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내용의 단편들이지만 각 이야기에 나왔던 등장인물들이 조금씩 관련이 있는 내용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십 대 소녀들은 같은 교복을 입고 학교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생활 환경은 전혀 다르고 가족과의 친밀도나 친구 관계도 모두 다릅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 또래 아이들이 혼자 고민하고 혼자 결정하는 일들에 조마조마 해집니다.
자신의 몸을 만진 동성의 여자를 겁도 없이 따라가는 기쿠코는 십 대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요. 여고생이란 겉보기에는 다 큰 여성처럼 보이지만, 세상은 위험하지 않다고 믿는 아직 어린아이입니다. 모르는 사람의 집에도 따라 들어가는 장면에서 걱정이 됩니다. 이 시기에는 호기심이 크고, 삶이 자신의 의지대로 될 거라고 생각하는 순진함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에게 일기장에 독약 사탕을 처방해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죽여버리는 카나를 보면 무섭기도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는 표출하지 못하지만 일기장에 쓰면서 감정 해소를 하니 다행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시절의 일기장은 무슨 말이든 쓸 수 있는 감정 표출의 수단이니까요.
특이한 캐릭터로 나오는 미요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남자와의 관계에서도 그렇네요. 학생이면서 성인과 잠자리를 아무렇지 않게 가지고, 싫증 나면 무 자르듯이 돌아서 버립니다. 가정환경이나 어린 시절의 상처가 있어 제대로 된 관계 형성이 힘든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여러 십 대 소녀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목처럼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그 당시에는 너무나 큰일이어서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지요. 다른 사람에게 상담하기도 주저되는 내용이라 혼자서 끙끙 앓지만 시간이 지나면 너무 사소해서 기억에서 사라질 일들입니다. 십 대들의 순수성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