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세트 - 전2권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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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작가의 책은 집에도 많이 있고, 작가의 소설이나 에세이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읽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으면 이외수 작가의 생각이 겹치는 부분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환경에 대한 생각이나 종교에 대한 비판 등 평소 다른 책에서도 많이 읽었던 내용들이 여기에도 나오네요.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는 과연 어떤 회사일까요. 제목부터 신기합니다.

이런 회사가 있다면 저도 살짝 의뢰해보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 책의 주인공 정동언은 친일파 할아버지와 돈밖에 모르는 아버지가 싫어 말문을 닫아버리고 심한 말더듬이가 됐습니다.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던 동언은 자신의 이름이 싫어서인지 아끼는 식물 백량금이 지어준 별명 '캡틴'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완전 외톨이는 아니네요. 자신처럼 친일파 후손인 검사 박태빈, 꽃집 주인 한세은, 고등학생 시절 국사 선생님 노정건 선생님과 함께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회사를 설립합니다. 실제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는 아니군요. 그토록 싫어하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축적한 부를 유산으로 받은 캡틴은 사회 정화 활동에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헌납합니다.


신기하게도 캡틴에게는 식물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 거의 모든 외부에는 식물들이 있고, 상가 내부나 집안에도 식물이 조금씩 있기 마련이지요. 그렇기에 식물들과 대화하는 캡틴은 전국적인 CCTV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능력과 부를 바탕으로 검사친구의 법 집행능력, 한세은과 노정건 선생님의 행동력이 결합해 이 세상의 악을 응징하고 부조리를 바로잡는다는 내용입니다.


동물을 괴롭히는 사람,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학대하는 교사 등 전국적인 공분을 샀던 사건들을 재조명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응징합니다. 때론 치매병원 앞에 가짜 정류장을 설치하거나 도토리싹이 죽지 않게 옮겨심는 일도 하는 등 세상을 더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합니다. 전국의 식물들의 공조가 함께 하기에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책의 후반부에 들어갈수록 4대강 사업의 폐해에 대한 규탄이 나옵니다. 아마도 작가는 책을 통해 이를 응징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전국의 강을 황폐하게 하고 생태계를 무너뜨린 4대강 사업의 수장 MS (이니셜을 살짝 바꿨지만 누구인지는 다들 알 것입니다.)와 조력자들이 부정적으로 축적한 권력과 재산을 빼앗고 녹조라떼(썩어버린 강물)을 원샷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 과정이 만화를 보는 것처럼 황당하고 믿겨지지 않지만 소설이니까요. 너무 실제적으로 하면 재미없겠죠. 이 부분이 특히 이외수 특유의 해학과 풍자를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식물과 대화하는 능력을 가진 캡틴이라는 설정도 특이하지만, 특히 1000년 이상 된 고목들의 입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하네요. 우리 나라의 정서상 존경받는 어르신의 이야기는 더 존중되니까요.

이외수 소설을 많이 읽어봤는데, 이번에는 주제는 무겁지만 내용 전개상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내놓았네요. 아마 어린 친구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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