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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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미국 대선을 지켜보면서 트럼프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백인 노동계층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가난하게 태어나 정규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그 당시 눈부신 산업의 발달로 신분상승을 한 그들은 소위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경험한 세대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은 시대가 변했지만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를 벗어나지 못했고 다시 가난해졌습니다. 더구나 그들의 자식 세대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다시 빈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을까 봐 걱정하고 난민들이 자국에서 특혜를 받는 것을 거부하며 트럼프를 지지했지요.

왜 그들이 그런 삶을 살았는지, 왜 그 자식 세대는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는지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이해가 됩니다.




저자는 산골에서 공업도시로 이주한 힐빌리 3세대 입니다. 저자의 조부모는 더 나은 직업을 찾아 산업도시로 이주했고 그 결과 산골에 살 때보다 훨씬 큰 부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힐빌리들이 이주한 동네에서 이미 생활하던 토착민들은 하나 둘씩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갑니다. 그들이 모이는 동네는 '빈곤하고 교양 없는 힐빌리들의 두 번째 고향'이 되는 것이지요. 새로운 곳으로 이사왔지만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였으니 그들의 교육관이나 정치관, 생활습관 등은 그대로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 자식들도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좋은 교육을 받으리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고 산골에서 살던 생활방식 그대로 살아갑니다. 

대부분 저축은 하지않고 하루하루를 즐기고 과소비하며, 자녀 교육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부부싸움, 이혼, 마약, 폭행 등이 일상이 됩니다. 아이들은 마약을 하고 공부를 등한시하며 대학진학 자체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부모가 대학에 가지않고 큰 노력 없이 많은 돈을 벌었고 자신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그러다보니 시대는 변하고 자신들이 거주하던 공업도시가 쇠락해도 그 곳을 떠나 새로운 직업을 가질 생각조차 못합니다. 자식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대학진학에도 관심이 없지요.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내몰리게 한 정부를 비판하기만 합니다.


모든 힐빌리들이 이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이런 삶을 살았고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비슷하게 살기에 뭐가 잘못된건지 깨닫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힐빌리 2세대, 3세대는 많지 않고, 일단 대학을 가게 되면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새로운 세계에서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또한, 힐빌리가 아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배우자와 결혼한 사람들은 안정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편이지요.


저자는 소위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입니다.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는 어머니 때문에 잦은 이사를 해야했고 불안정한 유년기,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예일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고 같은 로스쿨 학생과 결혼해 좋은 직장, 좋은 집에서 생활하는 성공한 힐빌리입니다.

그런 성공에는 뛰어난 지능도 한 몫 했겠지만 언제나 자신을 지지해준 조부모님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누나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로스쿨 학생으로 신분상승을 했지만 그는 다른 환경에 계속 당황합니다. 평범한 중산층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기본적인 테이블 매너나 옷차림에 대해 무지해 난처해하기도 하고, 연애를 할 때 화가 나도 소리를 지르거나 자리를 뛰쳐나가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 애를 먹기도 합니다. 

또한 공부나 진로 등의 정보를 제공해 줄 주위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동기들은 학교 선배나 멘토같이 도움이 되어줄 사람을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저자는 그런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는 좌절하지 않고 교수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고 결과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힐빌리 출신으로는 입지전적인 인물인 저자의 성공기를 담은 책이 아닙니다. 힐빌리 출신의 그들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더 나은 생활과 환경을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미국 사회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백인 노동계층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고, 우리 나라의 상황에도 적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목한 가정과 자녀교육이 왜 중요한지도 다시금 깨닫게 되네요.

실화인데도 소설처럼 재미있고 실화라고 생각하면 더 놀라운 이야기들입니다. 책이 두꺼운데도 금방 읽었어요. 주위에도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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