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독자를 위한 금강경 인문학 독자를 위한 불교 경전 1
김성옥 지음 / 불광출판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금강경은 우리의 편견과 어리석음을 부수는 가장 단단하고 날카로운 지혜를 담고 있다. 대표적 대승 경전의 하나로 불교의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 봐야 할 경전이다.

집착과 고통의 번뇌가 시시때때로 우리를 옭아맨다. 이 책은 이러한 번뇌를 끊는 강력한 지혜를 담은 붓다의 가르침에 대한 해설서이다.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부교수인 저자가 “불교 공부가 낯선 개념과 용어들에 가로막히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썼다고 하니 금강경을 쉽고도 가까이서 접해볼 기회를 얻은 셈이다.


사실 불교 경전의 담백하고도 깊은 성찰이 담긴 구절에 관심을 가져본 터이나, 낯선 용어, 난해한 해설, 부담스러운 분량, 한자어 등으로 경전에 대한 접근이 결코 싶지만은 않았다. 불교 경전의 핵심 내용만 골라내 쉽고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경전 소개서인 ‘인문학 독자를 위한 불교 경전’ 시리즈의 출간은 그러기에 반갑다.​ 이 책은 그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라는 수보리의 질문에 대한 붓다의 답은 무엇인가? ‘나’라는 관념을 내려놓고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무상하고 변화하니 그 무엇도 고정된 실체를 갖고 존재하지 않으니, 어째서 ‘나’라는 것에 집착하며 고통을 받느냐는 물음이다.


‘나’라는 것이 없고 그 대상이 무엇이든 마음이 집착하며 머무른다면 그만큼 진리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모든 형상과 이름의 관념을 부수고 진짜 모습을 보라고 말한다.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야 한다. 이렇게 기존 상식을 뒤집는 불교의 가르침, 공(空) 사상의 진수를 금강경이 보여준다.


우리는 ‘나’를 중심으로 편집된 세상을 살아간다. 자신의 마음에 비친 상(相)을 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원인과 조건에 따라 순간 빛나고 사라지는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다. ‘일체 모든 유위법은 꿈과 같음을 관찰하라’. 매달려 욕망하고 집착하느라 고통받지 말라고 『금강경』은 전한다.


저자는 묻는다. 금강경을 왜 알아야 하고, 금강경은 왜 만들어졌을까? 금강경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고, 금강경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저자는 말한다. 금강은 세상의 무엇이든 잘라내고 이겨 낼 수 있는 강력함을 상징한다. 아마도 중생의 번뇌와 어리석음을 깨트리려면, 무엇보다 단단하고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수행자이든 재가자이든 궁극의 종착지는 ‘행복’이다. 그곳으로 향하는 나룻배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사실 한국불교 대표 종단인 조계종에서는 금강경을 소의경전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의 할 수행의 지침, 삶의 근거로 삼을만한 것이다.


“일체의 상(相)을 깨트려라.” 그 일침은 ‘모든 사물의 모양이나 형태에 관한 생각을 떠나라는 것이다. 그것은 다만 이름일 뿐’이기에. 불교적 지혜는 내 눈에 덧씌워진 모든 분별을 걷어내는 것에서 출발한다.


인도의 여러 종교와 사상 가운데 자아 개념을 부정하는 것은 불교가 유일하다. 불교는 ‘나’가 있다는 생각, 지금까지 세상을 보던 시각을 완전히 뒤집고 있다.


보시의 마음은 자비심에서 나온다. 타인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 타인의 고통을 없애 주고자 하는 마음이다. 베푸는 행위로 타인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함께 기뻐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그것이 모든 것을 평등하게 대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금강경은 ‘진리’에 대한 믿음, 그 집착도 버리라고 한다. 법이라 부르는 것조차 하나의 이름일 뿐이고, 해탈과 열반 역시 이름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 어떤 보시보다 금강경의 사구게 하나만이라도 전하는 공덕이 훨씬 크다고 한다. 불탑이나 사원은 아무리 많이 지어도 언젠가 무너지고 사라지나, 누군가의 마음에 짓는 것은 그보다 훨씬 오래 간다는 것이다.


깨달음이란 온 것도 간 것도 아니고, 생겨나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마음을 가리던 구름이 사라지면, 마음은 본래 평온한 것임을 알게 된다. 탐욕‧분노‧어리석음의 번뇌로 얼룩진 사이에도 언제나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이 마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과거에 대한 회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모두 내가 만든 ‘생각의 집’이다. 창살 없는 감옥에 자신을 가두지 말라고 한다. 결국 금강경에서 전하고자 하는 지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실체 없음’‧‘비어 있음’에 대한 자각이다. 요약하면 추구하되, 거기에 묶이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부처님의 초기 모습을 온전히 담고 있는 금강경에 대한 충실한 해설서가 읽어가면서 마음을 더 가볍게 해준다. 평소 금강경의 내용에 대해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 전체적인 모습을 일별해 볼 수 있었다. 공의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되고 고통의 원인과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게 된다. 나라는 관념, 보시의 마음에 대해서도 찬찬히 숙고해 본다. 이 책은 인문학 독자를 위한 경전 시리즈이다. 저자의 통찰을 통해 금강경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되어진 느낌이다. 새롭고 신선하고 재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