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언스 - 의식의 발명 Philos 시리즈 22
니컬러스 험프리 지음, 박한선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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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하고 설득력 높은 책이라는 추천사가 붙었던데 사실 나는 설득 당하지 못해 아쉽다. 현장 연구 후, 자연선택으로 특정 종만이 지각의 의식을 갖게 됐다고 하는 저자의 결론에는 뭔가 놓친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지식이 짧아 조목조목 반박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의식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처음이라 흥미로웠다. 특히 '의식이 있다'는 것과 '의식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의 구분이 재밌다. 감각 기관이 감각하는 것과, 감각한 것을 의식하는 일은 사실 별개로 작동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동시에 경험하기 때문에 구분해서 생각하기가 힘들다.

이때 저자는 원숭이 연구로 '맹시'를 발견하며 감각과 인식의 구분을 보여주었다. 그 원숭이 핼렌은 시각피질이 제거되었음에도 3차원 공간을 인식하고 시각적으로 반응을 할 수 있었다. 신기한 점은 정말로 맹인이라 보지는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현상은 사람에서도 관찰되며 저자의 연구가 확장된다.
이 책에 가장 많이 적힌 메모가 "왜?", "증거 있어?"다. 심리학 실험 특유의 인간주의적인 결과 해석이 불편했다. 영장류를 이용한 동물실험 자체도 싫다. 잘 통제되고, 대조군도 설정된 실험이 등장하긴 하나 결과 분석을 너무 많이 뛰어넘은 결론 도출의 향연에 어리둥절 했다. 묘하게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이 비인간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결정적인 것을 찾고자 하는 듯하여 불편하다. 비인간 동물을 고려하는 탈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서 기계-인간의 공생까지 논하는 요즘 시류에 과연 맞는 책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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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정신의학사의 위대한 진실
수재나 캐헐런 지음, 장호연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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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는 기자인 저자가 50여 년 전 로젠한이 했던 충격적인 결과의 실험을 되짚는 내용이다. 그 동기는 조현병으로 판정받아 잘못된 치료를 받다가 자가면역성 뇌염으로 밝혀졌던 본인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동일한 증상을 두고 정신 질환자일 때와 신체 질환자일 때의 치료법과 사람들의 대하는 태도는 너무 달랐다.

정신의학 전문의도 아닌 심리학자였던 로젠한이 발표한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라는 아홉 페이지의 길지 않은 논문은 정신의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로젠한은 실험자 8명에게 의도적으로 동일한 가짜 증상을 만들어 각지의 병원으로 보냈다. 그리고 실험자 모두 정신질환자로 오진을 받아 짧게는 7일에서 길게는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폐쇄병동에서 지내게 된다.

저자는 이 실험을 소개하며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온 정신 질환을 대하는 의학의 역사를 살피고 정신의학의 한계를 지적한다. 논문을 위한 실험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논한다. 정신의학과 신경학의 미묘한 분리와 연결도 다루고 있다. 최근 편견을 깨고 정신의학에 기대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경종을 울리는 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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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남은 시간 -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는 시대, 인류세를 사는 사람들
최평순 지음 / 해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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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전반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게 있다. 바로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중은 충격을 받을 필요가 있다. 존재하는 말로는 심각성을 강조하기 어렵다.

일례로 '인류세'라는 용어가 새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년이면 공식적으로 사용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인류세라는 단어가 언급되고서야 진짜로 지구가 인간 때문에 망가지고 있다는 게 와닿기 시작했다. 또 프랑스 언론은 기후위기 대신 '기후 고장', '기후 비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대중에게 좀 더 직접적으로 위기의 심각성을 전달하고자 한다.

강의를 듣고 책을 읽으며 진짜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사실상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감성과 양심에 호소할 시기는 지났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요^_^ 라며 기후위기에 조금 보태는 기분만 낼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현 상태에서 더 악화되지 않게 모두가 의견을 모을 때인 듯하다. 우리는 모두가 '유난'을 떨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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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 편견 - 뇌를 속이는 편견의 함정과 탈출법
패멀라 풀러 외 지음, 이윤정 옮김, 한국리더십센터그룹 감수 / 김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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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천천히 마무리하며 내 안의 편견을 연습으로 줄이는 게 가능하다고 말하는 책《무의식적 편견》을 읽는다. 무의식적 편견이 어떻게 생기게 되는지, 이 편견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를 여러 이론을 토대로 분석한 책이다.

AT&T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CEO, 성소수자 공동체의 일원, 그리고 이민 1세대이자 지적 장애 자녀가 있는 '무의식적 편견' 전문가. 책의 저자 세 명을 소개하는 문구이다.

저자들은 살면서 직접 타인의 편견을 경험했다. 또 리더로서 공평하게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편견을 없애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고려했다. 책은 <개인을 위한 성찰>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한다. <리더를 위한 응용문제>페이지가 있어 내가 속한 팀을 위한 실천 방안을 생각해보게 한다.

특히 세번째 챕터에서 '용기'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내 안의 편견을 인식하고 대처할 용기 뿐만 아니라, 편견의 대상을 도울 줄 아는 용기까지 길러야함을 말하는 게 인상깊다.

12월에 출간되어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위한 결심을 하기에 도움이 되었다. 읽으며 의도적이지 않았더라도 편견 가득하게 행동했던 것을 되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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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우주의 첫 순간 - 빅뱅의 발견부터 암흑물질까지 현대 우주론의 중요한 문제들
댄 후퍼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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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다큐멘터리 등 내가 우주론을 접한 적이 있는 매체를 통틀어서 가장 쉽게 우주를 설명한다! 일례로 저자는 책의 초반부에서 복잡한 공식 한 줄 적지 않고 일반인이 이해 가능한 수준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을 정확하고 쉽게 설명하는 기교를 보여준다. 나같은 보통의 사람은 장방정식이 정확히 어떻게 생겼으며 각 항에서 G가 어떻고 T가 어떻고...는 전혀 흥미로워하지 않는다는 걸 아주 잘 아는 사람 같다. 이후에도 수많은 공식과 이론과 관찰 도구의 원리가 등장하지만 굳이 일반인이 몰라도 되는 심화 내용까지 설명하진 않는다. 덕분에 쉽다고까지 할 순 없지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초반에는 일반상대성이론의 등장과 에너지에서 물질이 탄생하고, 수소나 헬륨 뿐만 아니라 무거운 원자까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룬다. 이는 수많은 계산과 관측을 통해 거의 오류없이 밝혀진 부분이다. 가장 궁금했던 빅뱅 후 몇분의 일초 수준의 짧은 첫 순간의 이야기,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다중우주에 관한 이야기는 책의 5장 이후에서 자세히 이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우주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은 과학 발달사 경이로운 과정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사고와 관찰이 동시에 발전해야 지식이 생성될 수 있음이 아주 잘 드러난다. 사고의 발전을 위해서는 혁명적인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고, 관찰의 발전을 위해서는 최첨단 도구가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공간이 변할 수 있음을 알려주어 우주 연구의 새로운 막을 열었다. 이후 관찰 도구들이 개발되며 관측을 통해 우주 공간의 변화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 과제들을 주었다.

현재 연구중인 것들이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어도 간접 증거를 통해 '실제로 존재한다'는 쪽으로 지식이 쌓이고 있는 지금,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또 어떤 혁명적인 발견이 이뤄질지 궁금한 분야다. 2012년, LHC를 통해 힉스 입자가 실제로 발견되며 이번 노벨상은 무조건 힉스라며 전 세계가 술렁였던 그 감동을 아직도 기억한다. 내가 죽기 전에 이 감동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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