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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놀이 - 그 여자, 그 남자의
김진애 지음 / 반비 / 2018년 2월
평점 :
집놀이 서평

우리가 평생 가장 많이 있는 곳이 어디일까?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집이라는 공간이 우리가 가장 많이 있었던 공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집놀이라는 제목을 보고 신선하다고 느꼈다. 집이라는 공간을 놀이의 공간으로 정의하는 일이 많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집이라는 공간에 놀이라는 단어를 접목시킨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집놀이는 일상의 놀이로서 24시간 할 수 있는 놀이라고 한다. 집놀이를 통해서 행복감이 더 높아진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처음에 보았을 때는 집에서 하는 놀이에 대해서 새로운 것들을 이야기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것들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집에서 해왔던 것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가 집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 일상에서 하던 일들로도 집놀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 같다.
집이라는 공간은 집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는 이 책의 이야기가 인상깊다. 집이라는 사실은 같지만 다른 집에 가면 우리 집이 아닌 것 같고 달라보이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집이라는 공간이 특별해지는 것은 결국 우리가 생활해 온 일상들이 있기에 이 집이 특별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사를 가거나 하면 처음 만난 그 집이 어색하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 집이 정말 자연스럽다. 벌써 살아온 시간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서 다른 숙소에서 느끼는, 집이 아니라 어색한 것과 같은 느낌을 느끼는 것과도 비슷한 것 같다. 무슨 느낌인지는 알지만 정의할 수 없었는데 책의 이 부분을 읽고 그 곳과 관련한 나의 이야기가 없기에 어색한 것으로 어느 정도 느낌을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집놀이라는 제목과도 맞게 집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한다. 집에서도 부엌이나, 방, 식탁 등과 같은 그 집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집에서 매일 보던 장소였는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이렇게 변화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러 명이서 살고 있는 집은 혼자만 사용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에 관한 이야기 중에 어떻게 어질러져도 괜찮아보일까라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보통 집이라고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생각해보면 어질러진 집, 깨끗한 집 이렇게 두 가지가 떠오르는데 둘 중에 어느 것이 우리 집일까? 보통은 어질러진 집이 아닐까. 그런데 누군가 우리 집에 온다면 어질러진 집을 보이려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이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나도 작가의 말처럼 집은 사는 공간인데 꼭 집이 완전히 깨끗해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하지만 않을 정도면 어질러져 있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181p)
이 책에는 여러 소챕터가 있다. 그 하나의 소챕터가 끝나면 있는 이 부분이 좋았다. 앞의 이야기가 정리되기도 하고 스스로 생각해볼 여지를 남기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정리하다보면 나만의 집놀이가 만들어질 것 같다.
그냥 일상적이었던 공간인 집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