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 교육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
마이클 풀란 지음, 이찬승.은수진 옮김 / 21세기교육연구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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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풀란Michael Fullan은 교육개혁의 실패가 진단(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과 실행 사이의 괴리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에게는 그 괴리를 극복할 수 있는 성공사례도 풍부하게 축적되어 있다. 변화를 위한 성공의 열쇠는 공유된 의미이다.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The new meaning of educational change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성공의 열쇠를 다차원적으로 풀어가는 해설서이자 변화를 만들어내는 전략서(戰略書)이다. 첫 장에서 교육변화 역사의 간략한 소개를 다루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교육변화를 위한 전략과 전술은 풍부하지만, 그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맡기고 나는 세 가지로 재구성해보았다. 일명 교육변화를 위한 돌고도는(循環)’ 지침.

 

교육변화의 다면성 이해하기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교육변화의 의미에 관한 것이다. 그간의 실패에서 간과되었던 것이 의미(meaning)’이다. 교육변화의 의미란 무엇인가? 변화를 둘러싼 일반적인 문제, 교사 개개인의 주관적인 의미, 객관적인 교육현실, 그리고 변화의 공유와 일관성 등 다면적인 측면에서 교육변화의 의미를 살피고 있다. 우선, 학생의 학습이 변화되어야 하는데, 문해력 혹은 학습력 향상이 목표로 설정되어 있다. 이를 위한 변화의 세 측면은 내용(학습자료)-방법(교수법)-신념이다. 풀란은 의미라는 관점에서 신념교수법학습자료를 분리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73)고 말한다. 분리해서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무엇을 먼저 실행할 것인지, 예상할 수 있는 문제들을 역동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테면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한 교수법(NPDL)’에 대한 신념이 방법을 바꾸고 방법이 내용을 바꿀 수도 있고, ‘깊이 있는 학습의 결과(6Cs)’가 학습자료를 바꾸고 바뀐 자료가 교수법을 바꾸고 바뀐 교수법이 신념을 바꿀 수도 있다.

풀란이 서술하고 있는 순서와 글을 쓰는 나의 서술 순서가 다르다. 책의 서술은 아무래도 단면적정태적이라 변화의 다면성과 역동성을 다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의 장점은 이런저런 교차에 있다. 경험과 생각, 이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상상력이 작동한다. “구조적 변화는 빈번히 일어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교사들이 자신의 신념과 관습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문화를 바꾸는 것”(55)이다. 변화를 선도할 주체는 교사이지 비판의 대상이 아니다. 실행에 문제가 생겼다면 변화의 도입 방식이며, 특히 교사들이 더욱 깊이 있는 질문을 하고 지속적인 학습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기회”(60)를 제공하지 못했던 탓이다. 추진되는 변화가 가치 있다고 믿을 이유가 없고 인센티브도 없다면 변화의 대가는 클 수밖에 없고 변화 자체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변화에 대한 다면적인 이해와 심층적인 실행이 변화에 필수적이라는 신념이 필요하며, 이 신념은 공유되어야 한다.

학교개혁은 왜 실패했을까? “너무도 많은 개혁가들이 정답을 알고있기 때문에 실패했다. 성공적인 변화의 실행자는 겸손해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성공이라는 것은 단순히 옳음에 관한 것이 아니라 옳고 그른 것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지닌 집단과 개인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80).” 2장은 특히 교육부장관이나 교육감, 정책입안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새겨야 할 대목이 많다.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리더들은 문제를 거론하는 데에서 의미를 찾고, 사람들을 참여시켜 해결책을 찾는 데에는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아 왔다. 위기에 대한 진단과 비판만으로 학교는 바뀌지 않는다. 변화의 현상학을 세심하게 이해하고 개혁이 단지 최신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아닌 문화를 바꾸는 작업”(31)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뻔한 이야기, 뻔뻔한 이야기를 바꾸는 힘-실행

 

