이 아니라 삶의 현실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에겐 삶과 죽음에서 언제나 선택권이 주어져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우리는 자각 없는 상태에서 끝없이 반복하는 윤회의 세계나 습성이 만든 고정된 패턴의 세계를 계속해 돌 수도 있다. 아니면 자각 없는 상태에서 깨어나올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이 점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어떻게 사느냐가 곧 우리가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무상을 받아들이는 법, 번뇌를 다루는 법, 우리 자신을 삶의 경험에 더 넓게 여는 법을 배운다면 사는 법뿐만 아니라 죽는 법도 함께 배울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마음 디딜 곳 없는 막막한 느낌과 예측 불가능성, 이해할 수 없는 성질을 기꺼이 배우고자 한다면, 우리는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죽음은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죽음은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고 바꾼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죽음이라는 사실을 무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일상의 경험에서 더 큰 생기와 열림, 용기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바꾸고 인생의 태도로 죽음의 차이를 만드는 기적 같은 지혜의 책'으로 소개된 이유를 알게 된다. 죽음에 대해 무지한 우리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마치 밤을 무서워하듯이 말이다. 밤이 무서운 것은 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죽음에 대해 거리를 둘 일이 아니라 이를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에 대해 살펴볼 때이다.

 

우리가 지금 사는 방식이 우리가 죽는 방식을 결정한다니, 이것이야말로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근본적인 메시지다. 나는 오늘 어떻게 살 것인가? 그것이 나의 미래 곧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는가를 좌우한다는 말이 보다 실감있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 책이 전해주는 일깨움에 마음과 귀를 열어보게 된다.

 

누구나 피할 수 없이 닥쳐올 죽음에 대해서 숙고할 기회를 가져보고 싶다면 이 책을 열어볼 필요가 있다. ‘어떻게 사느냐가 어떻게 죽느냐이다라는 이 책의 부제는 저자가 죽음을 소재로 한 것이 아니라 바로 삶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준다. 삶을 보다 지혜롭게 살기 위해 우리는 죽음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죽음과 삶을 연결지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나는 죽음을 준비하는 삶을 살게 되고, 선택권을 가지고 지혜로써 삶을 영위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이 인상 깊다. ‘죽음 뒤에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누군가에 의해 떠밀려 죽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윤회가 있든 없든 나는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저자의 조언대로 나 역시 이제 죽음을 준비하는 삶으로 뛰어들 용기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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