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불리는 스웨덴, 저도 스웨덴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요. 스웨덴에 사는 어르신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나라를 잘 만난 행운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겠지요.

그런데, 메르타 할머니를 포함한 5명의 노인들은 요양원에서 탈출해 강도단으로 활동합니다.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지내기보다는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함이지요. 영국에 로빈 후드가 있다면 스웨덴에는 노인강도단이 있는걸까요. 유쾌한 노인강도단을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노인강도단은 젊은 시절부터 성실하게 일하고 꼬박꼬박 세금을 내며 살아온 보통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세금은 어디로 가는걸까요. 정작 필요한 곳에 쓰이지않고 엉뚱한 곳으로 줄줄 새고 있다면, 누군가가 그 돈을 갈취해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면 화가 나겠지요. 노인강도단도 그 점에서 흥분합니다. 그래서 엉뚱하게도 도둑질을 해서 소외된 이웃을 돕게 됩니다. 지원이 부족한 문화예술사업에도 후원금을 보내는 선진의식을 발휘하기도 하지요.


카지노를 털고, 은행을 털고, 우연히 줍게 된 다이아몬드를 돌려주지 않고... 이렇게 모은 돈을 좋은 일에 쓰기로 합니다. 그 과정에서 엮이는 깡패들을 감옥에 보내고, 비리변호사를 고발하고, 경찰도 감쪽같이 속여넘기지요. 순박한 마음으로 비롯된 도둑질은 계획이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성공하게 됩니다. 힘 없고 정신도 없어보이는 노인임을 내세워 의심을 피해갑니다.


그런데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당당한 이 노인강도단이 밉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노인들이 갖고있는 신념과 따뜻한 마음씨, 그리고 책에 적절히 녹아있는 유머 덕분인 것 같습니다. 하나의 계획(도둑질)을 성공하고나면 삭신이 쑤시고 힘듭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있는 다른 노인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마음 하나로 다섯 명이 똘똘 뭉쳐 역할분담을 하는 모습을 보면 짠하기도 하고 대단해보이기도 합니다. 

세금의 부정사용은 우리 나라와 후진국만의 문제인 줄 알았더니 스웨덴도 마찬가지인가봅니다. 전세계에 만연한 부의 양극화와 정부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이런 힘든 시국에 의적이라도 나타나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이 있어서일까요. 이 책을 읽는 내내 웃음이 멈추지 않습니다. 노인강도단의 대담함과 어리숙함, 삶의 연륜이 책 속에서 잘 어우러집니다.


책을 읽으면서 노인들의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습니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면서 대두되는 노인문제 중에 노인들의 사랑과 성에 관한 문제도 있지요. 사별, 이혼, 재혼 등으로 인한 가족 구성원의 변화와 상속문제로 집안이 시끄러워지는 사례는 요즘 TV속 드라마에도 심심찮게 나오는데요. 이 책에는 그런 복잡한 문제보다는 순수한 노인들의 사랑과 질투 등 젊은 사람들과 다를 것 없는 그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랑은 젊은이들의 특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욕망인데 우리 사회의 어르신들의 사랑에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에는 노인강도단 5명의 힘으로만은 부족했는지, 젊은이 2명도 등장합니다. 강도단의 일원인 스티나의 딸과 아들인데요. 역할이 크지는 않지만 노인들의 강도행각을 도우며 없어서는 안될 일들을 해냅니다. 혹시 고발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모를 고발하는 자식은 없으니까요.

작가가 굳이 젊은이 2명을 이야기에 등장시킨 것은 의미가 있어보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젊은이도 동참해야한다는 메시지 아닐까요. 늙은 부모에게만 맡기지말고 모든 세대가 함께 노력해야 세상이 점점 깨끗해지고 살기 좋아진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책은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의 후속편으로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의 2편입니다. 노인강도단은 많은 일들을 끝내고 스몰란드의 한 시골집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그렇다면 다시 스몰란드에서 시작되는 그들의 이야기를 3편에서 만나볼 수 있는거겠지요. 유쾌하고 진정성있는 노인강도단의 후속편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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