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생은 아물지 않는다'라는 저자의 시를 가장 먼저 수록하며 시작합니다. 제주 4.3. 70주년 추념식에서 사회자 이효리 가수가 낭송한 시라고 소개합니다. 책의 중간 즈음에 여기에 대한 저자의 소감이 나옵니다. 사회자가 자신의 시를 낭송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추념사 중 저자의 장편 서사시인 '한라산'을 언급합니다. 추념식을 TV로 보고 있던 저자는 '이산하라는 이름이 30년 만에 유배가 풀렸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빨갱이 시인으로 낙인찍혀 형을 살았고, 출소 후에도 창살 없는 감옥에 유배된 것처럼 지냈다니 저자가 고통 속에 살았던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1988년 당시 황교안 공안검사가 기소해 '국가보안법' 7조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한라산 필화사건'이 33년 만에 재심 청구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있네요. 한라산 필화사건은 당시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지됐던 제주 4.3사건을 '미 제국주의에 맞선 인민들의 무장투쟁'으로 규정하고 시로 분노를 폭발시킨 사건(출처:네이버 사전)입니다. 저자는 황교안 검사가 장관, 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승승장구하며 매스컴에 나올 때마다 잊었던 고문의 악몽으로 병원을 찾기도 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글이 논란이 될 것을 알면서도 용기 있게 시를 발표해 사람들을 일깨우고 소신 있는 행동을 한 대가가 30년의 고통이라니 서글프네요. 한라산 필화사건이 재심 청구에 들어간다니 이제라도 제자리를 찾아 명예를 회복하길 바랍니다.
저자가 읽은 책 속 문장,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등과 저자의 생각과 함께 적혀 있습니다. 그중 공자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기억나네요. 어느 날 공자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불이 나서 마구간이 타버린 것을 보고 공자가 '사람은 다치지 않았느냐?'하고 물었다고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왜 적어놓았나,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데요. 그 당시에는 말 한 필이 사람보다 비쌌다고 하니 공자의 인격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시대를 앞서간 공자의 말과 행동은 그 당시로는 파격이었다고 하는데요. 큰 사람은 언제나 멀리 내다보는 것 같아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신분사회가 철폐되고 서서히 바뀌어온 것이겠지요. 지금도 크고 작은 차별들이 많지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각성하고 조금씩 바꿔나간다면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이산하 시인만큼 큰 역할은 하지 못하겠지만 저도 그 한 부분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