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뱀파이어 - 폭력의 시대 타자와 공존하기
임옥희 지음 /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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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희의 뱀파이어 시학과 주디스 버틀러의 취약한 주체의 정치 윤리학은 서로 맞닿아 있다. 주체가 엘리트 지식인으로서의 우월하고 분리된 위치를 버리고 자본주의 현실 속의 식인주체의 하나임을 인정할 때, 자기동일적 젠더 주체를 포기하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불확실한 삶임을 반성할 때 주체와 타자의 소통과 대화의 가능성은 조금씩 열린다. 공감의 능력, 소통의 능력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폭력에 대항하는데 필요한 삶의 감수성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폭력은 더 많은 상실을 낳고, 그 결과 불확실한 삶의 요청을 배려하지 못한 정치적 분노만을 생산하게 된다. 윤리적 소명의 가능성은 타인과의 감정적 유대를 빨리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감정에 머물러 내 몸이 너무나 취약함을, 또 나의 존재가 근본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인정할 때, 그래서 삶의 불확실성, 존재의 불확실성을 인식할 때 시작된다. 탈-정체성(dis-identificaiton)이야말로 정체성의 일상적인 실천(common practice of identification)인 것이다. 타자의 얼굴이 나를 형성하고 나의 정체성은 타인에게 근본적으로 기대어 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 식인주체로 살아가는 우리 뱀파이어들이 서로를 물어뜯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불)가능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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