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빌 백작의 범죄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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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를 보고 좀 무서운 소설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띠지에 총을 가지고 싸우는 두 남녀 그림과 그런 상황을 위에서 바라보고 있는 작가의 큰 눈 때문에 말이지요.

그런데 책이 작고 얇기도 하지만 내용 자체가 연극 한 편을 보는듯한 대사와 독백이 가득해 정말 금방 읽었습니다. 재미와 풍자가 가득한 소설입니다. 




책에는 벨기에 귀족 사회, 아름다운 성을 가진 백작가족 등이 나오지만 배경은 2014년입니다.

60대의 주인공 느빌 백작은 체면을 중시하는 부모님 때문에 힘든 시절을 보냈습니다. 돈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귀족들을 불러 성대한 파티를 열지만 정작 자식들은 굶주림에 허덕입니다. 크고 춥기만 한 성에 살면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도 못합니다. 그의 누나는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영양실조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런 부모님과는 다른 삶을 살려고 하지만 느빌 백작 역시 귀족 사회의 구체제를 답습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보고 자란 환경은 무시할 수가 없겠지요. 1990년대에 세 아이를 얻게 되고 그 아이들도 이런 애매한 환경에서 크게 됩니다. 큰 딸과 장남은 뛰어난 외모와 사교댄스 실력으로 귀족들의 모든 파티에 초대되고 현대 귀족들의 생활에 적응하지만, 막내 딸인 세리외즈는 겉돌기만 합니다.


느빌 백작은 기울어가는 생활형편에 성을 관리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팔게 되지만, 그 상황에서도 귀족들을 초대해 마지막으로 성대한 파티를 열게 됩니다. 그런데 파티 며칠 전, 점쟁이로부터 느빌 백작이 파티에서 사람을 죽일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되고, 막내 딸 세리외즈는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합니다.


느빌 백작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배경이 2014년인데도 그들의 대화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대사처럼 옛날 귀족들의 대화같네요. 연극 대사처럼 들리는 그 대화들이 이질감과 궁금증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한 편의 동화 같기도 하고 연극 같기도 한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가져올까요.

정말 파티에서 사람이 죽을까요. 세리외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도 자신이 귀족이라는 체면 때문에 고상한 척 하는 이중성, 상대방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품위 없는 행동을 했다고 가차없이 따돌리는 편협성, 고립된 귀족들의 그들만의 세계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재미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TV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재벌사회의 이중성과 갑질 회장 등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지막까지 읽어야 결론을 알 수 있습니다. '익살과 유머'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적합한 소설이네요.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찾아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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