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 제자들 그리고 나치 - 아렌트, 뢰비트, 요나스, 마르쿠제가 바라본 하이데거
리처드 월린 지음, 서영화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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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어떤 철학자에 대한 역사적 사실일까? 1933년 나치당에 입당하면서 프라이부르크 대학 총장으로 선출되었으며, “오직 히틀러 총통만이 독일의 진정한 현실이자 법이라고 연설하였다뿐만아니라 나치 당국에 동료 교수를 반나치 인사로 고발하기도 하고대학생들에게 히틀러의 나치 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호소하기도 하였다답은 바로 독일 (실존주의철학의 거두 하이데거에 관한 얘기다개인적으로 철학으로의 입문을 철학사와 사상사그 중 특히 힐쉬베르거의 철학사로 시작한터라 하이데거의 이러한 적극적인 친나치 전력을 뒤늦게 알게 된 후 그의 형이상학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하였다.

 

이 물음의 철학적 탐구는 당연히 관련 연구서를 탐독해야 할 것이다하이데거의 나치활동하이데거 철학과 나치즘의 유사성하이데거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를 다루고 있는 박찬국 교수의 저작(<<하이데거는 나치였는가>>)을 읽어볼 수 있겠으나 미루고 미루던 차에 (사실 잊고 있었다), 리처드 월린의 이 책 <<하이데거제자들 그리고 나치>>를 먼저 읽게 되었다이 책의 원제는 히틀러의 아이들로 여기서 아이들은 하이데거의 제자들이었던 인물들 중 각자의 철학 체계를 심도 있게 구축한 동시대의 사상가 네 명한나 아렌트카를 뢰비트한스 요나스허버트 마르쿠제를 말한다. (이들 중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카를 뢰비트와 한스 요나스가 비교적 덜 알려진 축에 속한다)

 

이 책은 하이데거의 나치 참여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되그의 네 명의 제자들과 하이데거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그 문제에 답하고자 한다네 사상가의 연구 방향의 설정과정치적 신념 등에 대해 살펴봄으로써그들이 하이데거의 사상과 대결하여 어떤 지점을 수용하고또 어떤 지점은 비판하였는지를 통해 하이데거를 어떻게 읽을 것인지를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다다시 말해하이데거의 나치 참여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재능 있는 유대인 제자들이 펼친 학문적 여정을 살펴봄으로써하이데거의 사유가 가지는 탁월함과 한계를 통찰하고 있다.

 

월린은 네 사상가의 지적 여정을 치밀하게 살피며사상의 형성 과정에서 스승 하이데거가 미친 영향그것을 극복하고자 한 과정을 세밀하게 보인다그리고 그들의 사상 속에는 스승 하이데거가 가지고 있었던 죄의 근원으로서의 근대라는 보수주의적 이데올리기의 부정할 수 없는 길고 강력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음을 드러낸다아렌트는 전체주의를 근대성에서 기원한다고 여겼으며요나스는 생태학적 재난 극복을 위해서는 정치적 자유주의를 기꺼이 묵살할 수 있다는 견해를 가지기까지 하였다뢰비트와 마르쿠제 또한 그들의 사상에서 근대 사회는 주요한 비판 대상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 책은 하이데거의 사상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를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네 제자들이 근대 철학사 및 사상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고려하면 철학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 사실이다네 제자들의 사상 형성 과정에 대한 충실한 분석은 짧다면 짧은 분량 속에서 그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철학사를 어느 정도 접한 사람이라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개인적으로 이 책 덕분에 당분간 제쳐두었던 철학에 대한 흥미가 다시 생겨났다나중에 다시 읽으며 음미해야 하겠다는 확신이 든다.

 

             * 이 책에 나오는 하이데거의 네 제자들, 아렌트, 뢰비트, 마르쿠제, 요나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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