교육에 관한 이야기는 대체로 뻔한이야기에 가깝다. 누구나 잠시라도 학교교육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 학생이었거나 학부모인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교육을 둘러싼 이야기는 뻔히 아는 이야기가 된다. 아울러 교육은 당위와 규범, 성장과 미래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뻔한 이야기가 된다. ‘사랑으로 교육하자거나 평등하게 교육하자거나 하는 식이다. 그래서 교육의 변화는 어렵고 교육변화의 의미를 생각하는 일은 새삼스러운 일이 되기도 한다. 아울러 교육은 심심치 않게 뻔뻔한이야기가 된다. 누구나 학교를 경험했거나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반교육적이라고 할 만한 교사와 학교장을 만나게 되고 불공정하기 그지없는 숱한 교육정책과 교육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뻔한 이야기는 쉽게 뻔뻔한이야기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각개전투를 벌이고 각자도생을 모색한다. 한국은 이런 현상이 훨씬 심각하다.

풀란이 3장에서 언급하고 있는 변화의 잘못된 동인과 올바른 동인역시 뻔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뻔하다는 것은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확한 지적이고 비판이지만 이미 많은 교육학 관련 서적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새로운 것이 없다는 점에서 뻔한 이야기이다. 이 뻔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바로 교육변화이다. 풀란의 장점은 동인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동인과 실행을 위한 지침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가 제시하는 6가지 지침은 고려사항일뿐 절대적인 교리는 아니다. 그가 권면하는 지침을 사유하고 실천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우리 자신이 바로 그 시스템”(106)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변화의 새로운 의미는 바로 이것이라고 풀란은 말한다. 나에서 우리로, 나의 학교에서 우리 학교로, 내 아이와 내 학생에서 우리 아이로 생각이 바뀌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소속감이 생기고 연대가 형성되며 교육의 공적 의미가 되살아날 것이다.

우리에게 풀란이 말하는 공유된 의미, 공유할 만한 의미가 있는가? 미국에서는 학습 자체가 중요한 목표가 되지만 우리도 과연 그런가? 학습 자체를 강조하면 분명 한편에서는 생후 몇 개월부터의 학습과 경쟁을 내세우며 반대하는 세력이 있을 것이다. 교육정책이 전적으로 대학입시를 이렇게저렇게 바꾸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교육변화가 아니라 교육의 의미 자체가 공유되기 힘든 사회문화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이러한 문화와 사회심리를 변화시켜야만 교육변화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진실로개혁이 아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기에 개혁이든 변화든 교육은 매우 복잡한 사안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교육계 내부의 개혁과 변화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교육은 정치경제사회문화와 개인과 집단의 심리를 아우르는 복잡한 사안인 것이다. 풀란의 권면을 기억하자! “‘가진 지식을 의심하면서 동시에 가지고 있는 지식을 실천으로 옮길 용기를 잊지 말라(168).” 뻔한 이야기를 바꾸는 힘은 실행이다. 개선이란 당신이 근무하는 환경 속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역할 그 이상”(214)을 말하며, 이것이 교육변화의 새로운 의미의 핵심이다.

 

학교문화를 바꾸는 힘-교사

 

사회문화의 변화와 학교문화를 변화시키는 일은 공진화(共進化)해야 한다. 교육변화의 열쇠는 교사에게 있으며, 그들이 가진 실행의 힘과 역량이 변화의 잣대가 된다. 풀란은 개혁가들의 집념이 계획에서 실패하는 주요 이유라고 말한다. 바뀌어야 한다는 개혁가의 집념과 변화의 절차를 어떻게 밟아야 하는가에 대한 지식이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계획이 실행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변화의 현상학을 참여자 중심으로 옮긴 것”(160)이다. 무엇보다 계획이란 실행자를 빠져들게 하는 것이어야 하지 계획자의 주장이어서는 안 된다. 교사집단을 독소로 보기보다는 해독제로 보아야 사회-학교-개인, 개인-학교-사회의 공진화는 가능하다.

