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갈 수 없습니다!
전정숙 지음, 고정순 그림 / 어린이아현(Kizdom)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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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그림책이라 가벼운 내용일 줄 알았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내 것, 네 것의 경계를 분명히 하면서 만든 출입 금지 구역들이 이렇게 많았군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금지 구역들을 이렇게 책으로 들여다보니 이 또한 차별이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이가 이런저런 질문들을 많이 하더라고요. 대답해 주면서 어른들의 세계가 참 편협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졌습니다. 제목에 느낌표가 있어서 더 인상이 강렬하네요. '들어갈 수 없습니다!'하고 외치는 사람이 바로 우리들이겠지요. 알게 모르게 우리도 이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자랐지만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좀 더 편안하고 경계가 없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이 전체적으로 무게감이 있습니다. 표정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 톤 다운된 색상의 배경이 책 내용과 잘 어울립니다. 그림에 칠해진 색을 잘 들여다보면 밝은 색도 있고 어두운색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어둡다고 느끼는 것은 색의 질감과 그림체에서 오는 느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책의 내용과 참 잘 어울리는 그림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출입 금지 구역이 많습니다. 책에서는 공사장, 사고 현장 등 함부로 접근하면 안 되는 곳도 잘 보여줍니다. 이런 곳은 당연히 들어가면 안 되겠지요. 감옥은 멋대로 나올 수도 없다는 것도 언급합니다.

그런데 사람에게 위험한 곳이나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와는 달리 차별을 느낄 수 있는 금지 구역도 많지요. 예를 들면 '외부인 출입 금지'라는 팻말인데요. 이는 많은 건물에서 볼 수 있습니다. 회사에 들어갈 때 출입증을 목에 건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그들 말고는 다 외부인이에요'라는 글이 함께 나옵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함께 볼 수 있지요. 지금까지는 이런 것들이 차별이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이 아닌 사람들이 자꾸 들어오면 보안 측면에서 번거로우니 출입증을 찍고 들어가는 방법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저곳은 내가 들어가면 안 될 곳'이라는 경계가 쳐진 곳이겠지요.

아파트 입구를 보여주며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그들만의 공간이래요.'라는 문구가 나오네요. 한켠에 택배 기사님이 택배를 쌓아두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예전에 어느 아파트에서 아파트 안에 택배차가 돌아다니면 주민들에게 위험하다고, 택배 기사님들에게 차에서 내려서 걸어다니면서 배송하라고 해서 논란이 됐던 사건이 생각나네요. 그래서 택배 회사에서는 그 아파트에는 택배 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공지를 했지요. '그들만의 공간'을 그들 마음대로 누리기 위해 갑질을 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었지만, 그 후에도 그와 비슷한 사례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남북 경계선, 동물 살처분 현장 등 마음 아픈 장면들도 나오네요. 마지막 장면은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인데요. '툭, 경계를 넘어서는 한 걸음이 큰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라는 글이 함께 나와서 마음이 찡하네요.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아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갖고 있던 편견도 돌아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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