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보며 빵을 굽다 - 빵을 만드는 일 그리고 삶, 그 조화로움에 관한 이야기
쓰카모토 쿠미 지음, 서현주 옮김 / 더숲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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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보며 빵을 굽다'라는 제목이 낭만적이라

눈여겨 본 책입니다.

'빵을 만드는 일 그리고 삶,

그 조화로움에 관한 이야기'라는

부제도 마음에 듭니다.

표지의 달 그림과 바게트의 깔끔한 일러스트로

어떤 내용일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저자, 쓰카모토 쿠미는 '달의 주기에 맞춰 빵을 굽는다'라는

새로운 시각을 가진 제빵사입니다.

달이 찰수록 발효가 빨라진다는 것까지 고려해

그에 맞춰 만드는 빵이라니

그 맛과 섬세함이 기대되네요.

 

저자는 빵을 구워 판매합니다.

일본의 작은 소도시에서 2016년 개업한

'히요리 브롯'에서는

하루 14건의 주문만 받아 빵을 굽고

온라인 배송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격도 다른 곳에 비해 아주 비쌉니다.

예약판매를 하기 때문에 원하는 날짜에 받기도 힘듭니다.

그런데도 아주 인기가 많아서

지금 주문을 해도 5년 후에나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매일 아침 예약 건을 확인하고

그날 들어온 신선한 재료로 빵을 굽습니다.

제철에 가장 맛이 좋은 식자재로

레시피를 만들기 때문에

예약을 할 때 어떤 빵을 받을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5년 후에나 받을 수 있는 빵을

선뜻 주문하는 일이 가능할까요.

판매자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저자는 회사에 다니는 동안

원가와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회사를 그만둔 뒤에는

일본 빵의 거장에게 빵 만드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6년간의 배움은 고단했으나

단계를 밟아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는 달의 주기에 따라

한 달에 20일은 빵을 굽고

10일은 여행을 다닙니다.

'워라밸'에 충실한 여유로운 삶 같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 10일은 해변에 누워 선탠하는 여행이 아니라

식재료를 찾아다니며 생산자와 의견을 교환하는 여행입니다.

그 10일 동안은

전국 곳곳에서 빵을 직접 판매하는 이벤트도 엽니다.

온라인 판매로는 5년 후에나 먹을 수 있기에

전국에서 빵을 사러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책을 읽어보면 저자는 그 10간의 여행을

생산자의 농장이나 축사를 둘러보며 확인하고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고

빵을 판매하며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운 여행으로 생각하네요.

다르게 보면 20일은 가게에서 일하고

10일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하는 것이므로

한 달 내내 일하는 것임이 틀림없는데

이 모든 것을 즐기고 10일을 '여행'이라 칭하는

저자의 빵에 대한 열정에 섬세함이 놀랍네요.

달의 주기까지 고려해 빵을 만든다는 것부터

저자가 아주 섬세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당당하게 개척해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저자가 참 멋집니다.

저도 기회가 되면 '히요리 브롯'의 빵을 맛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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