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 호스피스 의사가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깨달은 삶의 의미
레이첼 클라크 지음, 박미경 옮김 / 메이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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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만으로도 슬픕니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이 없어진다는 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겠죠. 아버지가 가시는 길이 고통스럽지 않기를 바라면서, 호스피스 의사의 자전적 이야기는 어떤지 읽어봤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메이븐

표지를 보니 자전거에서 내려 걷고 있는 아버지와 딸이 보이네요. 딸은 아직 어린 것 같습니다. 아버지에게 자전거를 배우는 중인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아버지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쌓은 딸이 아버지를 보내는 과정이 너무나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런 딸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심정도 마찬가지겠지요.




저자는 그 지역에서 존경받는 의사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환자에게 헌신적이셨고 항상 노력했습니다. 저자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했고,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어 의사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기자로 살아가다가 자신에게 잘 맞는 길을 가기 위해 다시 공부를 해 의사가 됩니다. 중요한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아버지는 저자가 훌륭한 의사가 될 자질이 있다고 격려해 주시지요.

저자는 완화 의료가 전문입니다. 호스피스 의사라고 하면 이해가 쉽지요. 자신이 돌보던 환자가 한 둘씩 떠나는 모습을 보면 힘들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할 텐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가 근무하는 NHS 호스피스는 시설이 좋은 것 같습니다. 천장에 채광창이 있어 밝고 병실마다 큰 창문이 있어 환자들이 바깥 정원을 내다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 사례로 나온 한 환자는 무엇이 마음에 안 들어 까다롭게 굴다가 푹신한 안락의자를 창문 앞으로 배치해 창밖의 자연을 볼 수 있도록 하자 안정을 찾았다고 하는군요. 환자들은 자쿠지, 마사지실, 미술 치료실, 음악 치료실 등을 언제든 이용할 수 있고, 좋은 포도주나 아이스크림도 마음껏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나 보다 싶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병원은 무균 상태를 강조하는 위생적인 곳이죠. 이런 병원에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과 환자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한 것 같네요. 환자는 후자를 선호할 것 같습니다. 적절한 의료 행위가 보장되는 곳에서 자유를 얻는 것 말이죠. 저자는 환자들의 파티도 허용해 주고, 임종을 앞둔 남편 옆에 아내가 잠시 눕도록 배려하기도 합니다. 결혼식이나 야간 데이트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책에 나오는 사례로, 젊은 여성의 결혼식 장면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네요. 이 여성은 결혼식을 올리고 이틀 뒤에 사망했습니다. 결혼식을 정성껏 준비한 의료진도 대단하고 결혼식을 올린 신랑 신부의 사랑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 여성은 죽음의 순간에도 행복했겠지요.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살아온 과정이 다르더라도 누구나 똑같이 죽음을 맞게 되지요. 저자는 일하면서 죽음을 수없이 목격했지만 아버지의 암 진단 사실을 알고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점점 노쇠해지는 아버지를 케어하고, 죽음이 다가오는 징조를 보면서 마음 아파합니다. 어머니와 저자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아버지를 케어합니다. 아버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눈물겹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저자는 의료진이 아닌 딸로서 현실을 부정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직접 겪어보니 환자 보호자의 심정도 알게 됩니다. 이런 가족을 둔 아버지는 행복하게 가셨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눈물짓기도 하고 감동받기도 했습니다. 내 가족이 죽음 앞에 있다면, 아니면 내가 곧 죽는다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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