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의 모든 역사 - 인간의 가장 깊은 비밀, 뇌를 이해하기 위한 눈부신 시도들
매튜 코브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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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의 계관 시인’이라고 불린 2015년 타계한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 임상 경험에 기반한 뇌와 정신활동의 신비함을 다룬 그의 흥미로운 글들을 접한다면 누구나 ‘뇌는 무엇이고 어떻게 기능하는가?’라는 물음을 갖게 된다. 돌이켜 보면 뇌에 대한 개인적 관심은 올리버 색스, 정확히는 그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비롯되었던 듯하다. 하기야 혹자가 ‘우리는 우리 뇌다’라고 할 정도로, ‘뇌’가 엄마의 뱃속 태아에서 노년기의 알츠하이머병에 이르기까지 인간 삶의 매단계마다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뇌’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 후로 뇌 관련 책들을 틈나는 대로 읽곤 하는데, 지금껏 읽은 책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잘 알려지지 않은 뇌의 비밀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개설서(<<더 브레인>> <<뇌 이야기>> <<뇌 마음대로>> 등), 두 번째는 뇌와 예술(<<통찰의 시대>>), 뇌와 성차(<<테스토스테론 렉스>>), 뇌와 음악(<<음악 본능>>), 뇌와 자폐(<<뉴로트라이브>>) 등 뇌의 좀 더 세부적인 측면들을 다룬 책들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뇌에 대한 이러한 최신 연구 결과들은 그냥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과거의 연구와 실험들을 참조하고, 개선하거나 극복하면서 발견해낸 것들이다. 결국 뇌 연구의 현재적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과거 연구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뇌 과학의 모든 역사>>는 뇌 연구의 역사와 미래를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게 또한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어 뇌 연구 전반을 살펴볼 수 있게 한다. 다른 뇌 과학 책에서는 드문 드문 언급되어 있는 뇌 과학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살펴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뇌 연구를 크게 세 부분-과거(선사시대부터 1950년대까지), 현재(1950년대부터 오늘날), 미래-으로 나누어 조망하는데, 뇌를 수압식 기계, 전화 교환국, 전신망, 컴퓨터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뇌 연구의 노력, 성과와 한계를 뇌를 연구한 수많은 연구자들의 견해와 실험을 바탕으로 살펴본다.

 

뇌가 실제로 일종의 기계 장치라고 여겼던 17세기를 지배했던 스테노의 관점, 뇌에 송과선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이곳에서 육체와 영혼이 상호작용 한다는 데카르트의 생각은 지금은 오류로 밝혀진 뇌 연구의 과거이다. 뿐만 아니다. 뇌의 특정한 부위가 특정한 사고와 감정과 관련된다는 뇌 기능의 국재화론 또한 뇌 기능은 분리와 통합을 모두 수반한다는 관점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저자 매튜 콥은 과거의 생각들을 어리석다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과학적 개념과 사고는 사회문화적, 기술적 맥락에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뇌 연구 결과 또한 과거가 되어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로서도 우리는 우리 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뇌는 특정 부분이 아닌 총체로서 기능하며, 그래서 뇌의 한 부분이 기능을 상실할 때는 다른 부분이 그 기능을 맡게 된다. 뇌의 가소적 측면은 뇌를 이해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의식의 문제 또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전역 작업 공간이로, 통합 정보 이론 등 의식을 설명하려는 복잡한 이론들이 나오고 있지만 저자는 이런 이론들은 실험적 근거가 부족함을 지적한다. 저자는 보기에 의식을 설명할 수 있는 단일한 이론이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전망하지만 점진적 연구 결과들은 의식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 낙관한다.

 

뇌를 컴퓨터에 비유하는 가장 최근의 관점은 뇌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완벽하게 뒤얽힌 웨트웨어로 구성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구식의 것이 되어버렸다. 저자는 뇌의 미래를 다루며 뇌를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관점들이 중요해지리라 전망한다. 뇌는 육체와 동떨어진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육체는 뇌의 역할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 즉 뇌는 몸의 일부이므로 생리적 상태와 정신 상태의 상호 작용 양상을 탐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뇌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한다.

 

이 책의 뛰어난 점은 뇌 과학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 권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뇌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과 실험 방법, 실험 결과 등 뇌를 이해하고자 한 수많은 시도들은 뇌에 대한 현재의 이해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님을 예증함으로써 뇌를 보다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뇌 국재화론, 창의적인 우뇌, 뇌의 3층 구조설 등 대중들에게 여전히 널리 퍼져 있는 관점들이 이제는 맞지 않는 관점임을 알 수도 있게 한다. 저자는 장밋빛 전망을 내리지 않는다. 인간의 뇌에 대한 현재의 이해 정도를 직시하며 그 수준에 있어 여전히 걸음마 수준임을 강조하지만, 앞으로 계속될 과학적 연구는 뇌의 비밀을 많은 부분 밝힐 수 있게 되리라 전망한다. 뇌 연구를 보다 차분히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저자의 관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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