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나오는 단편소설들은 작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인 열여덟 살에서 스물세 살까지 썼다고 합니다. 젊은 날의 객기와 무모함, 혼란스러움이 가득한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그 당시 작가의 사상을 짐작해 봅니다.
'18세'에서는 분위기에 휩쓸려 시간을 축내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소설에는 아버지의 외도, 친구의 죽음, 폭력이 난무합니다. 어느 날, 주인공과 친구들은 밤늦게 운전을 하다가 경찰관을 치고 도망가게 됩니다. 나중에 그 사람은 경찰관을 사칭하는 가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들은 범행을 들키지 않아 처벌을 받지도 않습니다. 그중 한 친구만이 아버지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도쿄로 전학 가게 됩니다. 하루하루가 혼란스럽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알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작가가 비슷한 나이대에 썼다고 하니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이겠지요. 착하게 굴어도 소용없다는 자조적인 대사도 경험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다카오와 미쓰코'에서는 동반 자살한 두 연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동반 자살이 직업입니다. 누군가를 타깃으로 삼고 여자친구를 유혹하게 한 뒤 그 사람의 연락처를 옆에 두고 동반 자살 소동을 벌입니다. 그다음 타깃이 준 위로금을 받아 여행을 가서 놀 궁리를 합니다. 이 방법이 한 번 성공해 5만 엔을 받게 되자 계속 진행해 50만 엔을 벌 궁리를 합니다. 그러려면 동반 자살 소동을 10번은 벌여야겠지요. 하지만 이들은 주인공의 연락처를 두고 진짜 자살을 해 버립니다. 주인공에게 이 소식을 전하는 경찰과 병원 원장은 '괜찮은 세상인데.', '현대에 대한 반항의 뜻인가...'등의 이야기를 하며 젊은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친구들의 자살에 황망해하는 주인공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 친구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요. 작가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이 책에는 젊은 날의 치기와 혼란스러움이 가득합니다. 책 곳곳에 드러나는 성적인 이미지, 저항과 몸부림, 충동적인 말과 행동들은 작가가 젊은 시절에 가졌던 생각과 그 시대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합니다. 작가의 초기작들이 하나같이 다 강렬합니다. 책 표지에 나오는 '너무도 잔혹한 젊음을 표현한 혼란스럽고 파괴적인 언어들이 해일처럼 밀려온다'라는 소개 글이 딱 맞는 작품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