그동안의 학교개혁이 실패한 주요요인의 하나는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했던 탓이 크다. 그와 같은 시각은 풀란이 말하는 중요한 정보원을 놓치는 일이다. “현장의 실행자들은 정책입안자들이 갖지 못한 정보를 갖고 있다. 리더들이 연대와 협력의 문화를 통해 현장과 소통하지 않으면 그 정보를 접할 수 없는 것이다(170).” 정보원만 놓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주도할 동력도 잃게 하며, 심지어 각종 태업으로 변화를 저지하는 세력이 될 수도 있다. 학교현장에서의 변화는 근본적으로 교사들이 현 상황을 바꿀 만한 충분한 에너지를 발견할 수 있느냐와 관련되며, 교사들에게 함께 한다는 의미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의미는 동기부여를 촉진하고 노하우는 쌓여서 지속적으로 문제해결을 가능”(79)하게 할 것이다. 교사들에게 우리에게 모든 것을 원한다는 압박보다, “우리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게 하라.

무엇보다 교사가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학생들을 직접 대면하고 교육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풀란의 책이 가지는 장점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풍부한 레퍼런스에도 있다. 특히 오늘의 학생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다룬 로버트 퍼트남Robert Putnam우리 아이들은 우리 교육이 가진 핵심적인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이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교사는 중요한 교육변화의 주체일 수밖에 없다. 1975년에 나온 로티Lortie교직사회나 그로부터 10년 후에 나오고 있는 굿래드Goodlad, 로젠홀츠Rosenholtz 등의 연구는 교직의 현실과 교사의 인식을 다루고 있는데, 상황은 더 나빠졌지만 변하지 않은 측면도 여실히 보여준다. 교사에게 가장 큰 보상은 학생의 학습이며 자부심도 학생의 성장이다. 시간이 더 주어지면 교실관련활동에 집중하겠으며, 불만사항은 시간부족과 업무흐름의 방해라고 응답했다. ‘자율적인 고립이 강화되고, ‘정체된 학교의 모습이 노골화되고 있지만 교사들의 기본 인식과 어려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왜일까?

변화가 그만큼 지난한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교사는 학생들을 앞에 둔사람이다. 학생에게 교사의 영향력이 큰 만큼 교사들의 교직생활에 학생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들도 학생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열망이 있다. 아니라고? 그렇지 않은 교사도 많다고? 물론 그럴 것이다.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어떤 직업군에나 있는 쓰레기정도이지 교사집단에 특별히 더 많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면 그건 당신이 가르치는 일을 모르거나 별 것 아닌 일로 취급하기 때문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라. 특히 정책입안가나 교육관료나 학교장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교육변화는 아예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교사를 성인답게대접하고 그들의 일은 인정하고 지원하라.

학교문화를 바꾸는 것은 조직 전체를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습조직으로의 변화가 요청되는데 전문학습공동체(PLCs)’가 핵심이다. “근본적인 개혁의 핵심은 시스템 전체를 참여”(201)시키는 방향이어야 하지만, 그 참여는 자발적이어야 한다. 교사들의 동기와 유능감은 동료들과 초점(내용)이 있는 협력과 우수한 리더십 아래 있을 때 극적으로 변화하며, 집단의 신뢰는 학업성취도의 향상도 가져온다고 연구결과들이 말해주고 있다. 수업의 질도 교사 개인의 과업이 아니라 집단의 과업인 것이다. 물론 풀란은 전문학습공동체를 혁신안이나 프로그램처럼 실행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학교문화를 만들고 시스템이 변화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원하고 장려하되 간섭은 최소화하라!

