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 - 20세기를 뒤흔든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6개월 마이클 돕스의 냉전 3부작
마이클 돕스 지음, 홍희범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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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칠의 전쟁 회고록[<<2차 세계대전>>(,), 까치] 1943~1945년을 다루고 있는 마지막 4부의 제목은 승리와 비극이다. 처칠은 2차 세계대전에서의 승리냉전이라는 또 다른 비극을 낳았음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마이클 돕스의 냉전 삼부작(<<1945>> <<1962>> <<1991>>) 중 가장 최근에 집필된 이 책 <<1945>>는 그 제목이 승리의 해를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냉전이 시작된 근원(가까운 원인,近原)과 과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 책에 부제를 붙인다면, 처칠의 4부 제목에 몇 글자 추가하여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듯싶다. ‘승리와 비극의 서막

      

   이 책의 원제는 ‘six months in 1945’19452월부터 8월까지 약 6개월 동안 2차 세계대전의 주 전장이었던 유럽을 중심으로 종전 직후 세계의 큰 그림을 그리게 될 주요국인 미국, 영국, 소련의 지도자들, 외교관, 군 장성들의 각종 회담과 정치적 거래, 비공식적 만남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구성은 총 3부로 서술되어 있으며, 1부는 전승국의 지도자(미국은 예외로 루즈벨트가 아닌 트루먼)가 될 루스벨트, 처칠, 스탈린 3거두의 역사적 회담인 얄타회담을 다루고 있으며, 2부는 얄타회담 이후 폴란드를 중심으로 동유럽을 자신의 진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소련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의 외교적 협상, 소련에 의한 베를린 함락 이후 독일 땅에서의 미/영과 소련의 기싸움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3부는 성과없는 회담일 뿐만 아니라 미소 냉전 시대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7월 포츠담 회담 및 원자폭탄 투하, 그에 따른 소련의 기습적 만주 점령과 일본의 항복으로 마무리 된다.

        

얄타회담에서 히로시마 원폭 투하까지의 6개월은 전혀 다른 두 전쟁과 전혀 다른 두 세계 사이의 결정적 시기였다(서문).

 

   위의 인용문에서 냉전의 분수령이라고 할 결정적 6개월의 시작인 얄타회담에 저자는 책의 3분의 1을 할애하고 있다. 그만큼 8일 동안 진행된 회담의 내용을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매일매일의 회담 현장과 회담 내용, 참석자들의 발언과 심리묘사, 각 나라의 정치적/외교적 전략뿐만 아니라 각 정상들이 머문 숙소에 대한 얘기부터, 매일 벌어졌던 연회의 분위기와 차려진 음식에 이르기까지 아주 자세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더군다나 지루하지 않고 매우 흥미진진하며 (과장이 아니라) 마치 얄타회담을 지켜보고 있는듯한 생생함마저 느껴진다. 이 덕분에 미..3거두와 고위급 외교관 및 군장성들 사이에서의 전후 세계의 구상을 둘러싼 치밀한 계획과 주고 받는 한 마디 한 마디의 치밀한 외교적 수싸움들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날마다 벌어진 만찬에서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회담에 윤활유 역할을 하진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3거두의 의미 있는 만남과 이들의 전후 구상의 기대로 각국의 언론과 국민들이 환호하고 열광한 얄타 회담의 성과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애나 루스벨트가 빛나는 일반론으로 가득 찼다고 한 얄타회담 발표문의 가장 골치 아픈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서로의 불신은 갈수록 커지고 종류도 늘어났으며, 서로가 상대방이 신뢰를 어기고 신성한 합의를 깼다고 손가락질했다. 2치 세계대전의 승전국들을 잠시나마 봉합시켰던 말은 곧 이들을 갈라놓게 된다(131p).

 

    얄타회담 내내 루스벨트 옆을 지켰던 그의 딸 애나 루스벨트의 말마따나 얄타회담은 겉만 번지르 르한 알맹이 없는 회담이었다. 미국의 UN 구상이나 나치의 패전 뒤 대일전 참전에 대한 소련의 동의는 그 당시 결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바로 폴란드 문제였다. 독일을 서쪽으로 격퇴시키며 폴란드를 점령한 스탈린은 폴란드에 우호적인 정권을 세우려는 계획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폴란드 임시 정부 수립에 대해 두루 뭉술한 표현인 확장된루블린 정권(당시 폴란드에 있던 친소 성향의 임시정부)이 민주적 선거를 치른다고 합의했을 뿐이다. 불 보듯 뻔하듯, 이후 확장된이라는 단어는 친미 성향의 고위 인사 1명만 친소 성향의 임시 정부 수립에 허수아비식으로 참여시킴을 의미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얄타회담에서 보였던 미소간의 균열은 베를린 분할 점령으로 더욱 구체화된다. 나치의 소련 침략으로 인한 피해의 보상 심리로 소련과 소련 병사들에 의한 베를린의 인적, 물적 약탈은 미국에게는 향후 전쟁 배상금 마련을 위한 독일의 경제 재건뿐만 아니라 당장의 베를린 시민들의 생사 문제를 도외시한 행태로 보였고, 결국 실질적인 경계 없이 경계를 나누어 점령하고 서로 뒤섞여 있는 미소 군인들 사이에서의 충돌로 이어지게 된다.

      

   미소간의 균열과 냉전의 서막은 7월 베를린 인근 포츠담에서 이루어진 포츠담 회담에서 더욱 분명해지고 미국의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과 일본에의 원폭 투하로 그 균열은 더욱 크게 벌어지게 된다(소련은 동북아시아에서의 영토 확장과 입지 확보를 위한 군사행동을 일본 항복 직전에 실시하고자 계획보다 훨씬 일찍 급하게 만주로 진격한다). 전쟁의 종결과 더불어 냉전이 도래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은 마침내 끝났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한 세대 전체가 수많은 인명과 에너지, 그리고 이념적 정열을 소모할 새로운 형태의 국제분쟁으로 대체된다. 2차 세계대전의 동맹이 냉전의 라이벌로 바뀌는 과정은 단 6개월 만에 이루어졌다(531p).     

        

   전쟁의 종결 시점인 마지막 6개월이라는 시간을 냉전의 계기라는 관점에서 아주 세밀하게 살핀 돕스의 서술 능력에 여러 번 감탄하며 읽었다. 특히 관련 책들에서 길면 한 두 페이지 정도만 할애하는 얄타회담과 포츠담 회담(특히 얄타회담)에 대한 현장감 있는 서술과 적절한 논평, 인물 묘사는 정말 일품이었다(최근 출간된 세르히 플로히의 <<얄타>>를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또한 남북 분단 과정에서 미소의 분할 점령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인지 미국과 소련의 베를린 분할 점령 또한 매우 흥미있었는데, 책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 미소 분할 점령이 미친 동서독 분할 과정을 더욱 알아보고 싶게 만들었다. 다행히 소장중인 <<얄타에서 베를린까지>>를 바로 꺼내들었다. 돕스의 냉전 삼부작에는 이렇게 하나같이 다루고 있는 시기와 주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고 싶게 만드는 서술의 힘이 있다. <<1945>>뿐만 아니라 이 시리즈를 훌륭한 번역과 만듦새(편집뿐만 아니라 사진도 일품이다)로 완성시킨 출판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88904) 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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