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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한 달은 모자란 시간 때문에 한없이 짧다.
또한,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한 달은 무엇이든 다 이룰수 있을 만큼 한없이 넉넉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 한 달 동안 사랑을 완성할 수도 있고
또한 사랑을 완전히 부숴버릴 수도 있다. - P99

이렇게 말하면 보다 정확해질지도 모르겠다.
강함보다 약함을 편애하고,
뚜렷한 것보다 희미한 것을 먼저 보며,
진한 향기보다 연한 향기를 선호하는,

세상의 모든 희미한 존재들을 사랑하는 문제는 김장우가 가지고 있는 삶의 화두다.

나는 그렇게 느낀다.
그래서 그는 세상을 향해 직진으로 강한 화살을 쏘지 못한다.
마음으로 사랑이 넘쳐 감당하기 어려우면 한참 후에나 희미한 선 하나를 긋는 남자.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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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나는 흘러간 유행가의 제목처럼 참 바보처럼 살았던 것이었다.
그런 깨달음이 언제부터인가 아주 조금씩, 마치 실금이 간항아리에서 물이 새듯 그렇게 조금씩 내 마음을 적시기 시작했을
것이었다.
항아리의 균열은 점점 더 커지고, 물은 걷잡을 수 없이
새들어오고, 마침내 마음자리에 홍수가 나버려서 이 아침 절박한부르짖음을 토해내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이렇게.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홍수가 나버리도록 마음자리가 불편할 때까지 나를 참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인생을 방기(放棄)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면서까지
무위한 삶을 견디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비로소 이야기의 핵심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여태까지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쓸데없는 군말들을 많이도 늘어놓았구나 하는 알 수 없는 긴장감마저 느낀다.
내 삶이 이렇게 굳어진데는 하나의 까닭이 있었다.
아마도 나는 이 아침, 내 삶을 변명하기 위해서라도
꼭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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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뒤에 더 이상 이을 말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내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없이 절망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量感)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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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쓰려고 하지만,
어떤 때는 사실만 가지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그럴 수도 없고,
그럴 용기도 없는 나 자신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미화시키고, 있었던 일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있었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얘기를 쓴다고 했다. - P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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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진심이란 것에 병적으로 엄격했던 우리는
언어가 책임질 수 있는 영역 역시 가변적이고
생각보다 훨씬 협소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감정적 차원의 진실이란 한순간에 급조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추억을 헌납하며 조금씩 만들어가는
공유된 약속일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이 있어야 하고,
그 시간이 조심스럽게 준비해놓은 구체적인 사건들도 있어야한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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