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그 이야기는 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말과 같죠. 그런 곳에서 살다 보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불편함 점도 많겠지요. 남의 시선에 위축되기도 하고 사생활이 침범당하기도 합니다. 에비는 공부는 잘했지만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그런 에비가 집안도 훌륭하고 직업도 좋은 팀과 결혼하자 마을 사람들은 에비가 결혼으로 승진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훌륭한 의사를 남편으로 뒀으니 얼마나 완벽한 삶이냐고요. 하지만 에비는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인 팀이 자신에게는 좋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죠.
에비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팀을 떠나려고 합니다. 그렇게 집을 나서다가 팀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됩니다.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에비의 집에 야구선수 딘이 세입자로 들어오게 됩니다. 딘은 운동선수에게 나타나는 증상인 입스를 겪으면서 야구계를 떠나있습니다. 입스는 예전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접했던 증상인데요.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하니 스트레스가 주원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에비와 딘은 서로의 상처를 존중하면서 활력을 찾아갑니다.
고교시절 에비는 팀과 사귀면서 많은 희생을 해야 했습니다. 팀의 분노 조절 장애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신의 성적까지 포기하면서 팀을 배려하려고 애썼습니다. 이런 과정이 쌓여온 둘의 관계는 과연 정상적일까요. 에비와 팀의 과거사를 보면 가스라이팅이 떠오릅니다. 남들에게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살아온 세월이 너무 깁니다. 즐거운 추수감사절에 에비는 아버지가 그들이 완벽한 부부였다고 생각하는 걸 보고 분노합니다. 감정 조절이 되지 않은 실수처럼 보이지만 에비가 처음으로 남들 앞에서 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 부분인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앞으로 에비와 딘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둘은 어떤 감정을 공유하게 될까요.
우리 주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과 다양한 감정이 얽혀있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며 유머도 잃지 않는 따뜻한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