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국수 금지
제이콥 크레이머 지음, K-파이 스틸 그림, 윤영 옮김 / 그린북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부터 국수 금지'라는 제목에서 웃음이 나옵니다. 왜 국수를 금지한다는 걸까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국수 그릇을 들고 기뻐하는 코끼리의 모습이 귀엽네요. 이렇게 국수를 좋아하는 코끼리에게 국수를 금지한다니 도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합니다.

책을 넘기면 가장 먼저 동물들의 마을 지도가 나옵니다. 법원 바로 옆에 학교와 서점이 있는 좋은 동네가 있는데 그곳에 캥거루네 집이 있군요. 개울 건너편에 다른 모든 동물들의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심지어 동물원도 있어요.

지도만 봐도 캥거루가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겠네요. 역시나 캥거루들은 법을 만들고 집행하며 다른 동물들을 억압하는 역할을 합니다. 캥거루만 빼고 바닷가에서 헤엄치는 것도 금지, 나비 정원에서 노는 것도 금지, 법 만드는 것도 금지입니다. 그래서 다른 동물들은 바다에 가는 대신 스프링클러로 더위를 식히고 나비 정원 대신 등불 밑에서 춤추는 나방을 구경하고 법을 만드는 대신 서로에게 음식을 만들어줍니다. 법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만 동물원에 갇히는 것은 싫기 때문이죠.

그러던 어느 날, 국수광코끼리가 친구들을 초대해 국수 파티를 열기로 합니다. 하지만 캥거루의 방해로 무산되지요. '국수는 캥거루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캥거루의 주장입니다. 법전에 나와있듯이 코끼리는 나뭇가지만 먹어야 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코끼리는 굴하지 않고 무엇이든 국수로 만드는 '국수 기계'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맛있는 국수를 대접합니다. 그 결과 코끼리는 동물원에 갇히게 되지요. 그러자 친구들은 법원 앞에서 시위도 하고, 전화나 편지로 법에 호소하기도 했어요. 일부 캥거루는 법이 잘못됐다고 시인했지만 대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동물 친구들은 마침내 한마음이 되어 법원 광장에서 대규모 국수 파티를 기획합니다. 법전을 보이며 반대하는 캥거루의 법전을 뺏어 국수기계에 넣고 국수를 만들어내는 코끼리가 대단해 보이네요. 국수의 맛을 본 캥거루들은 다들 법전을 넣어서 국수를 만들려고 줄을 섭니다. 마침내 마을의 평화가 찾아온 거예요.

 

 

그림책이라 가벼운 내용일 줄 알았는데 법과 정의, 자유와 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심도 있는 책이네요. 아이들에게 친근한 '국수'를 소재로 이렇게 법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니 좋습니다. 캥거루는 권력자들을 의미하고 코끼리와 친구들은 일반 시민들이겠지요. 동물원은 감옥을 의미합니다.

법은 사람들이 공평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든 것이지요. 하지만 사람이 만들다 보니 허점도 있고 불공평한 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법을 개정하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지요. 국회의원들만 법을 만들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시민들의 소리가 모여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법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법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으로 실행하는 동물들의 참 멋집니다. 아이들도 이런 책을 읽으면서 법에 관심을 가지고 시민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겠지요. 초등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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