이제 전문학습공동체는 부차적인 위치에서 주요 개혁의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풀란의 생각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전문학습공동체는 성찰적 대화, 실행을 통해 배운 내용의 공유, 공동체 전체가 학생의 학습에 초점두기, 협업, 규범과 가치의 공유”(206)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아울러 학습과 협력을 통해 구축된 신뢰가 다시 이러한 요인들을 촉진할 것이다. 이러한 순환의 과정을 통해 협력하는 조직으로 변화할 것이다. 협력의 힘은 강하고 인간은 본래 협력하는 존재였으며 교육은 협력의 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할 의무가 있다. 공진화는 상호 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아울러 교사들은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평생학습자로 거듭날 것이다. 교직에 필요한 역량과 전문성 자본은 확대될 것이 다. 이들이 경력을 쌓아 교장이 된다면, 그들이 다시 학습선도자로서의 역할을 선도할 것이다. 교장직을 맡은 사람이 학습선도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선도자로 성장한 교사가 교장이 되는 것이 여러모로 교육적일 수 있다. 그들은 권위적이지 않으면서 권한을 적재적소에 실행하는 리더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교육청이나 장학사가 필요한 중간리더십(LftM)’도 마찬가지다. 전문학습공동체에서의 역할과 경험이 교장(학습선도자)과 교육청(중간리더십)의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이제 통제의 중심(locus of control)을 정부나 교육부에서 중간 지자체와 지역단위로, 지역에서 단위학교와 교사에게로 이동하게 된다. 이러한 순환의 과정이 교육 시스템의 변화일 것이다.

 

시작을 위한 당부 한 가지

 

진정한 위기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람들의 개인 및 현실 간의 관계에서 발생”(75)하는 것처럼 신뢰 역시 그렇다. 교육구성원들 사이의 신뢰는 존중, 역량, 타인에 대한 배려, 정직하고 높은 도덕성”(199)의 요소를 구성한다. 혁신과 변화에 필요한 것은 내용이지만 내용이 채워지면서 그 조직과 문화는 혁신성을 담보하게 된다. “혁신(innovation)과 혁신성(innovativeness)이라는 단어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혁신을 새로운 프로그램의 내용에 비유한다면 혁신성은 조직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역량에 비유될 수 있다(35).” 교육변화의 현상학과 다면성을 이해한다면, 그 이해를 바탕으로 뻔한 이야기를 넘어 공유된 의미를 실행할 수 있다면 변화는 가능하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거나 역량을 발휘할 교사가 있다. 아울러 (교육현장에서 조금 멀리 있는) 우리가 할 일은 교육’, 교육이라도 좀 공적으로 생각하자. ‘우리 아이들의 위해서다! 공적인 마인드로 이 책을 읽고, 가급적이면 세부 주제를 잡아 이야기하자. 그것이 시작이다. (당신이 만약 교육현장에 있다면 할 수 있는 이야기와 상상력은 거의 무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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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어려움의 이해와 극복, 작업기억에 달렸다 - 개정증보판
트레이시 패키암 앨로웨이 & 로스G. 앨로웨이 지음, 이찬승.이나경 옮김 / 한국뇌기반교육연구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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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이 말하는 작업기억의 개념과 원리를 안다면 당신의 수업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고, 달라질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왜 이렇게 산만한가?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듣는가?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쉽게 하는 넋두리성 질문이다. 물론 시대적 문제들을 아이들이 담고 있을 것이다. 교양의 부재와 독서의 퇴락, 정보의 범람과 지식교육의 의미상실, 소비문화의 득세와 소통능력의 부재, 학교교육과 교사의 위상 추락 등이 광범위한 배경이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곳이 학습이 이루어지는 교실이다. 혹시 당신은 다양한 어휘를 사용하여 길게 말하고 있는가. 아이들의 작업기억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낯선 곳, 그곳의 언어에도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길을 물었던 경험을 생각해보라. 지나치게 세세하고 길게, 친절하게 설명하면 당신의 머릿속에 남는 것은 그 친절함에 비하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때는 두 블록 직전해서 **약국이 보이면 다시 물어보세요.”라고 말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이제 교실에서는 다른 종류의 친절함이 필요하다. 작업기억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의미 있는 수업을 할 것이다. 아이들과 보다 잘 소통할 수 있을 것이며, 출발선이 다른 아이들의 학습결손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작업기억을 이해하고 적용하라!


물론 교사가 해결할 수 없을 정도의 문제와 결함을 가진 아이들도 있다. 그 문제 역시 당신 혼자 해결할 수 없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중재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 일을 해야 하는 곳이 교육(지원)청이며, 개별화교육계획을 수립하고 학교기반 프로그램을 개발·지원해야 하는 곳이 국가(교육부). 작업기억을 활용하고 지원하라!


