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직장에 취직한 사람들도 인성, 실력, 성공에 대한 열망이 제각각입니다. 당연히 의사들도 그렇겠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수재로 꼽히는 의사들이지만 그건 학창 시절의 성적 이야기고, 실전에 투입되면 자신의 성향대로 일하게 됩니다. 저도 지금까지 여러 병원에 다녀봤지만 친절한 의사는 손꼽을 정도였어요. 심하게는 인성이 바닥을 치는 의사도 있었습니다. 과잉진료 없이 합리적인 병원도 있었고, 입원할 필요가 없는데도 입원을 권하는 병원도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인터넷 지역 카페가 활성화된 시대에는 병원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곤 하지만 그 카페에서도 광고가 많아 100% 믿을 수는 없으니 병원을 선택할 때는 자신의 경험과 지인의 경험담에 의지하게 됩니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병원에서 많은 검사를 권하는 이유는 병의 진단을 위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의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방어진료) 등입니다. 이런 검사들을 해야 할지 여부는 환자 스스로가 정해야겠죠. 책을 읽어보면 의사의 입장도 이해가 됩니다. 이런 흐름들을 잘 알아두면 병원에서 선택을 할 때 도움이 되겠죠.
서열 문화가 확실한 의사들의 이야기는 드라마에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점들은 환자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는 그들만의 리그이죠. 이런 점을 허심탄회하게 썼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구급차가 환자를 호송할 때 가까운 병원을 두고 자기 구역의 병원으로 먼 길을 가는 응급대원을 보면 공무원의 일처리에 화가 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환자가 잘 모르는 부분을 현실적으로 짚어주는 책은 처음 읽어봤네요. 그것도 의사가 쓴 이야기라 공감이 갑니다.
저자는 대기 환자가 없을 때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어 합니다. 고3 학생에게는 공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운동선수에게는 절대 아무거나 먹지 말고 아무거나 바르지 말라는 이야기(약물 때문) 등을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눈을 반짝이며 잘 듣는 사람도 있고 귀찮아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꼰대와 멘토 사이에서 열변을 토하는 저자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루한 일상이 싫어서 응급과에 지원했다가 원만한 가정생활을 위해 다른 과를 고민합니다. 결국 여러 환자들을 다양하게 진료하기 위해 가정의학과를 선택했고, 아기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질병을 보고 있다는 점도 참 좋네요. 환자가 들어오면 셜록 홈즈가 된 것처럼 추리를 하고, 환자나 보호자에게 어떤 설명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에서 인간미가 느껴집니다. 자신의 성향을 일찍 파악하고 적정한 과를 선택했고, 지루하지 않게 진료를 하며 매일을 보람 있게 보내는 저자가 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사가 본 병원과 의사, 환자의 이야기가 담긴 재미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