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프린스 바통 1
안보윤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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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프린스는 명동에 실제로 있는 호텔 이름입니다.

이 호텔에는 '소설가의 방'이라는 룸이 따로 있습니다.

여기 머무는 소설가에게 숙식을 제공하는거죠.


예술가에게 일정 기간 거주공간이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이 '소설가의 방'은 호텔 프린스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입니다. 작업실을 제공해 예술가를 후원하는 것 뿐 아니라 낭독회, 북콘서트 등을 열고, 작가를 초청해 문답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호텔은 여행 중 머무는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문화와 결합해 지역사회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장소가 된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호텔 프린스의 '소설가의 방'에 묵은 작가 8명의 단편소설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고 해서 궁금한 마음에 책장을 넘겼습니다.




과연 똑같은 방에서 머물던 작가들은 어떤 이야기를 썼을까요. 그래도 몇몇 소설들은 비슷한 느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빗나갔습니다. 8가지 단편 모두 다른 느낌입니다.


제가 떠올리는 호텔은 신혼여행지, 여름휴가를 보내는 관광지, 휴양지 등의 넘치는 활기가 있습니다. 표지그림을 보니 몽환적인 느낌이 나서 제가 생각하는 호텔의 이미지와 어우러지는 뭔가 밝은 이야기들을 기대했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밝은'느낌과는 거리가 있지만, 나름대로의 특색이 강한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우산도 빌려주나요'에서는 서로 상처를 주지만 사랑하는 모녀의 이야기가 짠하고, '코 없는 남자 이야기'에서는 후각과 촉각이 두드러지는 섬세함에 놀라게 됩니다. '해피 아워'에서는 하와이의 호텔이 나오기에 휴양지에서의 이야기인가 싶다가도 아내와의 기억을 돌아보며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자의 모습이 안쓰럽네요. 마지막 열린 결말을 보며 해피엔딩이기를 바랍니다.

'유리주의'에서는 중국의 호텔을 찾은 단체관광객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호텔 옆 호수에 실제로 살고 있는 괴물이 괴물인지 여기 나오는 사람들이 괴물인지 분간이 안되네요. 사람도 괴물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겠지만 사람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민망하기도 하고 실제 일어나는 일을 보는 것같은 사실감도 있습니다. '민달팽이'는 명동의 호텔에서 써서 그런지 호텔의 배경이 명동입니다. 알고 읽으니 이런 깨알재미도 있네요. 숨막히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민달팽이같은 남자를 도피처로 택한 여자, 그 여자를 언제나 그 자리에서 맞아주는 느릿느릿한 민달팽이같은 남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누가 누구를 이용하는건지 누가 누구의 도움을 받는건지 알 수 없네요. 결론적으로는 자기에게 필요한 사람을 선택하고 그 목적이 들어맞기에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각 소설마다 특색이 있고 느낌이 있습니다.

8명 모두 젊은 작가들이라 그런지 느낌이 강렬하네요.

그냥 단편집이라면 관심이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한 호텔에서 여러 소설가들에게 방을 제공해서 나온 소설들을 모은 단편집이라니 궁금해하며 읽었네요. 이런 테마소설을 읽는 것은 생소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지역주민들이 예술을 손쉽게 접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더욱 더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나라의 거장 예술가들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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