학생의 작업기억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교사는 신속하고 객관적으로 학생의 작업기억 특성(working memory profile)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44쪽).

학습장애의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는 명칭 자체가 학생에게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 성공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느끼면 학생은 자기신뢰감을 갖게 되면서 우수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학습장애가 자신 또는 자신의 수행을 규정하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자각이 생기면, 학생은 점차 타인의 도움으로부터 벗어나려 애쓰게 된다(204~5쪽).

개별화 전략과 적절한 작업기억훈련으로 우리는 학생들의 삶을 바꿔줄 수 있게 된 것이다(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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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배우는 대로 가르치기 - 학생을 몰입시키는 교수학습의 새로운 접근
레나트 N. 케인.조프리 케인 지음, 이찬승.이한음 옮김 / 한국뇌기반교육연구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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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데우스에서는 21세기를 지배할 개념으로 알고리즘을 제시했다. 알고리즘algorism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군의 방법론적 단계들을 의미한다. 포유류가 생화학적 알고리즘을 가졌듯 우리 삶의 거의 모든 것은 알고리즘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사랑하는 방식, 학습하는 방식, 그 모든 것은 알고리즘 덕분이다. 알고리즘이 존재해야 공부가 가능하다. 적정한 알고리즘을 가진 학생들이 공부를 잘한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이 최상의 알고리즘을 선택한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고 성공한다. 하지만 한번 형성된 알고리즘은 잘 변하지 않는 속성도 가진다. 우리 삶의 패턴이 잘 변하지 않는 것처럼!

 

  『뇌가 가르치는 대로 배우기를 읽노라니 자연스레 인간의 학습 알고리즘을 생각했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친숙하고 그들의 세계를 점령해버린 첨단 미디어와 비디오테크의 세계와 전통적인 교수법은 조화를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뇌의 학습 원리에 따라 비디오테크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학습한다. 하지만 교실은 여전히 전달직접지도(TDI)’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인간의 학습 알고리즘을 고려하지 않는 교수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통적인 교육 밈meme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기술의 수혜 속에서 성장한 디지털 세대에게는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 저자들의 시작은 우리의 뇌는 어떻게 학습하는가?”에 있으며, 그들의 비법은 뇌가 학습하는 대로 가르치는 것에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좋을 독자는 누구일까? 우선, 인간의 학습 원리를 알고자 하는 학습 열망이 가득한 독자가 좋겠다. 학습 알고리즘의 원리를 정확하게 그릴 수 있다면 저자들이 말하는 자연적 학습’, 그리고 자크 랑시에르가 무지한 스승에서 말했던 보편적 가르침(Ranciere)’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다. “모든 것은 모든 것 안에 있다.” 두 번째 독자는 전통적 교수법이라는 자기복제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교사, 배움을 거부하는 아이들(어쩌면 거부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과 잠자는 교실을 만들어내는 학생들에게 질려 교실에 들어서기 두려운 교사에게도 좋겠다. 현재 자신이 채택하고 있는 교수법의 맹점을 깨달게 해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울러 저자들이 말하는 유도경험접근법Guided experience approach은 수업을 개선할 수 있는 전략과 상상력을 줄 것이다. 세 번째 독자는 비디오테크의 세계와 함께, 그 세계를 넘어 학습의 메커니즘과 학습 알고리즘의 세계로 자녀를 인도하고 싶은 부모들이 읽으면 시사점이 많을 책이다. 첨단 미디어를 손에 쥔 아이의 순간적인 몰입에 기뻐하다가 이내 그 미디어로 인해 아이의 태도와 학습 역량에 심각한 문제와 결핍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라면 저자가 제시하는 편안한 각성상태’, ‘학습 경험의 구성’, ‘학습에의 몰입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직면한 도전적 과제이자 해결해야 할 문제는 기술의 세계와 전통적 학교에서 최상의 것을 찾아 통합하는 것이다(73).”

 

이 책의 요지는 과목마다 기본이 되는 핵심 내용의 학습을 소홀히 하라는 게 아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술의 수혜 속에서 성장한 디지털 세대를 가르칠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88쪽).

