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 봐서는 범죄 스릴러같지만 사실은 장기기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고보면 내용이 이해가 되지요.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한다는 말은 '뇌사판정을 받은 청년의 장기기증'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표지선정이 너무 절묘합니다. 서핑을 즐기고 돌아오던 시몽 랭브르가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게 된 내용을 간결한 표지그림으로 잘 표현했어요. 파도모양에서 심장박동기 표시로 바뀌는 그림이 단번에 이해됩니다.




우리나라는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지요. 한번씩 TV에서 장기기증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됩니다. 생전에 미리 서약서를 써두는 방법도 있다고 들었는데 취지는 알겠지만 막상 서약서를 쓸 용기는 생기지 않네요. 더구나 내 가족이 이런 서약서를 쓴다면 더더욱 신중하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프랑스는 그렇지 않은가봅니다. 시몽이 뇌사판정을 받게 되자 시몽의 부모는 혼란 속에서 바로 장기기증을 제안받습니다. 이런 환자의 가족을 상대해서 기증을 이끌어내야하는 담당자와 의사가 가혹하다고 느껴지지만 작가는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삶을 짧고 빠르게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여줍니다. 그들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시몽의 부모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무엇이 옳은지를 고민하게 되지요.  


시몽과 그의 부모님, 시몽의 동생에 한정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은 시몽의 장기기증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성격과 삶을 잘 보여줍니다. 의사, 간호사, 코디네이터,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사람들 등 모두 자신들의 이야기가 있지요. 개개인을 둘러싼 상황과 그들의 감정을 마치 소용돌이를 보는 것처럼 빠르게 보여줍니다.    


이 책은 빌 게이츠가 추천했다고 해서 기대했고, 읽어보니 기대 이상이네요. 작가 특유의 시선과 문체가 독특합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이 흥미롭습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의학적 소견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것은 가족들의 실낱같은 희망 때문이겠지요. 평소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장기기증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