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당 11권은 전천당 베니코와 화앙당 요도미의 대결로 그려지는데요. 베니코의 가게를 방문한 손님들이 만족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요도미가 중간에 훼방을 놓습니다. 손님들은 전천당 과자의 신비함을 이미 알게 됐기에 화앙당 과자도 의심 없이 받아들이네요. 그렇다면 과연 전천당의 과자는 행복을 보장하고, 화앙당의 과자는 불행을 주는 걸까요.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고, 행복과 불행은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이야기 내내 보여줍니다.
이번 11권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다이노소다와 유적 쌀로뻥'에서는 화석 탐험가가 되고 싶은 료헤이가 전천당의 다이노소다를 먹고 화석을 잘 찾게 됩니다. 하지만 사촌형을 따라갔다가 유적을 찾고 싶은 욕심에 화앙당의 유적 쌀로뻥도 먹게 되는데요. 유적을 찾는 능력만 남은 료헤이는 행복할까요, 불행할까요. 책에서는 그것까지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료헤이가 커서 어떤 별명을 얻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 재미있는데요. 저는 료헤이가 유적 쌀로뻥을 먹지 않았어야했다고 생각하는데, 아이에게 물어보니 그것도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역시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서둘러 떡과 느긋해 캔디'편에서는 초조해하는 성격의 루미코와 꾸물거리는 노조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도 친하게 지냈던 소녀들은 서둘러 떡과 느긋해 캔디를 먹고 성격이 바뀌어버립니다. 서로의 모습에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재미있어 하는군요. 요도미 입장에서는 노조미가 전천당 과자를 먹은 것을 후회할 거라 생각했는데 계획이 어긋나자 분노하는군요. 이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기에 똑같은 일을 당해도 대처방법은 제각각 다릅니다. 베니코도 '스스로 한 선택으로 행복해질지 불행해질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조언을 하네요.
베니코와 요도미가 대면하는 장면이 참 재미있는데요. 역시 전천당은 허를 찌르는 재미가 있어요. 어린이를 위한 판타지 동화지만 성인이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전천당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읽고나면 생각할 거리가 많은데요. 억지 교훈이나 단정적인 결론이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책 뒤편에는 전천당의 고양이 스미마루의 눈으로 본 베니코의 일상이 나오는데요. 그림일기 형식이어서 귀엽고 재미있습니다. 아이가 12권은 언제 나오는지 물어보네요. 신간이 나오면 또 구입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