자연적 학습은 지각/행동 현상·지각/행동 사이클·지각/행동 학습을 통합한 것이다(131쪽).

교사는 대개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반항아는 쉽게 알아보고 도와주려고 애쓰지만, 수업을 ‘하는 척’만 하고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 학생은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213쪽).

현행 교육체제의 비극은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는 일의 상당수가 하위경로를 자극하며, 따라서 상위인지기능의 작동과 효과적인 학습을 방해한다는 것이다(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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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동양과 서양이 편지를 쓰다 - 혁명의 딜레마, 고객이 된 시민, 지식인의 브랜드화
자오팅양.레지 드브레 지음, 송인재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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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과 프랑스의 두 학자가 2011년 한 회의에서 만난 이후 각자의 근거지로 돌아가 주고받은 메일 서신을 엮은 책이다. 서신은 6(12) 둘 사이를 오간다. 서로에 대한 탐색으로 시작되는 첫 편지부터, 세 번째 서신부터 토론 상대에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로 대화가 깊어지다 아쉬운 헤어짐으로 마무리된다. 헤어짐이 여운과 아쉬움을 남길 수 있는 건 축복일 터이다. 그들이 다루는 주제와 내용은 다양하지만, 대략 네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1. 상실의 시대, 무엇을?

우리가 상실한 것은 무엇일까. 자오팅양은 혁명이라고 운을 뗀다. “혁명적 파괴는 반드시 혁명적 건설로 이어지지 않으며 혁명의 격정이 지나간 뒤 비천한 인성이 다시 모든 것을 재빠르게 원래대로 되돌려놓으며(23)” 늘 혁명을 후퇴시켰다고 말한다.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어린 시절 구경하기만 한 자오팅양은 혁명에 대해 비관적이다. 이에 프랑스 68혁명 당시 다른 나라(쿠바)의 혁명에 참여한 전력을 가진 레지 드브레는 혁명이 인성을 바꿀 수 없다는 지적에만 동의하며, 오히려 인성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기쁘고 안심할 일(52)”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혁명의 환상은 도 아니고 유물이며 무서운 착각일 수도 있지만 용기를 북돋는 유토피아와 의욕을 띤 신념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그 자리에서 썩고, 극도로 무료하게 바뀌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혁명의 상상임신은 끝났지만,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나름 현실주의자임을 자처하지만 혁명에 대해서는 비관과 희망으로 나뉘는 지점이 흥미롭다. 두 사람의 내력만큼이나 프랑스와 중국이라는 현실 정치의 차이도 있지 않을까. 혁명을 살아낸 사람과 혁명을 문자로 배운 사람의 차이일까. 학문적 지향의 차이일까. 아니면 인간에 대한 신뢰의 차이일까.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 지점들이 그들의 대화를 흥미롭게 해주었다.

 

2. 인간본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이견

자오팅양이 혁명에 대해 비관적인 것은 그가 지나치게 현실적이거나 이상적이라는 양면성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너무나 원하지만 완전한 상태로는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냉정한 현실감각 같은. 혁명을 대체한 키워드가 민주주의라는 레지 드브레의 주장에는 동의하면서도 그는 이마저 회의적이다.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너무 높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민주주의가 공공 선택을 이루는 기술적 수단의 하나일 뿐이고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종종 잊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기술을 사용하면 좋은 공공 선택을 낳을 수도, 나쁜 공공 선택을 낳을 수도 있죠. 민주주의는 어떤 이익이나 가치관의 인질도 될 수 있습니다(79).” 이에 대해 레지 드브레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서만 동의한다. 그는 다시 희망적이다. “민주주의는 누구나 실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야만을 막을 수 있어요. 민주주의를 통해 사회의 안녕을 이루고, 정권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즉 민주주의는 문명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입니다(95).” 레지 드브레는 자오팅양에게 통일의 결여가 유감이고 자신에게는 과분한 통일, 균일, 모호함이 유감이라고 응수한다. 아울러 한 사람 한 사람을 완벽한 인간으로 보는 인류 개념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물이 아니라 이상적 기준(87)”이라고 덧붙인다. 나 역시 자오팅양에게 그 자신의 말을 돌려주고 싶다, “이상은 실현하는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측정하는데 쓰(24)”일 뿐이라고. 생물학적으로 20여년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대화(書簡)는 어떤 대목에선 노학자(중견학자)의 입장에서 읽게 되고, 어떤 때는 노학자(중견학자)를 반박하면서 음미하게 된다. 그 사이 그들의 대화는 우정(書信)으로 발전한다.

