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눈물은 닦지 마라
조연희 지음, 원은희 그림 / 쌤앤파커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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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을 '지나간 청춘에 대한 고백이고, 그 백발의 청춘에 대한 장례'라고 말합니다. 저자가 살아온 세월은 반짝이는 청춘보다 백발의 청춘에 더 가까운 걸까요. 저자는 자전적인 사실에 상상이 보태진 글이라고 말하니,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일지 생각하며 천천히 읽어봤습니다.

흐르는 눈물은 닦지 마라

쌤앤파커스

제목부터가 슬프네요. 책을 읽다 보면 왜 눈물이 흐르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표지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떨어진 눈물이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흔들리는 듯합니다. 이 눈물을 닦아야 할지 저절로 굴러떨어지도록 놔둬야 할지 고민되네요. 암울했던 시대를 살아온 저자의 자전적 고백이 담긴 에세이입니다.



가난한 어린 시절, 불안정한 가정 환경은 저자의 어린 시절에 어두운 영향을 주었죠. 책을 읽고 있으니 저자가 살아온 시대의 흐름과 역사, 서민들이 체감했던 부조리 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부모와 교사가 아이에게 폭력을 가하는 시대, 군부 독재 시절을 살아온 어둡고 절망적인 나날들 등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저자가 어린 시절에 살던 동숭시민아파트에 대한 이야기도 안타깝네요. 지금은 공원으로 바뀐 그 아파트 자리는 강제철거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윳돈이 있으면 다른 곳에 살면서 입주권으로 재산을 불릴 수도 있을 테지만 저자의 가족은 그런 여유가 없죠. 입주권을 싸게 팔고 무허가 판잣집으로 이사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힘든 현실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전기대에 낙방하고 전화위복으로 원하던 문예 창작과에 입학했지만 대학 생활에 즐겁게 적응하지는 못합니다. 이미 유명 작품이나 시를 줄줄 읊어대는 동기들, 저자가 쓴 소설을 공개적으로 혹평한 교수, 짝사랑의 용기를 내어 쓴 편지에 거절의 답을 보낸 그, 글을 잘 쓰고 싶으나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현실 등이 저자를 억누릅니다. 홧김에 삭발을 한 저자를 대놓고 비웃은 교수와 동기들의 이야기 등을 읽으면 저자는 힘든 학교생활을 했을 것 같네요. 저자도 삭발을 했다는 걸 보면 보통 성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젊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기에 저자는 짝사랑도 해보고, 충동적인 관계도 맺는 등 청춘의 나날을 완성해 나갑니다. 물론 친한 친구들도 있긴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는 내내 어둡고, 저자가 원하는 성공은 쉽게 오지 않습니다. 저자는 문학이란 굴레를 뒤집어썼다고도 생각합니다. 여전히 가난한 가족을 위해서 생계형 일이라도 하는 것이 마땅하나 글쓰기를 놓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며 그때 그 시절, 저자는 스스로를 '비탈길 위에 사는 여자'였다고 말합니다. 그런 자신이 결혼을 결심한 계기는 남자친구가 망가진 구두 굽을 고쳐줬기 때문인데요. 결혼할 때 입는 예복은 상복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그 청춘은 이렇게 지나갔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저자의 산문과 시가 마음이 아프네요. 이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다가 절제된 시로 표현하는 대목들이 참 좋은데요. 스스로는 졸시라고 하지만 상당히 멋진 시들입니다. '당신은 나의 막다른 그리움'이라는 저자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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