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치앙마이
곽명주 지음 / 쉬는시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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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전, 태국에 놀러 갔을 때 한 영국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저는 보통 여행을 가면 제한 시간 안에 이것저것 계획했던 것을 다 해야 하는 성격이라 그날도 깨알 일정을 다 수행하고 공항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쉬고 있었는데요. 날씨가 너무 더워 호텔 커피숍에서 시원한 주스를 마시고 있었는데 다른 테이블에 있던 영국 할아버지가 말을 걸었습니다. 어디서 왔냐, 여기서 한국까지 얼마나 걸리냐 등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영국 물가는 너무 비싸고 겨울은 추워서 항상 겨울은 싸고 따뜻한 태국에서 보낸다고 하네요. 그 할아버지가 천천히 신문도 읽고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걸 보면서 저도 장기 여행에 대한 로망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유행이 된 '한 달 살이'가 있죠. 장기 여행에 대한 다른 말인데 '한 달 살기, 두 달 살기' 등 '한곳에서 살아본다'라는 뜻이 있어 더 여유롭게 들립니다.

한 달 동안 다른 지역에서 살려면 숙박비를 비롯한 체류비가 만만찮은데요. 그래서 물가가 싼 동남아를 찾아보게 됩니다. 몇 년 전에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았던 블로거의 일상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치앙마이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이 책도 치앙마이에서 한 달 동안 산 내용이 담겨있어 관심이 생겼습니다.

책은 작고 얇습니다. 처음에 시집인 줄 알고 놀랐네요. 이 책은 텀블벅 클라우딩 펀딩으로 출간됐습니다. 퇴사 여행으로 선택한 한 달 살이 여행을 마치고 쓴 글을 이런 방법으로 책을 출간할 수도 있다니 신기합니다. 책이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어요.

저자가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산 비용은 항공, 숙박, 체류비를 다 해 255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저렴한 현지식은 40밧(1600원) 정도이지만 여행자들을 위한 맛집은 7배가 넘는다고 하니 물가와 상관없이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경비에 차이가 날 것 같습니다. 예전에 디지털 노마드족들이 사랑하는 도시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역시나 인터넷은 잘 되는 곳이라 크게 불편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자는 12월에 치앙마이 여행을 했는데요. 한국의 초여름 날씨처럼 좋았다고 합니다. 동남아는 겨울에 가야 좋다는데 야외 수영을 하기에는 아쉽지만 생활하는 데는 쾌적할 것 같네요.

책이 얇은 만큼 치앙마이에 대한 가이드북은 아닙니다. 저자가 살면서 느낀 점이 에세이 형식으로 담겨 있고 저자가 추천하는 명소와 맛집이 몇 군데 나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치열하게 살았고, 여행 계획도 많이 했지만 막상 가보니 베짱이가 되어 멍 때리다 왔다는 내용이 마음에 드네요. 아무래도 장기 여행을 하다 보면 시간도 자유롭고 날씨 때문에 조급하지도 않으니 여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겨울에 동남아에서 한 달 살이를 꿈꾸고 있는데요. 베트남이나 태국의 치앙마이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한 달 살이를 하면서 너무 알뜰하게 살려고 하면 재미가 없어진다는 저자의 말을 명심하면서 평소에는 가성비 좋게 살다가도 때로는 럭셔리한 일정을 넣어가며 여행의 묘미를 즐기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얼른 떠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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