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님의 작품을 보면 배우자의 외도가 많이 나옵니다. 연애와 동거, 결혼과 이혼 등이 삶의 한 부분이기에 사랑과 감정이 한낱 서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일본과 한국의 정서가 다른 건지, 작가 개인의 의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그런 점에 관대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나가면 됩니다.
단편집이라 끊어 읽기에 좋네요. 작가님의 감성을 느끼기 좋은 책입니다. '생쥐 마누라'의 미요코는 항상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강박적인 생활을 하다가 백화점에서 약간의 술을 충동적으로 마십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닌 일이겠지만 미요코에게는 만족감과 일탈감을 주는 행위라는 것을 섬세한 묘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골'에 나오는 시호와 히로키는 이혼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가족 행사에는 참여합니다. 집에 돌아와 주차장에서 시호는 히로키에게 선물이라며 잠수복을 보여줍니다. 사람의 체온과 기척을 상상하게 하는 잠수복은 사람의 모양으로 늘어지고 허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텅 빈 육체만으로 살고 있는 부부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묘사가 탁월하네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울 준비는 되어 있다'편은 책의 마지막에 나옵니다. 이 글은 주인공의 아버지가 즐겨 말했다는 '우하우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네요. '우하우하로구나, 라고 아빠는 말했다'라는 시작이 담백합니다. '우하우하'는 신나는 일이 겹칠 때 놀리듯 쓰던 말이라고 하는데요. 가족들만 아는 재미있는 말이면서 주인공에게는 강박적인 명랑함과 쓸쓸함을 동시에 주는 말이었습니다. 엄마가 이웃 여자를 지칭했던 '칠칠치 못한 여자'라는 말도 계속 기억이 납니다.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하기 위해 계속 확인하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질겁합니다. 이 글은 쓸쓸함과 공허함이 주를 이루고, 마지막에 주인공이 '우하우하'와 '칠칠치 못한 여자'를 동시에 떠올리는 장면이 마음 아프네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행복을 바라는 어둡고 불안정한 느낌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지요. 작가님은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해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