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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탐험 - 너머의 세계를 탐하다
앤드루 레이더 지음, 민청기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3월
평점 :
‘abyss’, 깊은 바다를 의미하는 심해. 심해는 내게 있어 탐험의 대상이다. 독특한 환경에서 진화한 다종다양한 생물들의 신기하다 못해 기괴한 모습은 원초적인 탐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심해잠수정을 타고 심해 환경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샘솟는다. 아래, 더 깊은 곳을 향한 호기심과 탐험에 대한 열망은 위, 지구 밖을 향한 관심과 짝을 이룬다. 얼마 전 나사의 화상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가 보내온 화성 착륙 영상과 얇은 대기층이 내는 바람 소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였던가. 밤하늘에 떠있는 무수한 별들 중 밝은 도시 환경에서 육안으로 겨우 보이는 몇 안 되는 별들을 보며 경이와 상상에 빠져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가끔 이런 생각도 해본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 욕구가 우리 유전자에 깊이 각인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단순한 물음에 대한 답을 인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앤드루 레이더는 인류의 시작부터 최근까지의 인류의 여정을 ‘탐험’이라는 키워드로 엮어낸다. 그런데 그 솜씨가 대단하다. 생소한 작가라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읽자마자 싹 사라졌다. 1부에서도 대단히 흥미로운 내용인, 미국의 네 배에 달하는 면적인 ‘폴리네시아 삼각지대(하와이, 이스터섬, 뉴질랜드를 연결)’의 수많은 섬들에 도달하여 불과 1000년만에 단일 문화권을 형성한 폴리네시아인들의 신비로운 항해와 탐험의 역사는 책을 관통하는 탐험의 흥미진진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현생 인류의 이동 과정, 미지의 땅을 누비는 기록되어 있지 않거나(폴리네시아인의 탐험),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기록으로 더듬어 낼 수 있는 고대인들의 탐험에 대한 경이로운 이야기(1부), 대항해 시대 이후 미지의 땅들을 발견하고 지구 곳곳을 누비며 지도의 빈 곳을 채워가는 수많은 탐험 이야기(2,3부), 화성 거주에서 더 나아가 다른 항성으로의 이주 가능성을 타진하고,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 가능성을 생각해보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탐험에 이르기까지(4부). 인류의 역사는 탐험의 역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저자는 ‘알려진 것 너머의 알려지지 않은 것’을 향한 인류의 욕구는 인류의 시작부터 세계를 바꿔놓았고 여전히 바꾸고 있음을 증명한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에서 만든 다목적 초대형 우주발사체인 스타쉽이 수많은 시도 끝에 수직 착륙에 성공하였으나 몇 분 후 폭발했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처음 펼쳐서 저자에 대해 살피던 중 앤드루 레이더가 스페이스X의 총괄 관리자임을 알게 되었다! (4부 우주 사업에 대한 부분에서 스페이스X가 이룬 성과-역사상 처음으로 로켓을 재사용-를 자세히 언급한다) 역시, 누구보다 가장 앞서 그리고 가장 최신식의 현재 진행형 탐험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 탐험의 역사를 이토록 현장감 있게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하게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번 스타쉽의 수직착륙의 절반의 성공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2015년 당시 (스페이스X의) 추진 로켓이 땅에 착륙하는 것을 실패한 것은 안타까웠지만, 그 시도는 우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기술의 한계를 넘는 과정일 뿐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이번 실패에 대해서도 그는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탐험의 역사에서 인류가 배운 것이 있다면, 지금까지 아무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을 하려고 노력할 때 놀라운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는 굳은 의지로 불가능에 도전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고 후손을 남은 탐험가들의 후예다. 우리에게 정말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의지다(397p).
* 앤드루 레이더 - 스페이스X의 총괄 관리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