 

3. 파키오facio와 관계이성, 그리고 우정

자오팅양은 파키오에 근간한 사실의 철학을 말한다. “논증의 기본 원칙이 나는 행동한다, 고로 존재한다(facio, ergo sum)’임을 말하려 했습니다. 분명히 파키오는 유물론도 관념론도 아닙니다. 동시에 유물론이면서 관념론이라고도 할 수 있죠. 저는 그것을 사물의 철학이 아닌 사실의 철학이라고 부릅니다(104).” 그는 유물론과 관념론을 뛰어넘어 인류가 만든 역사에 초점을 두고 근대 세계를 설명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 레지 드브레는 보편애의 정치화가 다양성을 해치고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우려에 대해 자오팅양은 관계이성복수의 진리개념을 통해 보편에의 재정의가 가능함을 역설한다. “관계 보편주의는 대개 유효한 관계만을 요구하기에 문화의 다원화에는 간섭하지 않아요. 사실 믿을 만한 상호관계가 있어야 다원적 문화와 언어에 대한 보편적 존중이 보장될 수 있죠. 저 역시 선생님처럼 다원적 문화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합니다(112).” 우리 시대가 당면한 문제는 반드시 실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오팅양의 말처럼 우리는 행동함으로 존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만남과 대화만큼 실천적인 행동이 있을까. 자오팅양과 레지 드브레가 보여주는 만남과 대화는 그 자체로 실천적 행위이다. 둘 사이에는 관계이성과 복수의 진리가 교류한다. “정의를 찾는 시간에 우리는 동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진리를 찾을 때 친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언컨대 선생님은 제 친구입니다(136).”

 

4. 상실의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두 사람은 지구화시대의 궁극적이자 강력한 권력으로 금융자본대중매체를 지목한다. 지식인의 브랜드화는 피할 수 없고, 시민은 기꺼이고객이 되었다고 진단한다. “억압은 있지만 저항은 없는, 또는 저항할 수 없도록 하는 불가사의한 일을 해내고 이전의 모든 권력을 크게 앞서 나가기 때문입니다. 이 무한시장은 유일하게 인간에 대한 지배, 억압, 통치를 사람들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 방식으로 바꾸고, 저항의 가능성을 모조리 없애버립니다(232).” 이 무소불위의 세력에게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레지 드브레는 전력을 다해서 공인된 인물이 되어 사람들에게 그들의 말을 듣도록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지식인의 역할론이다. 지식인의 외침은 다른 사람에게 들려야 하고 어떤 네트워크라도 밀고 들어가 광장의 집시에 도달해야 한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미디어크라시(mediocracy)’이다. 한편 자오팅양은 민주주의가 데모크라시에서 퍼블리크라시(publicracy)’로 변형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새로운 권력에서 기인한 인민의지의 집합인 지배적인 전체의지가 사회를 이끌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미디어크라시와 퍼블리크라시 개념/주장은 좀 미끄러진다. ‘정치적 정확성과 모든 것을 회의하고 비판하는 자오팅양과 사상적 정교함과 세밀함을 지워버리고 잡음을 만들어내는 교차모방을 주장하는 레지 드브레가 서로 미끄러지는 것처럼. 미끄러지고 만나고 미끄러지고 이어지는 것에 길이 있을까. “살아가려면 불합리할지라도 희망이 반드시 필요한 법(227)”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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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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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만 작은 소신을 지켜며 살아낸 스토너의 삶에 감정이입하게 됩니다. 나의 삶은 그러고 있는가, 우리는 그럴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저 지켜고 버티며 살아낸 삶에 대한 이야기.. 특별하진 않지만 소박하게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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