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마석관에 있는 6가지 보석에 얽힌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라피스 라줄리 - 영혼을 그린 초상화, 호박 - 어둠을 품고 있는 돌의 정체, 토파즈 - 행운의 수호석, 비취 - 저주받은 가문의 비밀, 흑진주 - 검은 눈동자에 가려진 진실, 다이아몬드 - 왕의 재앙이라 불린 돌, 이렇게 6가지의 이야기입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단편으로 소개됩니다.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니 어느 편을 먼저 읽든 관계가 없습니다.
라피스 라줄리라는 생소한 보석이 먼저 나왔네요. 이 보석은 그림을 그리는 재료인 물감으로도 쓰였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듭니다. 귀족 소녀를 향한 화가 소년의 사랑과 그 소녀의 꿈을 그림으로 보여준 이야기는 풋풋하면서도 따뜻하네요. 책을 다 읽고 라피스 라줄리를 검색해 보니 이야기에 묘사된 것처럼 진한 파란색이군요. 소년의 사랑과 소녀의 행복이 잘 어울리는 이야기였습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다 재미있었지만 특히 토파즈 편을 인상 깊게 읽었는데요. 자신에게 딱 맞는 보석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이야기였어요. 사실 보석은 예쁜 돌일 뿐인데 그 가치를 몰라보면 한낱 돌에 불과하지요. 잇산은 자신의 마음에 쏙 든 토파즈를 받아 소중하게 여긴 이후로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성공을 맛보자 초심은 온데간데없고 사치를 일삼으며 토파즈를 괄시하게 되지요. 보석에는 기운이 있는 건지 토파즈가 가져다준 좋은 기운도 사라져버렸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잇산은 앞으로 어떻게 할까요. 열린 결말이네요. 이야기가 끝나면 보석에 대한 짧은 설명이 나오는데요. 토파즈는 흔해서 귀중한 보석은 아니지만 흔한 만큼 사랑을 받는 보석이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도 토파즈는 귀한 보석은 아니라고 나왔는데요. 토파즈를 소재로 쓴 이유가 있겠죠. 남들이 보기에는 귀하지 않더라도 나에게 귀한 보석이 있듯이, 내 주변에 있는 귀한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야기마다 개성이 다릅니다. 어떤 편은 섬찟하기도 하고 어떤 편은 안타깝기도 합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보석은 심오한 존재라고 말하는데요. 똑같은 보석을 두고 다른 마음을 품듯이, 보석을 못 쓰게 만드는 것도 인간이고 빛나게 하는 것도 인간이라고 합니다. 값비싼 다이아몬드가 아니더라도 내 마음에 드는 보석이 명품이고 그 보석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중요한 거겠죠. 이는 보석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로 인간사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입니다. 3권도 기다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