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마도 - 김연수 여행 산문집
김연수 지음 / 컬처그라퍼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아마도

우리는 여행을 떠나리라는 것.

누군가를 만나기도 할 거라는 것,

특히 나 자신과 만날 거라는 것.

고독 속에서도 관계를 형성할 거라는 것,

조금은 성장할 거라는 것.

다시 돌아와 일상을 살아갈 거라는 것,

아마도, 언젠가

다시 떠나게 될 거라는 것.

 

  ‘여행산문집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책은 여행이 아니라 산문에 방점에 있을 수도

  그게 김연수만의 장점일지도.


 


여행이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라고. 그러고 보면 여행을 통해 나는 비정함을 익혔다. 눈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그토록 찬탄하던 곳과 작별하는 법을 알게 됐으니끼. 이젠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친구처럼 지낸 이들과도, 또 아꼈으나 잃어버린 물건과도 아무런 미련 없이. 이젠 알겠다. 그렇게 해서 내가 이 삶의 원리를 배웠다는 사실을(31쪽).

떻게 이렇게 비슷할까? 그건 아마도 모든 인간의 소망과 꿈은 서로 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소망과 꿈의 운명도 대개는 비슷하다. 멀리서 바라볼 때 라스베이거스가 신기루처럼 우리를 유혹하는 까닭은, 결국 내게는 패배할 운명이라고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소망하고 다시 꿈꾸는 일이 바로 인간의 일이기 때문이리라(47~8쪽).

모든 게 다 사고 싶어서 하나도 못 사는 결정장애자가 있다는 말이 실감났다. 모든 것을 살 수 없다면, 그럼 무엇을 살 것인가? 그건 마치 인생의 질문처럼 느껴졌다. 모든 삶을 살 수 없다면, 그럼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그래서 나는 연필을 사기로 했다. 연필은 내게 가장 겸손하면서도 가장 큰 변화를 이끄는 도구이기 때문이다(67쪽).

과연 오늘은 어떨까? 불빛이 보이는 그 순간, 너무 기쁘다.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다. 세상이란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을까? 하지만 그건 별로 궁금하지 않다. 내가 궁금한 건 인간이란 어디까지 긍정적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건 아마도 지옥도 정겨워질 때까지가 아닐까(115쪽).

조직은 인간을 난쟁이로 만든다는 것, 고독은 우리의 성장판이라는 것,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해야 할 일을 할 때 인간은 자기보다 더 큰 존재가 된다는 것(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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